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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ir Play 인터뷰] 뮤지컬 ‘팬레터’ 윤나무·박준휘·강혜인 “이렇게 재밌고 행복한!”

입력 2022-02-22 1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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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팬레터
뮤지컬 ‘팬레터’ 정세훈 역의 박준휘(왼쪽부터), 김해진 윤나무, 히카루 강혜인(사진제공=라이브)

 

“이 작품의 초연 쇼케이스를 할 때 김태형 연출님이랑 작업을 많이 할 즈음이었어요. 그래서 제작사와 연출님이 세훈 역할 제안을 주셨는데 일정이 어깃장이 나서 못했죠. 이번에 해진 역할을 제안해 주셔서 대본을 받았는데 너무 좋더라고요.”

‘팬레터’(3월 20일까지 코엑스아티움) 김해진으로 뮤지컬 무대로 돌아온 윤나무는 이렇게 소감을 전했다. 2018년 엑소 디오(도경수) 주연의 영화 ‘스윙키즈’의 원천 콘텐츠인 뮤지컬 ‘로기수’(2016년 2월 16~4월 3일) 이후 6년만의 뮤지컬 귀환이다. “더 안하면 뮤지컬은 섭외가 안들어오겠다 싶었다” 출연 이유를 밝히며 껄껄거리는 윤나무는 “이러다가는 이제는 (코로나19 때문에) 가지도 못하는 코인노래방에서 노래하겠다 싶었다”고 눙쳤다.

뮤지컬 ‘팬레터’는 2015년 공연제작사 라이브(주)의 해외시장 진출을 위한 창작뮤지컬 공모 프로그램 ‘글로컬 뮤지컬 라이브’ 최우수작품상 수상작으로 2016년 초연 후 2017년, 2018년, 2019년에 이어 올해로 네 번째 시즌을 맞는다. 윤나무의 전언처럼 ‘로기수’ ‘카포네 트릴로지’ ‘한밤중에 개에게 일어난 의문의 사건’ ‘히스토리 보이즈’ ‘아가사’ ‘모범생들’ 등으로 호흡을 맞춘 김태형 연출작으로 글쓰기에 대한 열정, 누군가를 향한 동경이 죽음으로까지 치닫는 과정을 따른다.

일제강점기인 1930년대 경성을 배경으로 작가 지망생 정세훈(문성일·김진욱·려욱·박준휘·윤소호, 이하 시즌합류·가나다 순)과 그가 동경하는 천재소설가 김해진(이규형·김경수·백형훈·윤나무), 세훈이 해진과의 교류를 위해 만들어낸 히카루(소정화·강혜인·허혜진)의 이야기다. 김유정을 극화한 김해진을 비롯한 천재 시인이자 소설가 이윤, 소설가 이태준, 시인 김수남, 평론가 김환태 등 ‘팬레터’에 등장하는 칠인회 멤버들은 이상, 이태준, 김기림, 김환태 등 실제로 구인회 활동을 했던 문학가들을 모티프로 한다.  

 

“연습도, 무대에 서는 것도 너무 재밌어요. 사실 연습 때는 쉽지 않았는데 만나는 친구들이 너무 좋아서 재밌어졌죠. 매일매일이 행복한 사람도 외로움은 있어요. ‘팬레터’가 그 외로움을 느낄 때 세상에 누군가 한명은 내 편일 수 있다는 걸 알려주는 공연이면 좋겠어요. 삶이 각박하고 스스로 해결해내지 못하는 어려움을 겪으며 아등바등하는 분들에게 위로가 되기를 바라요. 각자가 가진 외로움과 슬픔을 알아봐주는 사람이 한명은 있을 거예요.”


2021-22 뮤지컬 팬레터(프로필 B컷)_김해진_윤나무
뮤지컬 ‘팬레터’ 김해진 역의 윤나무(사진제공=라이브)

◇이구동성 “재밌고 행복한” 뮤지컬 ‘팬레터’

 

“너무 재밌고 행복해요. (윤)나무 형이 항상 얘기해요. ‘재밌니? 행복하니?’라고. 오랜만에 정말 행복해요. 연습실에서도, 공연에서도. 걱정없이 들어가는 느낌이죠. 음이탈이 날까 걱정인 거 말고는 너무 재밌어요.”

세훈으로 새로 합류한 박준휘는 ‘팬레터’를 “넘버가 너무 좋아서 하고 싶던 작품”이라며 “게다가 주변에서 (세훈 역할이) 저랑 너무 잘어울린다고 얘기해 주셨다. 드디어 이렇게 하게 되니 너무 재밌고 행복하다”고 강조했다.

박준휘의 세훈과 쌍둥이처럼 닮은 히카루를 표현 중인 강혜인의 말을 빌자면 “히카루는 내가 할 일이 없는 캐릭터였다.” 그는 ‘어쩌면 해피엔딩’의 클레어, ‘더 캐슬’의 캐리 캐닝, ‘웃는 남자’ 데아, ‘블랙메리포핀스’ 안나, ‘태양의 노래’ 서해나, ‘이토록 보통의’ 제이 등 “발랄하면서도 그 안에 슬픔을 간직한 인물들을 주로 연기했던” 배우다.

