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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바100] 美대학졸업장의 가치, 어느 대학 무슨 과가 잘나가나

[김수환의 whatsup] 클릭으로 알아보는 美대학졸업장 가치

입력 2019-11-25 07:00 | 신문게재 2019-11-25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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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출처=게티이미지)

 

미국에서 대학을 나온 졸업장의 가치는 얼마나 될까. 고등학교를 마치고 대학에 진학하려는 학생들은 어느 대학을 갈지 어떤 분야를 전공으로 선택할지에 대해 결정해야 한다. 학교와 전공을 선택하는 이유에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졸업 후 사회에서 성공할 수 있느냐 즉, 전공분야의 ‘전망’이 학생들의 선택을 좌우하는 중요한 기준의 하나가 되고 있다. 대학 순위만을 가지고 진학하고자 하는 대학을 평가하는 것에는 한계가 있다. 보다 구체적이고도 객관적인 평가 기준이 필요하다. 자신이 선택한 학교와 전공에 얼마나 많은 돈이 들어가며, 졸업 후 수입은 얼마나 되는지, 즉 ‘투자대비 수익률’을 알 수 있다면 어떨까.

 

 

◇ 美교육부장관 “어디서 공부하느냐가 학생의 미래에 영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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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MIT 대학 (AFP)

 

지금까진 앞에서 얘기한 정보를 얻는데 한계가 있었다. 그런데 미국 교육부가 최근 각 대학 및 전공별로 졸업생들의 초봉은 얼마나 되는지, 학자금 대출을 비롯한 부채는 얼마나 많은 지에 대해 집계한 정보를 공개했다. ‘칼리지 스코어카드’(College Scorecard)라는 웹사이트(https://collegescorecard.ed.gov/)를 통해서다. 4400개 대학 3만 6000개 이상 프로그램에 대한 정보가 담겨있다.

미 교육부 벳시 디보스 장관은 성명에서 “모든 학생은 특별하다”며 “그들이 무엇을 공부하는지, 언제, 어디서 어떤 방식으로 공부할지를 선택하는 것은 그들의 미래에 영향을 줄 것”이라고 밝혔다. 디보스 장관은 모든 학생들이 졸업 후 성공으로 이어질 수 있는 교육 옵션들을 고려해 ‘교육’을 다시 생각해보도록 권장했다.


◇ 미국 대학이라고 다 같은 대학이 아니다

 

칼리지 스코어카드
칼리지 스코어카드 (미 교육부 웹사이트 캡처)

 

‘칼리지 스코어카드’에 들어가면 먼저 검색창이 눈에 들어온다. 첫 단계로 ‘서치’(Search) 탭을 누르면 지역과 과정, 연평균 비용 등 몇몇 조건들을 입력할 수 있다. 해당 조건에 부합하는 학교를 찾아주는 것이다.

일례로 미국 뉴욕주에서 ‘금융’을 공부하려 한다고 하자. 선택할 수 있는 과정은 ‘자격증’과 ‘준학사’(2년제 대학 졸업), ‘학사’(4년제 대학 졸업), 그리고 일부 대학원 과정이 있다. 원하는 과정을 선택하면 된다. 이어 ‘졸업성공률’과 ‘연평균 비용’을 입력하고 ‘찾기’를 누르면 된다. 예를 들어 ‘학사’를 선택하고 ‘졸업성공률’ 70%, ‘연평균 비용’ 3만 달러 이하를 입력하면 뉴욕주립대학교(SUNY) 뉴팰츠 등 8개의 학교가 나온다. 뉴욕주립대를 다녔을 때 연평균 비용은 1만 6000달러가 들며, 졸업성공률은 75%, 졸업 후 연봉은 1만 5000달러에서 4만 1000달러 정도로 나온다.

