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위치 : > 뉴스 > 산업·IT·과학 > IT·모바일·방송통신·인터넷

韓, 디지털화폐 선택 강요받나… 中 양회 ‘韓中日 CBDC’ 언급

입력 2020-06-10 15:23

  • 퍼가기
  • 페이스북
  • 트위터
  • 인스타그램
  • 밴드
  • 프린트
20200524010006557_1
사진=게티이미지

 

중국 최대 정치 행사 양회(兩會)에서 우리나라와 중국, 일본, 홍콩이 공통 사용할 수 있는 CBDC(디지털화폐)를 만들자는 제안이 나왔다. 미중 무역전쟁의 격화로 샌드위치 신세가 된 한국에게 CBDC가 새로운 압박으로 등장하는 모양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9일 중국 양회에서 10명의 위원이 무역 활성화 촉진을 위해 4개국 CBDC 발행을 제안했다고 전했다. 표면적으로 4개국 교역 확대를 내걸었지만 중국 정부가 달러 패권에 맞서고자 디지털위안화 발행을 강력히 추진하는 만큼 아군 확대 의도가 강하다.

해당 제안은 중국 최대 온라인 여행사 시트립 공동 창업자 선난펑과 홍콩 정계의 핵심 인사인 헨리 탕 잉옌이 주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이 중국에서 큰 영향력을 행사하는 만큼 단순한 의견 전달이 아님을 짐작할 수 있다.

니혼게이자신문은 4개국 CBDC 비중을 위안화 60%대, 엔화 20%대로 정하고 각국이 차등된 비중만큼 CBDC 준비금을 마련하는 방식이라 보도했다. 위안화 중심의 CBDC임을 알 수 있다.

중국은 지난해 페이스북의 ‘리브라’ 프로젝트 추진 소식이 전해지자 CBDC 가동에 적극 나섰다. 그간 위안화 격상을 위해 고심을 거듭하던 중 리브라 프로젝트에 아이디어를 얻고 디지털위안화 발행으로 달러 패권에 맞서겠다는 의지다. 

올 4월 웨이보에선 중국 농업은행이 테스트 중인 디지털위안화 모바일 앱 화면 스크린샷이 유출돼 이목을 사로잡았다. 그동안 인민은행이 CBDC 발행을 추진한다는 사실이 알려졌지만 실물 공개는 처음이다.

지난달에는 중국 건설은행이 진행 중인 디지털위안화 모바일 앱 테스트 화면도 유출돼 발행 임박을 예고했다. 디지털위안화 테스트에는 스타벅스와 맥도날드, 서브웨이 등 글로벌 식음료 브랜드가 참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의 이러한 움직임에 미국 정부도 디지털달러 발행을 서두르고 있다. 지난달 29일 크리스토퍼 지안카를로 전 미국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 위원장이 이끄는 ‘디지털달러 프로젝트’(DDP)는 디지털달러 발행의 당위성을 강조한 백서를 발표했다.

백서는 디지털달러가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발행해 이를 각 은행이 유통시키는 구조가 될 것이라 예상했다. 특히 디지털달러가 달러 위상을 한층 강화할 수 있는 방향으로 설계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 2월 제롬파월 연준 의장은 미국 하원 금융서비스위원회 질문에 CBDC 발행을 검토하는 중이라 밝혔다. 레얼 브레이나드 연준 이사도 언론을 통해 분산원장기술 등 CBDC 활용방안을 연구하는 중이라 언급했다. 중국 디지털위안화 발행이 달러 패권을 위협한다는 목소리에 반응하고 있다.  

 

2020052401001391600065573
사진=픽사베이

 

한편 한국은행은 9일 중장기 발전전략 ‘BOK2030’을 공개하며 CBDC 도입을 적극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블록체인과 AI, 빅데이터 등을 전담할 디지털혁신실을 올 하반기 신설하고 한은 부총재보가 최고디지털혁신책임자(Chief Digital Strategy Officer, CDSO)를 맡는다. 주요 해외 국가들의 CBDC 추진 동향 파악부터 CBDC 도입을 위한 추진 작업에 나선다.

한은은 지난해만 해도 CBDC가 필요 없다고 밝혔지만 세계 각국의 CBDC 추진에 입장을 번복했다. 미국과 중국의 CBDC 물밑경쟁이 또 다른 헤게모니 쟁탈전으로 부상하자 상황을 예의주하는 모습이다.


김상우 기자 ksw@viva100.com  

  • 퍼가기
  • 페이스북
  • 트위터
  • 밴드
  • 인스타그램
  • 프린트

기획시리즈

  • 많이본뉴스
  • 최신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