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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티시, 변태에서 자유로운 영혼으로

입력 2014-09-28 1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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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을 위해 다양한 도구와 다양한 장소를 선호하고 그게 상대와 자신을 해치지 않는다면 변태라고 볼 수 없지. 자유로운 영혼 정도?” SBS 드라마 ‘괜찮아 사랑이야’ 中

모 포털사이트의 성상담 게시판에서 활동 중인 신 모(26)씨는 중학생 때부터 스타킹을 신은 이성을 보면 성적 흥분을 느꼈다. 처음엔 단순히 이성의 다리에 눈이 가는 것이라 생각했으나 스타킹을 신지 않은 이성에겐 감흥이 없는 자신을 발견하며 자신이 페티시스트라는 것을 알았다.

페티시는 성도착증의 일종으로 신체 일부나 특정한 상황, 액세서리나 의복 등 비(非)성적 대상물에 강한 성적 매력을 느끼는 것을 말한다.

과거 페티시스트들은 성적소수자로 분류돼 따가운 눈총을 피해 숨기 바빴지만 이제 이들은 세상 밖으로 나와 자신의 독특한 취향을 망설임 없이 밝힌다. 인터넷에서 페티시 정보를 찾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다. 페티시, 복장도착 등 독특한 성적 취향을 앞세운 ‘페스티발’이라는 영화도 등장했다. 페티시로 유명한 인물로는 마광수 연세대 교수가 있다. 그는 빨간색 매니큐어를 칠한 여성의 긴 손톱에 성적 흥분을 느끼는 페티시스트로, 2011년 글도 쓰고 그림도 그리는 남자가 손톱이 긴 여자와 만나 사랑과 섹스를 나누는 내용의 ‘페티시 오르가즘’을 출간했다.

스타킹이나 구두 등만 보고도 성적으로 흥분하는 경우 페티시라 할 수 있지만 사람의 가슴이나 다리, 복근 등에 매력을 느낄 경우는 페티시라 할 수 없다.

잘 알려진 손톱, 스타킹, 발 페티시즘 외에 종류도 다양하다. 아갈마토필리아(Agalmatophilia)는 인형이나 마네킹에, 덴드로필리아(Dendrophilia)는 나무에, 스티그마필리아(Stigmatophilia)는 문신이나 피어싱에, 메카노필리아(Mechanophilia)는 기계에 성적 흥분을 느끼는 것을 말한다.

왜곡된 성적 취향은 개인 뿐 아니라 가족과 주변인, 공동체의 건강성까지 해칠 수 있다. 취향은 존중해야 한다지만 ‘취향’이란 이름 아래 폭력의 피해자가 생겨선 안 된다.

행복한성문화센터의 배정원 소장은 22일 본지 인터뷰에서 “남자들의 포르노 이용이 많아지면서 이 전에 볼 수 없거나 왜곡된 성적 취향을 상담해오는 사람이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배 소장은 “인간은 누구나 약간씩 페티시즘 성향이 있고 적당한 페티시는 건강한 성 생활에 도움을 준다”며 “그러나 노출증이나 다른 사람의 몸·성관계를 훔쳐보는 관음증, 사춘기 전 어린아이와 성관계를 하려 하는 소아애호증, 남의 속옷을 훔치는 행위 등은 피해자가 생기기 때문에 문제다”고 지적했다.

이어 “왜곡된 성적 취향은 개인과 가족을 해체하고, 공동체의 건강도 해친다”며 “왜곡된 성향을 고치는 일은 쉽지 않기 때문에 건강한 대안을 찾기 위해선 성 전문가들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정윤경 기자 v_v@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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