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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人더컬처] 과연 '길복순'은 변성현 감독의 마지막 액션 영화가 될것인가?

"사람의 마음은 바뀔 수 있지만 현장에서 배우들이 힘들어 하는걸 보는 행위는 더 이상 안 할 것"

입력 2023-04-19 1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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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복순2
변성현 감독이 연출한 ‘길복순’은 지난달 30일 공개된 뒤 2주 연속 비영어권 영화 전세계 1위를 기록했다. (사진제공=넷플릭스)

 

표정이 읽히지 않는 얼굴, 언뜻 보면 학생처럼 수수하다가도 수트를 입으면 변신하는 패션 센스. 늘 시니컬한 말투지만 ‘연기 좀 한다’는 배우들이 두 말 없이 달려오는 마성을 지닌 변성현 감독은 인터뷰 당일에도 카페 앞에 나와 담배를 피고 있었다.

지난달 31일 넷플릭스로 공개된 ‘길복순’이 글로벌 TOP 10 영화(비영어권) 부문 1위에 오른 직후였다. 동시에 특성 성향을 지닌 사이트에서 지역감정을 겨냥한 연출로 질타를 받고 있었다. ‘순천-전라’만 도시-국가명이 아닌 특정 지역으로 표현했고, 이를 쓴 글씨가 붉은 색이라는 점. 그리고 모녀사이인 복순과 재영의 대화속에 등장하는 한국을 대표하는 위인들을 ‘살인자’라고 묘사한 신이었다. 감독의 전작 ‘불한당: 나쁜놈들의 세상’ 당시의 논란이 재점화되며 영화에 대한 평가가 극명하게 나뉘는 그때 변감독은 “사실 좀 억울하다”며 말문을 열었다.

“그 장면은 딸이 엄마가 킬러라는 걸 알고 떠보는 장면이에요. 논리적으로 말이 안되는걸 들이밀면서 엄마의 표정을 살피는 거죠. 글자 하나하나를 컨펌하지 않은 제 탓도 있지만 전혀 의도하지 않았던 터라 당혹감이 큽니다. 대중들이 말하는 해당 사이트에는 들어가 본 적도 없고 거리가 먼 사람이고요.”

‘길복순’은 한마디로 스타일리시하다. “사람 죽이는건 심플해.애 키우는 것 보다는”이라고 말하는 타고난 킬러 복순(전도연)은 곧 회사와 재계약을 앞두고 있다. 우후죽순처럼 범람하며 룰이란 없었던 킬러의 세계를 세계적인 이벤트 회사로 평정한 민규(설경구)의 수제자이자 유일한 약점인 인물이다. 회사의 이사직을 맡고 있는 민희(이솜)와 C급 킬러 희성(구교환)은 두 사람의 애매모호한 관계를 질투하고 견제한다.

설경구와의 친분으로 평소 팬이었던 전도연을 만난 변성현 감독은 ‘배우와 엄마’사이의 간극을 보여주는 ‘칸의 여왕’을 보고 ‘길복순’의 시나리오를 써내려갔다고 전해진다. 스태프와 회식 자리에서 늘 분위기를 리드하지만 친구같은 딸의 전화를 받고서는 순한 양(?)으로 변해 집으로 돌아가는 엄마라는 무게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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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도연에게 영화 ‘하녀’에서 보여준 메이드 복장을 하고 도끼를 쥐어 준 변성현 감독은 “그간 전도연은 항상 희생하거나, 희생 당하거나 그랬는데, 이번에는 그냥 전도연이 나와서 다 죽여버리는걸 상상하며 시나리오를 써내려갔다”고 말했다. (사진제공=넷플릭스)

 

“시작과 완성, 끝 모두 전적으로 (전)도연 선배님이 아니었으면 불가능했을 겁니다. 모녀사이의 갈등이 세세했다고요? 저 또한 중학교때부터 일을 시작한 엄마를 뒀기에 그 감정은 어느정도 알았지만 저흰 모자지간이었기에 채워지지 않는 뭔가가 있었어요. 실제 선배님과 딸의 모습을 어느 정도 반영한 것도 있어요.”

대중에게 킬러는 판타지적인 요소가 강한 직업이다. 하지만 그들도 워킹맘의 고민과 승진, 연봉, 대우의 차이를 겪으며 스트레스를 받는 다는 점을 간과하지 않은 변성현 감독의 위트는 꽤 현실적이다. 동시에 미장센과 미술, 캐릭터의 서사와 2초 정도 늦게 터지는 대사의 향연등은 그의 연출세계를 더욱 스타일리시 하게 만든다.

“그런 평가는 감사하지만 모두 ‘불한당’ 때부터 함께한 조형래 촬영감독과 한아름 미술 감독의 솜씨지 제가 한 건 없어요. 한국에서 비주얼리스트라는 수식어에 어울리는 분은 이명세 감독님이 유일하죠. 거장도 아트 영화를 하는 사람도 아닌 그저 촌스럽지는 않을지 걱정하는 칭찬에 목마른 감독일 뿐입니다.”

그는 “최근 받은 기분 좋은 칭찬이 있긴 하다”면서 슬쩍 문자를 보여줬다. 이명세 감독의 ‘인정사정 볼 것 없다’를 오십번 넘게 봤다는 그는 ‘영화감독이 사라지는 요즘 영화감독으로 남아줘서 고맙다, 막걸리 먹으면서 대화해 보자’는 선배의 문자를 받고 볼 빨간 소년의 모습을 보여줬다. 그리고 언어 문제로 실현가능성은 적지만 할리우드에서 러브콜이 온 사실을 밝히면서 “나에게도 이런게 오긴 오는구나 싶더라”고 수줍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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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이 작품에 대해 “‘길복순’은 못 가져서 빼앗으려는 사람들과 가지고 있는 걸 지키려는 사람들의 이야기”라고 단언했다. (사진제공=넷플릭스)

 

“비슷한 컨셉의 영화를 피할 수 없으니 한번 비틀어 보는건 어떨까 싶었죠. 그래서 킬러의 세계를 엔터업계로 변모시켰어요. 하지만 ‘닥터 스트레인지 :대혼돈의 멀티버스’가 나오고는 현타가 오더라고요. 나름 신선하다고 생각했던 시퀀스를 이미 거기서 해 버린거예요. 복순과 민규가 미리 싸워보는 장면인데 촬영 막바지라 미룰 순 없고......”

넷플릭스와의 협업 소감에 대해서는 “별다른 가이드 라인이 없어서 깜짝 놀랐다. 게다가 150억이라는 제작비 처음 받아봤다”면서 “엔딩에서 사춘기를 겪는 딸이 내내 엄마에게 거리를 두다 방문을 열어두는 신을 좋아한다. 개인적으로 다시는 액션 연출작을 안 찍을 것이기에 관객들이 극장에서 이 작품을 못 보는 아쉬움은 있다”고 말했다.


이희승 기자 press512@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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