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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바100] 이효리와 손잡고 새 출발한 김태호PD에 대한 궁금증 3가지

[조은별 기자의 K엔터+] 왜 김태호PD는 큰손 뿌리쳤나

입력 2022-02-08 18:30 | 신문게재 2022-02-09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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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호PD (사진제공=MBC)

 

지난 해 8월 김태호PD가 MBC를 퇴사한다는 소식이 알려진 뒤 투자업계가 요동쳤다. 글로벌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로 유통되는 한국 콘텐츠의 주가가 높아지면서 대표적인 스타 연출자인 김태호PD를 영입하는 제작사, OTT에 투자하기 위한 ‘큰손’들의 문의가 빗발쳤다. 

 

그러나 김태호PD는 독립제작사를 차렸고 첫 작품으로 가수 이효리를 앞세운 ‘서울체크인’을 토종 OTT 티빙에 공급하기로 결정했다. 김태호PD는 왜 쏟아지는 스카우트 제의를 마다하고 이효리와 새 출발했을까. 

 

 

◇왜 독립 제작사인가 

 

서울체크인
티빙 ‘서울체크인’ (사진제공=티빙)

 

지난해 넷플릭스, 디즈니플러스, 카카오TV 등 국내 진출한 글로벌 OTT와 유수의 제작사들이 김태호PD 스카우트 전쟁에 뛰어들었다. 대부분의 업체들이 파격적인 조건을 앞세웠다. 방송가에서는 MBC 재직 시절 ‘먹보와 털보’로 연을 맺은 넷플릭스나 MBC 출신 PD들을 대거 영입한 카카오TV가 김PD의 새 보금자리가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그러나 김PD는 이를 모두 마다하고 직접 대출과 투자를 받아 회사를 차렸다. 서울 마포구 서교동의 한 공유오피스가 새 둥지다. 사무실 이름도 없어 ‘김태호’ 본인 이름으로 직접 우편물을 받는다. 직원 수는 10여명 안팎이다. 

 

이는 ‘제작 자율성’과 ‘콘텐츠’를 최우선으로 내세운 김태호PD의 의중이 반영됐다는 후문이다. 글로벌 OTT의 장점은 ‘통 큰 투자’지만 시의성이 중요한 예능 프로그램은 사전제작이 가능한 드라마와 성격이 다르다. 김태호PD가 제작에 참여한 ‘먹보와 털보’나 최근 화제를 모은 ‘솔로지옥’ 모두 ‘사전제작’ 작품이다. 시청자 반응에 기민하게 반응하는 국내 예능 프로그램의 속성과 맞지 않다. 

 

예능 프로그램은 촬영 당시 환경에 따라 상황이 바뀌는 경우가 종종 발생하지만 글로벌 OTT는 계약서상 조건을 바꾸기 위해서는 본사의 확인을 받아야 한다. 한마디로 ‘순발력’이 떨어진다. 이런 제약 때문에 김PD는 투자를 받은 특정회사를 통해 작품을 공개하는 것보다 독립 제작사로서 각 OTT에 작품을 납품하는 방법을 택했다. 김태호PD는 추후 넷플릭스를 비롯한 다양한 OTT에 개별 계약을 통해 작품을 공개할 것으로 알려졌다. 

 

 

◇왜 이효리인가 

 

220127 티빙 오리지널 [서울체크인] 예고편+포스터 공개
티빙 ‘서울체크인’의 한장면 (사진제공=티빙)

 

김태호PD는 MBC 퇴사 후 첫 번째 파트너로 가수 이효리와 손을 잡았다. ‘무한도전’ 시절부터 김태호PD와 친분이 깊던 이효리는 2년 전 ‘놀면 뭐하니’에서 혼성그룹 프로젝트 ‘싹쓰리’를 성공시켰다. 방송에서 이효리가 무심코 내뱉은 한마디는 걸그룹 프로젝트 ‘환불원정대’, 남성 보컬그룹 프로젝트 ‘MSG워너비’로 이어지며 시청자들을 열광시켰다. 

