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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바100] ‘아름다움은 레디메이드’ 클레어 퐁텐 “시스템을 향한 인간파업, 주체성과 상호 주관성의 문제”

[B코멘트] 예술가집단 '클레어 퐁텐'

입력 2024-03-25 18:00 | 신문게재 2024-03-26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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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레어 퐁텐
클레어 퐁텐 개인전 ‘아름다움은 레디메이드’ 전경(사진=허미선 기자)

 

“뷰티(Beauty)라는 것은 결국 관습이에요. 이 관습은 시간이나 문명에 따라 문화 그리고 역사의 여러 가지 변화들을 담고 있죠. 그래서 레디메이드(Ready-made)라는 건 결국 사용 가치를 변화시킨다는 의미를 내포하기도 합니다.”

 

아시아 첫 개인전을 위해 내한한 예술가집단 클레어 퐁텐(Claire Fontaine)의 풀비아 카르나발레((Fulvia Carnevale)는 그 제목 ‘아름다움은 레디메이드’(Beauty is a Ready-made, 6월 9일까지 아틀리에 에르메스)에 대해 이렇게 밝혔다. 이미 있는 것에서의 발견, 그 의미의 재해석 혹은 새로운 의미의 부여다. 

 

“아름다움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방식으로 얘기해볼 수가 있을 것 같습니다. 미학적인 아름다움이냐 윤리적인 아름다움이냐 등. 요즘 SNS나 광고를 보면 특정 아름다움을 강요하죠. 이런 것들이 사람들의 정신 건강을 해치는 부분에 대해서도 얘기해 보고 싶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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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레어 퐁텐의 풀비아 카르나발레(왼쪽)와 제임스 손힐(사진제공=아틀리에 에르메스)

 

이미 있는 데서 발견하고 재해석하고 새로운 의미를 부여하는 것은 클레어 퐁텐의 작품 세계이자 작업방식이기도 하다. 이들은 인터넷 검색을 통해 쉽게 볼 수 있는 그림들, 레몬, 타일, 라이트박스 광고판, 스마트폰의 깨진 액정 등 레디메이드 재료들로 다양한 사회적·역사적 문제들을 아우른다. 

 

‘보호’라는 미명 하에 가부장적 통제의 대상이 되는 약자의 취약성, 지구가 직면한 기후 위기의 위태로움, 사라져 버리고 학대받은 아이들, 식민의 역사, 페미니즘 등처럼. 

 

‘이민자들’(Migrants)이라는 작품에서의 레몬이 역사 속에서 경제적으로 열악했던 유럽 남부의 상징이자 한국의 개살구처럼 보기는 좋지만 먹을 수 없는, 불편하고 쓸모없는 존재들이라는 함의를 가지는 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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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레어 퐁텐 개인전 ‘아름다움은 레디메이드’ 중 '이민자들'(사진=허미선 기자)

 

그렇게 일상의 오브제들로 의미심장한 메시지를 전달하며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클레어 퐁텐은 2004년 이탈리아 출신의 이론가 풀비아 카르네발레와 영국 출신의 미술가 제임스 손힐(James Thornhill)이 파리에서 설립한 예술가 집단이다. 

 

‘클레어 퐁텐’이라는 팀명은 프랑스의 잘 알려진 문구브랜드의 상표명이자 영어로는 ‘맑은 샘’을 뜻하기도 하며 여성형이다. 이는 상업적 행위나 통제와 관련된 정체성인 동시에 상업화되는 예술에 날카롭게 저항한 마르셀 뒤상(Marcel Duchamp)의 ‘샘’(Fountain, 1917)에 대한 경의이자 페미니즘의 추구를 뜻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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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레어 퐁텐 개인전 ‘아름다움은 레디메이드’ 중 ‘외국인은 어디에나 있다’(사진=허미선 기자)

 

4월 개막을 앞둔 베니스비엔날레(La Biennale Di Venezia)가 다양한 언어로 표현된 그들의 네온사인 설치작 ‘외국인은 어디에나 있다’(Foreigners Everywhere, Stranieri Ovunque, Etrangers Partout)를 60회 미술전 주제로 채택할 정도로 클레어 퐁텐은 글로벌 이슈가 되고 있는 집단이다. 

 

여기에서 ‘외국인’은 단순히 ‘외국에서 온 사람’을 넘어서는 의미를 가진다. 그들이 전하고자 하는 함의를 담은 단어를 각 언어에서 찾아내는 번역작업은 저마다의 감수성과 문화 등 여러 가지 요소들을 고려하고 존중하며 배우는 과정이기도 하다.   

 

이번 개인전에서는 제목과 같은 ‘아름다움은 레디메이드’, 제60회 베니스비엔날레 미술전 주제로 채택된 ‘외국인은 어디에나 있다’, 이리저리 굴러다니는 레몬들로 표현한 ‘이민자들’을 비롯해 ‘무제(보호)’(Untitled Protection), ‘무제(새들을 위한 설교)’(Untitled Sermon to The Birds), ‘무제(오직4도)’(Untitled It’s Only 4 Degrees), ‘무제(애도)’(Untitled Lament), ‘무제(분실물)’(Untitled Lost&Found), ‘만능열쇠(팔레르모)’(Passe-partout Palermo), ‘컷 업’(Cut Up) 등 10점을 만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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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레어 퐁텐의 풀비아 카르나발레(왼쪽)와 제임스 손힐(사진=허미선 기자)

 

“우리는 굉장히 억압된 사회 그리고 그 사회가 규정한 계급이 존재하는 곳에서 살고 있죠. 그래서 저희는 ‘휴먼 스트라이크’(Human Strike)라는 개념을 주창하고 있습니다. 인간 파업이죠. 스스로에게 굉장히 해롭거나 주체성을 해치는 뭔가를 거부하는 개념입니다.”

 

이어 클레어 퐁텐은 “특히 감정, 스스로 제어하지 못하는 감정일수록 우리에겐 해로울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남녀 관계만 보더라도 그렇다. 남자가 여자에게 굉장히 좋지 않은 영향을 미쳐서 여자의 삶이 지옥이 됐다고들 한다. 그렇다면 남자도 결국 지옥 속에 살고 있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크게 보자면 둘 다 사회 시스템의 피해자죠. 결국 주체성 그리고 상호 주관성의 문제를 어떻게 볼 것이냐까지 연결된다고 생각합니다.”


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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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레어 퐁텐 개인전 ‘아름다움은 레디메이드’ 전경(사진=허미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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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레어 퐁텐 개인전 ‘아름다움은 레디메이드’ 중 ‘외국인은 어디에나 있다’(뒤)와 ‘무제(분실물)’(사진=허미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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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레어 퐁텐 개인전 ‘아름다움은 레디메이드’ 전경(사진=허미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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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레어 퐁텐 개인전 ‘아름다움은 레디메이드’ 중 ‘만능열쇠(팔레르모)(사진=허미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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