이외에도 보다 세부적인 조건 - SAT/ACT 점수, 경쟁률, 학교규모, 공립대/사립대 여부, 인종(히스패닉, 아시아인, 흑인 등) 및 성별(남학교, 여학교 등) 관련 사항, 학교의 위치(도시 및 시골), 특정 종교단체 소속 여부(미국침례교, 유대교 등)- 등을 선택하면 해당 조건에 부합한 학교들에서 졸업 후 연봉, 연평균 비용 등에 대한 최신 통계를 보여준다.

공개된 자료를 바탕으로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현지언론들이 분석한 결과, 대부분의 과정에서 졸업 후 1년차 소득이 총 부채액을 웃돌았다. 하지만 15% 정도의 과정은 부채 규모가 수입을 초과했다. 예를 들어 미네소타주의 카펠라대학은 교육학 박사학위를 받는데 드는 비용(12만 5000달러)이 초봉(6만 8000달러)보다 1.8배 많았다. 이와 비교해 애리조나주립대에선 교육학 박사학위에 드는 비용이 카펠라대의 3분의 1 정도에 불과했고 졸업 후 초봉은 7만 1000달러로 더 높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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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 30일(현지시간) 미 하버드대학교 368회 졸업식에서 한 졸업생이 기념 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AFP)

 

부채액이 연 수입액의 2배를 넘는 과정도 2% 정도다. 서던캘리포니아대 대학원에서 사회복지를 전공한 졸업생의 부채는 11만 5000달러에 달했지만, 소득은 4만 9900달러 정도로 부채가 연수입의 2.3배였다. 만약 이 학생이 샌프란시스코주립대를 갔다면 5분의 1 정도의 비용으로 학위를 따면서도 소득은 그보다 많은 6만 8000달러에 달했을 것이다. 아니면 산호세주립대에서 3만 6000달러의 비용으로 초봉 7만 달러를 받을 수도 있었다.

흔히 알려진 사회통념대로 일류대학에서 과학이나 공학을 전공한 졸업생들이 투자대비 수익이 가장 높았다. MIT공대에서 수학을 전공한 학생들의 초봉은 12만 300달러(약 1억 4183만원)에 달했는데 이들의 부채액은 8219달러(약 969만원)에 불과해 소득대비 부채비율이 4년제 학사과정 가운데 가장 낮았다.

 

물론 예외는 있다. 하버드대학이나 브라운대, 예일대 등 이른바 ‘아이비리그’로 불리는 미 명문대 졸업생들은 일반적으로 소득이 높은 편이지만 모두가 그런 건 아니었다. 예를 들어 작문 전공자는 부채가 2만 8556달러, 졸업 후 첫해 수입이 1만 9700달러였다. 역시 명문대인 서던캘리포니아대에서 드라마와 연극으로 석사학위를 취득한 졸업생은 10만 796달러를 빚지고 있었는데, 첫해 수입은 3만 800달러에 그쳤다. 공립대학의 일부 과정도 투자대비 수익률이 낮았다. 앨라배마대학에서 연극학 학사과정 졸업생의 부채는 2만 5000달러, 연수입은 1만 4000달러(약 1650만원)였다.

‘아이비리그’ 출신의 컴퓨터과학 전공자는 6자리 숫자의 연봉(10만 달러 이상)을 받은 반면에 문학이나 철학 등 인문학 전공자 졸업생 초봉은 연 2~3만 달러대였다. 같은 전공이라도 대학별 소득 격차가 있었다. 인디애나주(州)에 있는 인디애나주립대 블루밍턴 캠퍼스 사회학과 졸업생은 초봉으로 약 2만 8000달러를 받았지만, 같은 주에 있는 퍼듀대 사회학과 졸업생은 약 3만 5900달러를 벌었다.