 

이효리를 주인공으로 내세운 ‘서울체크인’은 ‘싹쓰리’와 ‘환불원정대’ 프로젝트를 위해 제주와 서울을 오가는 이효리의 모습에서 출발한 콘텐츠다. 화장기 없는 얼굴에 트레이닝복, 모자를 눌러쓰고 가벼운 백팩에 속옷조차 챙기지 않은 채 친한 친구, 스태프, 선배 가수들의 집을 전전하는 이효리의 일상에서 영감을 얻었다. 

 

실상 이효리는 ‘관찰예능’의 선구자다. 그는 Mnet ‘오프 더 레코드 효리’(2008), ‘이효리의 X언니’(2013), 카카오TV ‘페이스 아이디’(2020) 등을 통해 리얼리티 카메라 앞에서 가식 없는 모습을 보였다. MBC 재직 시절부터 관찰 예능 프로그램에 관심이 많았던 김PD는 이효리의 또 다른 모습을 포착하며 이를 버라이어티로 발전시킬 것으로 보인다. 

 

‘무한도전’ ‘놀면 뭐하니’의 유재석에 이어 또다시 이효리라는 빅스타를 택한 것에 대해 ‘식상하다’는 반응도 있다. 그러나 신생 제작사로서 안정적으로 콘텐츠를 제작할 수 있다는 점에서 영리한 선택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서울체크인’을 통해 수익 창출원을 마련하는 한편 여타 프로그램에서는 새 얼굴을 발굴하며 실험적인 웃음에 도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김PD는 새로운 프로그램에서 해외까지 폭을 넓혀 인재발굴에 나설 것으로 알려졌다. 

 

 

◇왜 티빙인가 

 

티빙 오리지널 [서울체크인]
티빙 ‘서울체크인’의 한장면 (사진제공=티빙)

 

‘서울체크인’은 글로벌 OTT가 아닌 토종 OTT 티빙에서 이례적으로 75분간 파일럿 공개됐다. 이는 토종 OTT로서 ‘시의성’과 ‘순발력’을 앞세운 티빙의 강점이 크게 작용했다. ‘서울체크인’은 지난해 Mnet ‘아시안 뮤직어워드’(MAMA)에 13년만에 출연한 이효리의 2박 3일 서울 상경기가 주된 내용이다. 시청자들의 뇌리에서 MAMA 무대 위 이효리의 잔상이 지워지기 전 공개가 유리하다는 판단이 작용했다. 

 

티빙이 최근 ‘환승연애’ ‘술꾼 도시여자들’ 같은 트렌디한 콘텐츠를 선보여 2030 여성들에게 친화적인 OTT라는 점도 한몫했다. ‘서울체크인’은 첫 방송에서 가수 김완선, 엄정화, 보아, 화사 등 20대부터 50대에 이르는 K팝 아마조네스들의 진솔한 속내를 소개했다. 과거의 디바들이 추억에 박제되는 것을 거부하고 현재진행형으로 남기를 원하는 마음은 MZ세대부터 40대가 된 ‘82년생 김지영’ 세대까지 다양한 세대·계층 여성들을 울렸다. 

 

티빙 역시 김PD와 협업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며 ‘맞춤형’으로 움직였다는 후문이다. OTT에서 전례가 없는 75분 파일럿 공개는 티빙 측의 제안으로 이뤄졌다. ‘서울체크인’은 공개 당일 유료 가입자 기여 1위를 기록하며 화제성을 입증했고 이후 공개 2~3일차에는 유료가입기여자 합산이 3배 이상 증가했다. ‘서울체크인’의 순방문자 기록은 ‘환승연애’ ‘술꾼도시여자들’보다 2배 빠른 속도를 보였다. 티빙은 1회 방송 직후 ‘서울체크인’의 정규편성을 즉각 결정했다. 이 역시 양측의 ‘윈윈’이라는 평가다. 

 

조은별 기자 mulgae@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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