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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 전 세계 부는 '반도체 자립'…K-반도체 안심 이르다

입력 2021-03-02 13:51 | 신문게재 2021-03-03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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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명
한지운 산업IT부장

 

오스트렐리아 퀸즐랜드 대학교에서 94년째 진행 중인 실험이 있다. 바로 ‘피치 낙하 실험’으로, 타르를 증류해 남는 찌꺼기인 ‘피치(Pitch)’라는 고체처럼 보이는 액체가 얼마나 높은 점성을 가졌는지 알아보는 실험이다.

실험 장치는 간단하다. 필요한 것은 깔때기와 비커가 전부다. 깔때기에 피치를 녹여 부은 뒤, 중력에 의해 비커에 흘러 떨어지는 데 얼마만큼의 시간이 필요한지 알아보는 단순한 실험이다. 

 

그러나 물 점성의 200억배인 피치가 비커에 떨어지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된다. 깔때기에 피치를 채우고 안정화시키는 데만 3년이 걸렸고, 첫 번째 방울은 8년 뒤인 1938년 12월, 두 번째 방울은 다시 9년이 흐른 1947년 2월, 세 번째 방울은 1954년 4월에 떨어졌다. 그런 가운데, 실험을 고안한 토마스 파넬 박사가 죽고 실험 도구는 연구실 한쪽으로 치워졌으나, 1961년 같은 학교의 존 메인스톤 교수가 대학 측을 설득해 실험은 재개하게 된다. 

 

깔때기에 담긴 피치가 비커에 모두 떨어지기까지는 앞으로 100년이 더 필요한 것으로 추측되고 있다. 이 실험은 기네스에 가장 오래 수행 중인 실험으로 등재됐으며, 현재는 유튜브를 통해 낙하 실험을 생중계하고 있다. 

 

문제는 떨어지는 순간을 아무도 알아채지 못했다는 데 있다. 90년이 지난 지금까지 피치 방울이 8번 비커로 떨어졌지만, 잠시 자리를 비우는 사이, 갑작스러운 정전 등 여러 이유로 그 순간을 포착하지 못했다. 피치 방울의 낙하는 8~9년에 한 번꼴. 변화가 거의 없어 관심을 등한시하고, 눈을 다른 곳으로 돌리는 순간, 변화가 일어난 것이다.

우리나라의 대표 수출 품목은 바로 반도체다. 1980년대 본격적으로 시작된 우리 메모리 반도체 산업은 2000년대 들어 일본을 제치고 세계 시장을 선도하고 있다. 현재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로 재편되면서 우리 경제를 탄탄하게 견인하고 있지만, 최근 변화의 조짐이 일어나고 있다.


반도체 공급 부족으로 완성차 업체의 생산라인이 멈추는 등 세계 주요 산업국이 몸살을 앓자, 미국에 이어 유럽도 반도체 자립 움직임을 나타내고 있는 것이다. 주요국으로 퍼지고 있는 ‘반도체 자립론’은 독일이 가장 먼저 유럽연합(EU) 내에서 반도체 산업을 육성하기 위해 투자할 준비가 돼 있다고 선언하면서 본격화했다. 이달 초 독일의 페터 알트마이어 경제 장관은 최대 500억 유로(약 67조원) 규모의 EU(유럽연합) 내 반도체 제조기술 발전 프로젝트에 10억 유로를 투입할 준비를 마쳤다고 선언했다.



해당 프로젝트는 EU 공동 관심 분야 주요 프로젝트(IPCEI)의 일환으로 마련된 것이다. IPCEI는 핵심 부품의 아시아 의존도를 줄이고, 특허·개발·생산 등의 공급 체계를 EU 스스로 갖추는 것을 목표로 한다.

앞서 미국 민관 합동 기구인 국립인공지능보안위원회(NSCAI)도 한국과 대만을 뛰어넘는 반도체 생산 시설을 미국에 지어야 한다고 조 바이든 행정부에 조언했다. 이와 관련, 바이든 대통령은 반도체 등 4개 핵심 품목의 공급 사슬에 대해 100일간 검토를 진행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표면적으로는 무역 분쟁 대상국인 중국을 겨냥한 것이지만, 아시아 국가의 의존도를 낮추고 자국 내 기술·생산의 내재화를 꾀하고 있음은 분명해 보인다.

늘 1등이 아니다. 세계 주요국이 경쟁적으로 자립을 외치면서 반도체 산업은 과거 치킨게임에 이어 새로운 경쟁에 돌입할 것이다. 미래를 내다보는 과감한 결정과 대대적인 투자가 필요할 때다. 위기의 시그널은 우리가 안심하며 눈을 돌리고 있을 때, 한 방울씩 떨어진다. 기업에 대해 적대적 시각이 아니라, 민관이 손발을 맞추기에도 벅찰 때가 지금이다. 

 

한지운 산업IT부장  goguma@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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