◇ 정보 공개의 근거는 트럼프 행정명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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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펜실베이니아대학교 학생들이 워싱턴DC 뉴아메리카 재단에서 ‘라이브 데모’ 도중 자신들의 로봇이 축구를 하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다. 지난 2014년 6월 12일 촬영된 사진. (AFP)

 

이처럼 미국의 대학 및 전공별로 세분화된 자료가 공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고등교육 로비단체는 이러한 정보를 그동안 은폐하려 해왔다. 트럼프 행정부의 첫 교육부 수장을 맡은 디보스 장관은 이번에 발표한 ‘스코어카드’가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3월 발동한 ‘대학의 투명성 및 책임, 자유로운 문의 향상 행정명령(Executive Order on Improving Free Inquiry, Transparency, and Accountability at Colleges and Universities)’을 기반으로 나온 것이라고 밝혔다.

이 행정명령은 대학들이 연방정부의 지원금을 받기 위해 학생들의 표현의 자유(free speech)를 보장하는 것을 증명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그러면서 자격증, 학위, 대학원 등의 과정에서 졸업생들의 수입, 부채액 등의 정보를 공개하고 매년 업데이트하도록 했다.

AP통신 등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당시 백악관에서 서명을 하면서 “수백 억 달러를 세금으로 지원받는 대학 중 다수가 표현의 자유 및 수정헌법 제1조를 적대시하고 있다”며 “우리는 공공 교육기관들이 헌법에 보장된 학생의 권리를 침해하는 것을 묵인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 ‘배움에 지나침은 없다’ 그러나 ‘부채’에는 지나침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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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공군사관학교에서 한 졸업생이 자신의 졸업장을 들어보이며 과시하고 있다. 지난 2012년 5월 23일(현지시간) 미 공사 졸업식에서 촬영된 사진. (AFP)

미 교육부가 이번에 공개한 자료는 대학들의 투명성을 확보하는데 있어 중요한 첫걸음으로 평가된다. 


학생들에게도 어느 학교에서 무엇을 공부할지 고려하는데 중요한 판단자료가 될 수 있다. 단순히 대학을 나온다고 해서 모두가 좋은 일자리를 얻는 것이 아니라는 점 또한 확인할 수 있다. 학교를 다닐 때 훌륭한 학생이었고 예정된 스케줄대로 졸업을 했다고 해도 말이다.

미국에도 자신의 전공분야에서 일자리를 찾지 못해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학창시절에 진 빚을 갚아나가고 있는 이들이 있다. 인문학전공의 일부 학과는 졸업생들이 충분한 수입이 생길 때까진 몇 년 이상 걸린다고 한다. 많은 학생들이 감당하기 어려운 빚을 짊어진 채 적은 수입으로 버텨야 하는 것이다.

공자는 ‘배움의 즐거움’에 대해 ‘학이시습지 불역열호아’(學而時習之 不亦說乎, 때때로 배우고 익히면 이 또한 즐겁지 아니한가) 라고 논어(학이편)에서 말했다. 이 말을 대학진학을 앞둔 학생들에게 적용해 본다면 우선 학생 개개인의 특성과 적성에 맞는 전공선택이 중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배움에 즐거움을 느낄 수 있으려면 말이다.

그 다음으로는 많은 돈이 들어가는 대학공부를 통해 과연 무엇을 얻을 수 있을지를 막연한 생각이 아닌 객관적인 데이터를 바탕으로 판단해 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내가 지금 하려는 전공과정을 이미 끝낸 선배들의 졸업 후 상황을 살펴볼 수 있다면 자신에게 보다 적합한 교육과정을 생각해 볼 기회가 된다.

인생에서 중요한 선택을 앞둔 이들에게 막연한 기대감이 아닌 객관적인 데이터를 제공함으로써 ‘재고’(rethink) 할 수 있는 기회를 준다면, 상당한 시행착오를 줄여줄 수 있게 된다. 정보가 투명하게 공개된다면 대학들은 학생들에게 ‘좋은 이미지’와 ‘네임밸류’가 아니라 진짜 경쟁력 있는 교육을 제공하게 되는 계기가 될 것이다.

김수환 기자 ksh@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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