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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그라운드] 이미 존재하는 것들의 의미심장함, 클레어 퐁텐 ‘아름다움은 레디메이드’

입력 2024-03-22 2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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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레어퐁텐
클레어 퐁텐의 ‘아름다움은 레디메이드’ 중 ‘외국인은 어디에나 있다’는 4월 개막하는 제60회 베니스비엔날레 미술전 주체로 채택됐다(사진=허미선 기자)

 

“그냥 ‘외국에서 온 사람’을 뜻하는 건 아닙니다. 그 이상의 의미를 함의하고 있죠. 그렇기 때문에 번역 과정에서 여러 가지 감수성이나 문화가 고려돼야 하는 작업이에요. 그 단어 자체가 없는 언어도 있어서 언어의 구분론이라든지 여러 가지 요소들을 고려해야한다는 점이 좀 특이한 것 같습니다.“

개인전 ‘아름다움은 레디메이드’(Beauty is a Ready-made, 3월 22~6월 9일 아틀리에 에르메스)로 내한한 예술가집단 클레어 퐁텐(Claire Fontaine)은 60회를 맞은 베니스비엔날레(La Biennale Di Venezia) 미술전 주제로 채택된 ‘외국인은 어디에나 있다’에 대해 이렇게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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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레어 퐁텐의 ‘아름다움은 레디메이드’ 전경(사진=허미선 기자)

 

그들이 2004년 설립과 더불어 처음 선보인 ‘외국인은 어디에나 있다’는 오랜 시간에 걸쳐 오늘날에도 여전히 가장 첨예한 문제가 되고 있는 현상에 대한 작품이다. 이번 전시에서는 한국어를 비롯해 영어(Foreigners Everywhere), 이탈리아어(Stranieri Ovunque), 프랑스어(Etrangers Partout)로 된 네온사인 설치작을 볼 수 있다. 

 

이는 4월 개막하는 베니스비엔날레에서도 선보일 예정이다. 이에 대해 클레어 퐁텐은 “아직은 작가 선정이 저희만 된 상태”라며 “지금까지 작업했던 모든 언어 버전의 네온 설치물을 하게 될 것”이라고 귀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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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레어 퐁텐의 ‘아름다움은 레디메이드’ 전경(사진=허미선 기자)

 

“지금까지 저희가 방문했던 장소, 만난 사람들, 번역작업 등 모든 요소들이 연결되는 지점이 될 거예요. 그 의미 자체는 모호하지만 이렇게 연결 지점을 찾아서 작품을 선보이는 동시에 아직 내용을 공개할 순 없지만 바티칸 관에도 전시를 하게 됩니다.”

클레어 퐁텐은 2004년 이탈리아 출신의 이론가 풀비아 카르네발레(Fulvia Carnevale)와 영국 출신의 미술가 제임스 손힐(James Thornhill)이 파리에서 설립한 예술가 집단이다. 일상의 오브제 같은 예술가로 자리매김해온 그들은 프랑스의 잘 알려진 문구브랜드의 상표명을 팀명으로 차용하면서 상업적 행위나 통제와 관련된 정체성을 다루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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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레어 퐁텐의 ‘아름다움은 레디메이드’ 전경(사진=허미선 기자)

영어로 ‘맑은 샘’을 뜻하기도 하는 팀명을 통해 마르셀 뒤상(Marcel Duchamp)의 ‘샘’(Fountain, 1917)에 대한 경의를 표하고 미술의 상업화에 대해 날카롭게 비판한 뒤상의 정신을 회복하기 위해 다양한 시도 중이기도 하다.

이번 전시에서는 ‘아름다움은 레디메이드’ ‘외국인은 어디에나 있다’를 비롯해 ‘무제(보호)’(Untitled Protection), ‘무제(새들을 위한 설교)’(Untitled Sermon to The Birds), ‘무제(오직4도)’(Untitled It’s Only 4 Degrees), ‘무제(애도)’(Untitled Lament), ‘무제(분실물)’(Untitled Lost&Found), ‘만능열쇠(팔레르모)’(Passe-partout Palermo), ‘이민자들’(Migrants), ‘컷 업’(Cut Up) 등 10점을 만날 수 있다.

스마트폰의 깨진 액정 화면을 통해 바라본 이미 존재하고 있는 그림을 라이트박스 광고판으로 치환하는 방식을 취하는 그들의 작품은 ‘보호’라는 미명 하에 가부장적 통제의 대상이 되는 약자의 취약성, 지구가 직면한 기후 위기의 긴급성, 사라져 버리고 학대받은 아이들 문제 등을 표현한다.

‘컷업’은 그들이 거주하고 있는 팔레르모 여기저기에서 오래되고 금 간 타일 사진을 콜라주해 겹쳐서 바닥에 설치한 신작이다. 해양 무역의 중심지로 온갖 종류의 문화가 합쳐진 팔레르모의 문화적 복합성, 혼탁함, 그로 인한 다양성과 풍부함을 표현하고 있다.

 

그 위에 이리저리 흩어져 돌아다니는 레몬들은 경제적으로 열악했던 유럽 남부의 상징이자 한국의 개살구처럼 보기는 좋지만 먹을 수 없는, 불편하고 쓸모없는 존재들이라는 함의를 가지고 있다.

 

클레어 퐁텐의 ‘아름다움은 레디메이드’ 전경(사진=허미선 기
클레어 퐁텐의 ‘아름다움은 레디메이드’ 중 ‘컷 업’과 ‘이민자들’(사진=허미선 기자)

 

‘이민자들’이라 이름 붙여진 레몬들은 어디서도 환영받지 못하지만 어디에나 존재하는 이민자 문제를, 아이의 것으로 보이는 옷이 걸린 ‘분실물’은 보호받아야 할 아이들이 버려지는 문제를 시각화한 작품들이다.

인터넷 검색을 통해 쉽게 볼 수 있는 그림들, 레몬, 광고판 등 레디메이드를 재료로 하지만 그들이 품고 있는 메시지는 의미심장하며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것들이다.

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클레어 퐁텐의 ‘아름다움은 레디메이드’ 전경(사진=허미선 기
클레어 퐁텐의 ‘아름다움은 레디메이드’ 전경(사진=허미선 기자)

 

클레어 퐁텐의 ‘아름다움은 레디메이드’ 전경(사진=허미선 기
클레어 퐁텐의 ‘아름다움은 레디메이드’ 중 ‘만능열쇠’(사진=허미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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