“이런 역할은 처음이에요. 제가 하게 될 줄 몰랐죠. 공연은 보질 못했고 유튜브에서 볼 수 있는 흑화 후의 히카루 영상을 보면서 ‘내가 할 일은 없겠다’ 싶었어요. 흑화 후의 히카루는 유혹, 매혹, 섹시 등의 느낌이었거든요.”

“내가 유혹? 매혹? 섹시? 될까?”라고 물음표만 떴다는 강혜인의 말에 박준휘는 “누나(강혜인)가 밝은 역할을 했다는 게 믿기질 않는다”고, 윤나무는 “막상 하니 적격, 물 만난 고기”라고 대꾸했다.

“세상 해맑게 흑화하는 두 사람(박준휘, 강혜인)이 날로 저(김해진)를 꺼트려주니 너무 좋아요.” 

 

팬레터 강혜인
뮤지컬 ‘팬레터’ 히카루 역의 강혜인(사진제공=라이브)

 

윤나무의 말에 강혜인은 “연습 초반 때는 4연째다 보니 어느 정도는 정답이 있어서 거기에 가까이 다가가는 게 어려웠다”며 “내 체구. 어리게 생긴 얼굴에서 섹시, 유혹, 매혹 등은 승산도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고백했다.

 

“아무리 신경을 안쓰면서 해보려고 해도 안됐어요. 너무 남을 신경 쓰게 되고 스스로 창피하고…자신감있게 못하겠는 거예요. 목표점 없이 척만 해서는 안되겠다는 생각에 다시 대본을 봤어요. 히카루가 세훈에서 파생된 인물이고 제 서사가 아니라 세훈을 통해 흘러가다 보니 저는 제 인물(히카루)이 아니라 세훈이를 많이 봐야겠더라고요. 이런 작품은 처음이었어요.”

자신이 맡은 히카루를 분석하기보다 세훈을 더 많이 들여다보는 과정은 배우로서 강혜인에게 새로운 경험이었다. “다른 인물을 분석하고 쳐다보는 건 처음이었다”는 그는 대본 속 넘버 ‘뮤즈’(Muse)의 “때로는 천사인 척 다가와도 단순히 악마인지도 모르지” “때로는 달콤하고 때로는 잔인해”라는 가사에서 “강혜인만의 히카루를 찾았다.” 

 

“제가 생각했던 히카루의 섹시. 매혹, 유혹도 편견이었던 셈이죠. 아기 같은 목소리로 ‘나쁜 거 알아’ ‘아냐 나쁜 거 아냐’ ‘그렇지! 아니지?’ ‘괜찮아’ ‘나랑 함께면 할 수 있어’ 등 악마의 속삭임같은, 나만의 히카루를 표현할 수 있겠다 싶었죠. 세훈을 안정시켜주면서 다음 단계로 이끄는 존재로요. 그렇게 막을 올리면서부터는 저만의 것을 찾아서 재밌고 행복하게 공연 중이죠.”


2021-22 뮤지컬 팬레터(프로필 B컷)_히카루_강혜인
뮤지컬 ‘팬레터’ 히카루 역의 강혜인(사진제공=라이브)

◇순간순간의 연결이 끝까지…유기적 연결체 해진·세훈·히카루


“노래든, 대사든, 동선이든 무조건 유기적으로 연결돼 있다는 걸 전제로 깔았어요. 처음 세훈이한테 팬레터를 받고부터 주고받는 순간순간의 연결이 공연 끝까지 가야한다고 생각했거든요. 그렇게 편지를 주고받기 시작하면서 소설을 같이 쓰게 되고 그 문체의 훌륭함을 알게 되고…그렇게 점점 빠져드는 것 같아요.”

네 번째 시즌임에도 두달 넘게 연습기간을 가졌고 개막 한달 전부터는 리허설을 하루 한두번씩은 강행한 이유이기도 한 “유기적 연결”을 강조한 윤나무는 “극을 시작해 끝까지 타임라인을 연습에서 정리하고 얘기하고 교감하며 극 내내 감정과 인물들이 이어지게 하는 것이 화두였다”며 “어떻게 하면 정확하게 표현할 수 있을지, 새로 합류한 친구들과 어떻게 하면 시너지를 낼 수 있을까를 고민했다”고 부연했다.

“팬레터를 받기 전 해진의 상태는 어땠을지 무대에 발 딛기 전 상황에 대해 많은 고민을 했어요. 어떤 상황이기에 가슴 속에 깊은 슬픔을 안은 채 살고 있는지. 글에 대한 것도 있을 거고 신체적으로 꺼지는 느낌도 있을 거고 시한부이고…그 중 가장 와닿는 건 평단이나 대중이 어떻게 평가하든 ‘스스로 만족이 안되면 안되는 사람’이었어요. 그에 대한 결핍을 가지고 있던 해진이 세훈과 히카루를 만나면서 삶의 의지를 되찾은 게 아닐까 싶어요.”

