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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경제칼럼] 정부가 야기하는 사중존실과 최소화를 위한 노력의 필요성

입력 2022-07-18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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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경수 한국지방세연구원 연구위원

‘사중손실(deadweight loss)’은 경제학원론에서 다루는 주요 개념 중 하나이다. 완전경쟁시장에서 가격제한, 세금부과 등 정부가 시장에 개입함으로 인하여 발생하는 효용의 손실을 의미한다. 완전경쟁시장이 실현되기 어려운 이론적 가정이라는 점과 마찬가지로 정부의 개입이 이론적으로 사회적 비효율을 야기한다고 하여 그 존재와 역할을 부인할 수는 없다. 정부의 개입에 대한 이론적 논의는 오랫동안 지속되어 온 주제이며, 본고에서 이러한 이론적 논의나 쟁점을 다루고자 함은 아니다.

정부의 개입을 통한 적절한 규제나 정책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그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부분이라고 판단한다. 하지만, 정부의 역할과 개입의 필요성에 대한 인정이 정부의 모든 정책에 대하여 불가침영역의 특권을 부여하는 것은 아니다. 정부는 규제나 정책의 시행에 있어서 시장의 비효율을 최소화하고, 적절한 정책성을 갖추기 위하여 면밀한 분석과 이를 기반으로 하는 합당한 근거, 사회적 합의에 대한 노력이 필요하다.

정부가 제시하는 기준이나 규제는 시장에 시그널로 작용한다. 정부의 규제를 받는 제품이나 서비스에 대해서 소비자와 생산자는 그 시그널을 인지하고 소비 및 생산활동의 선택에 있어서 이를 반영한다. 이러한 과정을 통하여 해당 제품이나 서비스는 진화하거나, 시장에서 퇴보하게 된다. 즉, 정부가 시장에 보내는 시그널의 영향은 매우 크다.

우리나라 정부의 각 부처에서 관련한 법안 및 규제와 기준 등을 끊임없이 내놓고 있으며, 시장은 이를 준수하기 위하여 혹은 이에 적응하기 위하여 노력한다.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시장의 비효율, 사중손실(deadweight loss)은 여전히 불가피한 것일까? 직접적인 규제는 아니지만 관련 부처의 행정적인 접근방식으로 인한 불필요한 비용이나 비효율성이 시장에 전가되는 사례들을 언급하고자 한다.

자동차에 관련한 법률을 살펴보면 국토교통부 소관의 ‘자동차관리법’과 경찰청 ‘도로교통법’에서 구분하는 자동차의 정의 및 구분기준이 서로 상이하다. 더불어 최근 자동차에 관한 환경규제가 강화되면서 환경부의 ‘대기환경보전법’에서 분류하는 기준은 또 다르다. 각 법령에 따른 기준에 따라 서로 다른 규제나 정책이 적용된다. 자동차의 소유 및 관리의 측면, 운행의 측면, 환경적 측면에서 각각 다른 기준을 적용받는 것이다.

자동차라는 제품군에 대하여 부처별 업무 혹은 정책의 성격에 따라서 그 분류기준을 상이하게 정해놓고, 소비자와 생산자 모두에게 각각의 시그널을 보내고 있다. 소비자도 생산자도 상품의 특성과 규제의 적용범위를 직관적으로 알기 어려우며, 이는 결국 부처 간 협의 등의 과정을 생략하는 행정편의에 따른 추가적인 사회비용을 야기하는 문제라고 볼 수 있다.

또 다른 사례는 ‘자동차관리법’ 상의 이륜자동차 구분기준에는 기존의 배기량 기준과 함께 전기이륜자동차에도 적용할 수 있도록 최고정격출력 기준을 함께 제시하고 있다. 즉, 전기이륜자동차도 최고정격출력 기준에 따라 규모별로 분류된다. 그러나, 동일 법령하에서 규모별 분류기준으로 배기량을 사용하고 있는 승용 및 화물자동차에 대해서는 전기자동차에 적용할 수 있는 최고정격출력이나, 혹은 배기량을 치환하여 적용할 수 있는 그 어떠한 기준을 정하지 않고 있다.

‘자동차관리법’에서 자동차의 한 종류인 이륜자동차에 대해서는 전기이륜자동차의 도입을 고려한 최고정격출력 기준이 도입되었으나, 다른 종류인 승용 및 승합자동차에 대해서는 그 기준을 적용하지 않고 있는 배경을 이해하기 어렵다. 전기자동차 시장이 급증하고 다양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전기자동차는 그 크기나 제원 등에 기반한 어떠한 분류도 없이 ‘전기자동차’라는 하나의 카테고리로 묶여있을 뿐이다. 자동차관리법 상의 분류를 기반하여 자동차의 종류에 따른 다양한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는 점에서 정부의 이러한 행정적 일관성 결여(혹은 지연·누락)는 시장의 다양성에 대하여 대처하지 못하는 사회적 비효율을 야기할 수 있다.

반면, 우리나라에서 1995년부터 시행하여 온 분리수거 정책이 궁극적으로 자원의 재활용으로 이어지지 않아 왔다는 기사를 본 적이 있다. 물론, 소비자가 올바른 방법으로 배출하지 않기 때문인 부분도 있지만, 일부 플라스틱류, 종이류 등의 제품은 애초에 재활용이 불가능함에도 불구하고, 분리수거 되어 온 것이다. 환경문제가 점차 대두되고, 시장에서 생산되고 소비되는 모든 제품에 대한 재활용 이슈가 논의되고 있는 현 상황에서 매우 아쉬운 뉴스였다.

분리수거 정책을 기반하여 정부는 생산자에게 자원 재활용에 대한 규제 및 지침을 명확히 하고, 이에 따른 제품이 시장에 공급될 수 있도록 유도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더불어, 올바른 배출방법 뿐 아니라 재활용이 가능한 제품인지 여부를 소비자들이 직관적으로 알 수 있는 라벨 부착 등을 통하여 시장에서 보다 환경친화적인 제품이 개발되고 거래될 수 있도록 유도할 수 있었을 것으로 판단된다는 점에서 매우 아쉬움이 남는다.

종합예술이라 칭하는 건축분야에서도 유사한 사례를 발견할 수 있다. 건축물은 지역 및 주변 환경과 조화를 이루는 디자인과 다양하고 복잡한 시설이 어우러져 주요 관광상품이 되기도 하고, 혹은 지역주민에게 심미적 효과를 제공하는 공공재의 역할을 할 수도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경우는 규제와 규격 적용에 급급한 나머지 이러한 건축물의 특성이나 다양성을 적용하기 어려운 구조를 갖는다. 건축물에 대해서는 안전, 환경 등 점점 더 다양한 부분에 대한 고려와 반영이 필요한 종합예술에 가까운 부분이라는 것을 인정하나, 이러한 필요성을 충족하기 위하여 행정적인 기준에 급급하여 재화(건축물)의 특성과 다양성을 저해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면 이것은 행정편의주의에 의한 사회효용의 손실임이 분명하다.

정부의 역할과 시장개입의 필요성은 명료하다. 하지만, 이것이 행정편의주의에 따른 사회효용의 손실을 감내해야하는 이유가 될 수는 없다. 행정적인 업무와 규제 및 정책의 적용에 있어서 시장의 효율성을 저해하지 않는 범위에서 사중손실(deadweight loss)을 최소화할 수 있는 분석적인 접근과 정책에 대한 고민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이 부분에 대한 정부의 노력은 사라진지 오래인 것으로 보인다.

 

오경수 한국지방세연구원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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