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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1호 실버타운' 수원 유당마을 가보니…

[실버타운 A to Z] ③ '오해'부터 풀자
실버타운은 유배지? "이번 주는 양평, 다음주는 충주로 놀러가요 "

입력 2015-02-02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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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은 오해에 사로잡히지 말고 실버타운에 직접 방문해 부모가 편안하게 노후를 지낼 수 있을지 여부를 판단하라고 조언한다. 사진은 '1호' 실버타운이라고 불리는 수원시 장안구 유당마을 입구의 전경.

 

 

"실버타운에 있다고 하면 마치 감옥에 갇혔다고 생각하는 친구들이 있어요. 조심스럽게 '너 거기서 나올 수는 있느냐'고 물어보는데, 나는 다음 달에도 동호회 사람들하고 충주로 놀러가는 걸요."

 

경기 수원시 장안구에 위치한 실버타운 '유당마을'에서 만난 이성문(82)씨는 실버타운에 대한 오해에 대해 웃음으로 답했다. 유당마을에서 3년째 살고 있는 그는 자신이 여기선 막내라고 소개했다. '먹거리 기행' 동호회 회장을 맡아 양평으로 당나귀 고기를 먹으러 가고, 아흔을 맞은 '형님'의 생신잔치를 열기도 하면서 신나게 살고 있다고. 

 

피트니스 센터 안 안마의자
피트니스 센터에 있는 안마의자에서 휴식하는 유당마을 입주자들.

 

  

점심시간이 끝나고 간 피트니스 센터 속 안마의자는 이미 만석이다. 낮잠을 즐기다 깬 한 할머니에게 실버타운에서의 생활을 묻자 자랑스럽게 말한다.

“아프면 물리치료실 데려가, 배고프면 밥 차려주죠. 여기에 있을 수 있는 것은 특권이에요.”

사회복지법인인 빛과 소금에서 운영하는 수원 유당마을은 한국에서 문을 연 첫 번째 실버타운이다. 식사를 남기지 않는 입주자에게 주는 쿠폰부터 건강상태별 4단계 서비스까지. 1988년부터 다양한 노하우를 뽐내는 유당마을을 필두로, 국내 실버타운들은 입주자들을 유치하기 위해 진화를 거듭해왔다.    

 

노래 교실
유당마을 대강당에서 노래 강사가 입주자들과 노래를 부르고 있다.

 

이렇듯 ‘1호’ 실버타운이 생겨난 지 26년이 흐르고 만족도가 높아져도, ‘노인만 모인 고립된 장소’라는 부정적인 인식은 바뀌지 않아 실버타운에 대한 선택을 아예 막고 있다.

지난해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가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베이비붐 세대들이 은퇴 후 노인전용시설이나 실버타운에 입주하고 싶다는 비율은 2%에 불과했다.

문제는 막연한 거부감이나 오해뿐만이 아니다. 연로한 부모를 모시는 것이 효의 모범인 한국에서 실버타운은 자식은 자식대로 죄책감을, 노부모는 부모대로 서운함을 불러 일으키는 장소로 인식되는 것이다.

실버타운을 현대판 ‘유배지’라고 여겨 손가락질하는 시선들도 적잖은 부담이다. 이렇다 보니 부모와 자식이 서로 실버타운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기조차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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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물 내에는 서예실 뿐 아니라 도예실과 당구장 등의 동호회 장소가 마련돼 있다.

 


전국 30곳의 실버타운을 직접 탐방한 이한세 스파이어 리서치&컨설팅 대표는 “많은 자녀들이 옆에서 챙겨드릴 수도 없으면서 괜한 죄책감 때문에, 부모가 서운해하실까봐 실버타운을 권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며 “감정적으로 판단할 것이 아니라, 실버타운이 노인이 안전하고 편안할 수 있는 전문적인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진짜 부모를 위하는 길이 무엇인지 생각해 봐야 한다”고 말했다.

백문불여일견(百聞不如一見). 실버타운에 대해 관심이 있다면 근처 실버타운을 직접 방문해 시설과 건물, 서비스를 직접 꼼꼼하게 확인하는 과정을 통해 두려움을 떨쳐 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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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문할 때에는 미리 상담시간을 잡되 최소 1시간 이상으로 잡는 것 이 좋다. 이한세 대표는 그의 저서 ‘실버타운 간 시어머니 양로원 간 친정엄마’에서 상담 약속시간보다 30분 일찍 도착해 실버타운 건물과 주변을 먼저 돌아보고 나머지 30분 동안 궁금한 점을 꼼꼼하게 물어보라고 조언한다. 13개 주요항목이 담긴 체크리스트(표)를 참고하면 좋다. 또한 입주민 전용식당에서 실제 식사를 해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자녀들은 부모를 실버타운에 모시려면 실버타운에 대한 마음의 장벽부터 허물어야 한다. 실버타운에 대해 부정적이거나 알지 못하는 부모에게 섣불리 이야기를 꺼내서 기분만 상하는 일이 없도록 ‘놀러가는 길에 들러나 보는’ 노하우가 필요하다.

김영식 유당마을 복지 부원장은 “무작정 실버타운 가자고 들이대기 보다 지나가다 목표를 두지 말고 ‘저기 실버타운이라고 하던데 한번 가볼까요’라는 식으로 오기를 권하고 있다”며 “나이가 지긋하신 어르신들은 일단 오면 살고 있는 분들과 서슴없이 이야기를 나누면서 자연스럽게 실버타운에 대해 알아가는 것이 좋다”고 설명했다.

글·사진=남지현 기자 dioguinness@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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