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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人플루언서] 심쿵건축 "게임으로 재밌게 쌓아올리는 건축의 매력에 빠져보세요"

입력 2020-06-01 06:00 | 신문게재 2020-06-01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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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쿵건축의 시그니처 캐릭터가 게임 심즈로 구현된 샌드박스네트워크 강남 사무실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사진제공=샌드박스)

 

도심을 거닐다 하늘을 찌르는 듯한 현대적인 건물들을 마주하면, 그 웅장함에 입을 벌리고 감탄하다가도 얼마나 복잡한 수학적·물리적 이론들이 녹아들어 있을지 궁금해지곤 한다. 건축가가 일하는 모습을 상상하면 일반인은 이해하기 힘든 복잡한 설계 도면부터 떠오르는 이유다.

마치 레고처럼 블록을 쌓거나 부수면서 구조물과 작품을 만드는 ‘마인크래프트’는 남녀노소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캐주얼 게임이다. 나와 닮거나 전혀 다른 캐릭터를 만들어 집을 짓고 이웃들과 소통하며 제2의 인생을 꾸려나가는 ‘심즈’ 역시 많은 플레이어들로부터 사랑을 받는 시뮬레이션 게임이다. 실제 건축가인 샌드박스네트워크 파트너 크리에이터 심쿵건축은 두 게임을 활용해 우리에게 친숙한 건물들을 가상의 공간에 재현하며 인기를 얻었다. 구독자는 11만9000명.

그는 한 건축사무소에서 대리 4년차까지 일하다가 현재는 그만두고 개업을 준비하고 있다. 유튜브 첫 영상은 작년 7월에 올렸다.

“일이 익숙해지니 삶이 무료하다고 느껴졌어요. 심즈를 하면서 별생각 없이 유튜브를 시작했죠. 실제로 집을 만들 때는 기획 단계에서 공사가 끝나는 시점까지 1년 가까이 걸려요. 그런데 게임에선 짧은 시간 안에 결과물에 대한 피드백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이 흥미로웠어요.”

그는 미리 대본을 작성해놓고 방송에 임한다. 구독자들의 피드백을 반영, 발음 교정을 위해 노력한 결과 지금은 무리 없이 녹음을 마무리한다. 익명성을 위해 게임 속 캐릭터를 전면에 내세우면서도 시청자들의 기억에 남을 수 있도록 독특한 라마 가면을 쓰고 영상에 등장한다.

“REVIT 등 건축 모델링에 사용하는 프로그램과 게임 속 툴이 비슷한 점이 많아요. 구독자는 채널 개설 후 3개월만에 2만명, 10개월이 지나 10만명을 넘어섰어요. 게임에서 건축을 하고 디자인 의도를 직접 설명해 주는 게 주된 콘텐츠입니다. 영화나 드라마 속 건물을 참고해 작업할 때도 있어요. 이 밖에도 현실의 건축 이야기, 건축가 소개, 업계 이슈 등을 다루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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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쿵건축이 게임 심즈로 재현한 영화 기생충의 저택.(심쿵건축 유튜브 캡처)

 

심쿵건축 채널의 영상도 초반에는 반응이 거의 없었다. 그러다 ‘진짜 건축가가 심즈에서 건축을?’ 시리즈의 조회수가 수십만을 돌파하며 구독자가 급증했다. 팬카페에는 약 150명이 가입돼 있으며 댓글로 소통한다. 얼굴 공개나 오프라인 모임 등과 관련된 계획은 아직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편집은 직접 해요. 어도비 프리미어 프로를 씁니다. 일주일에 영상 한 개를 업로드해요. 하루에 8시간씩 4~5일을 작업하죠. 영상에서 참고할 건물을 찾기 위해 작품집을 보거나 직접 답사를 다닙니다. 영상 제작에는 많은 시간이 걸리지 않아요. 대부분이 편집이죠.”

심즈는 조금 더 현실감이 있고 아기자기하며 인테리어 위주로 꾸밀 수 있는 반면, 마인크래프트는 투박한 대신 설계 전 디자인 콘셉트를 잡기 위해 만드는 건축 모형처럼 자유롭게 작업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심쿵건축은 주제와 건물의 특성에 따라 각 게임의 매력을 살려 콘텐츠를 제작한다.

“현실의 건축 이야기를 좀 더 가져오고 싶어요. 구독자들의 관심도가 다른 콘텐츠와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것이 사실이지만, 이를 극복하기 위해 관련 주제를 더 재미있게 구성하는 역량을 키워나가고 있습니다.”

사실 지금까지 심쿵건축이 특별한 사명감을 가지고 영상을 만들었던 것은 아니다. 하지만 최근에는 작은 목표가 생겼다.

“건축계의 밥 로스 같은 사람이 돼야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그가 미술을 전공한 것은 아니지만 전 세계에 그림을 그리는 즐거움을 알려줬잖아요? 실무를 하다 보면 건축가를 단순히 도면을 그려주는 사람으로 인식하는 경우가 많아요. 영상을 통해 건축가들이 어떻게 디자인을 하는지 보여주려고 해요. 결과적으로 쉽고 간단하게 건축을 알려주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비교적 최근부터 발생한 그의 수익은 아직 용돈 수준. 열심히 통장에 모으고 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심쿵건축은 마지막으로 예비 크리에이터들에게 응원의 메시지를 전했다.

“제 전문 분야인 ‘건축’과 구독자들이 흥미를 느끼는 ‘게임’을 연결하기 위한 매개체가 심즈와 마인크래프트였던 것처럼 서로를 연결할 수 있는 접점을 찾는 것이 중요해요. 돈보다는 재미있는 도전을 추구하는 방식으로 1인 방송에 임하면 도움이 될 거라 믿습니다.”

정길준 기자 alfie@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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