자신이 표현하는 해진에 대해 이렇게 설명한 윤나무는 “해진에게 삶의 의미는 글”이라며 “누군가가 그걸 완성시켜줄 수 있다는 사실이 글에 올인할 수 있는 매개체가 된 게 아닐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농촌 풍경 등을 주로 묘사하는 글을 쓰신 김유정 선생님이 어떤 감정으로 이런 글을 썼을까, 그 시작이 중요했던 것 같아요. ‘어떻게 그렇게 섬세한 묘사와 아름다운 글을 쓸 수 있냐’는 말은 많이 들었어도 ‘슬펐다’거나 ‘무엇 때문에 그런 슬픔을 안고 사느냐’며 ‘나눠달라’는 말을 듣기는 처음이었거든요. (그렇게 시작되는 감정의) 방아쇠를 당기는 순간부터 죽 이어지는 것 같아요. 그 시작이 잘돼야 흐트러지거나 무너지지 않고 내 안에서 만든 성을 끝까지 밀고나갈 수 있다는 걸 염두에 뒀죠.”

팬레터 윤나무
뮤지컬 ‘팬레터’ 김해진 역의 윤나무(사진제공=라이브)

 

이어 “그렇게 뮤즈를 만나 여러 형태의 사랑을 뛰어넘는 사랑을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며 “저는 상대방이 어떻게 주느냐에 따라 180도 달라지는 배우여서 감정과 인물들, 서사는 물론 함께 하는 동료들과의 유기적 연결이 정말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제가 어느 정도 자극을 주기도 하지만 리액션이 1번인 배우죠. 그에 대한 고민이 많았는데 ‘팬레터’에는 너무 훌륭한 (배우들이 연기하는) 세훈과 히카루들이 있어 너무 좋아요.”

그리곤 박준휘와 강혜인에게 새삼 “고마워”라고 다정하게도 마음을 전한다. “유기적 연결”은 윤나무 뿐 아니라 세훈 박준휘에게도 ‘화두’였다. 박준휘는 “저 역시 상배 배우와 시너지를 내고 연결된 것들 속에 제대로 살아 있기 위한 고민을 많이 했다”고 털어놓았다.


◇무지개를 쫓는 마음, 그 마음에서 파생된 ‘생의 반려’에 대한 집착

2021-22 뮤지컬 팬레터(프로필 B컷)_정세훈_박준휘
뮤지컬 ‘팬레터’ 정세훈 역 박준휘(사진제공=라이브)

“세훈을 보면서 문득 어린시절 국어책에서 배운 무지개를 따라가는 사람들이 떠올랐어요. 언젠가는 무지개에 닿을 거라고 믿으며 쫓는 사람이요. 돌아가신 어머니, 권위적인 아버지…그런 환경 안에서 해진 선생님의 글이 얼마나 무지개 같았으면 모든 걸 다 내려놓고 갈 수 있었을까 싶었어요.”

이어 “그런 무지개 같은 존재인 해진 선생님을 만나 글로 시작해 그에 대한 사랑까지도 갈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거짓말과 선생님의 의심 등 파생되는 많은 것들 사이에서 중심을 잡는 건 해진 선생님의 글”이라고 덧붙였다.

 

그리곤 “글로서 만나 일어나는 사건들과 변화들에서는 ‘내가 중재해야 한다’ ‘그 중재를 위해 내가 의지하는 사람은 히카루다’라고 중심을 잡고 그 안에서 오가는 것 같다”고 부연했다.

“하지만 무지개는 끝이 없잖아요. 급기야 사라져 버리죠. 무지개를 쫓는 사람들은 무지개만 보다 주변을 보지 못하고 상처입히죠. 그리곤 서서히 자신을 잃어가잖아요.”

세훈이 그 무지개를 쫓으며 생기는 변화의 동반자는 ‘히카루’라는 가상의 인물이다. 그 히카루에 대해 강혜인은 “히카루가 첫 등장했을 때의 세훈이는 어머니를 잃고 아버지한테 혼나는, 남자도 여자도 아닌 외로운 아이”라며 “친구도, 곁에 있어주는 사람도 없는 상태에서 내 말을 들어주면 좋겠다는 마음에서 파생된 히카루는 친구 같은 존재이자 집을 나오는 용기를 불어넣어주는 존재이기도 하다”고 밝혔다.

“너무 좋아하는 해진 선생님을 만나서는 가까이서 만져보고 싶고 얘기 나누고 싶은 세훈을 으쌰으쌰 해주는 존재죠. 하지만 선생님과 함께 글 쓰는 작업을 하고 싶다는 마음을 키우다 거짓말을 시작하면서 이름은 히카루, 나이는 열아홉인 3월 4일생의 뮤즈가 탄생해요. 목표점으로 삼는 건 세기의 서간문을 남기는 거죠. 선생님과 제가. 저는 그것만 보고 가요. 세훈이의 수많은 마음들 중 선생님과 희대의 작품을 남기고 싶고 선생님을 속이면서 그걸 들키고 싶지 않은 마음에서 히카루가 파생됐다고 생각하거든요. 사실 선생님은 안중에 없을 수도 있어요. 세기의 서간문을 남기는 게 좀 더 중요하니까요.” 

 

뮤지컬 팬레터
뮤지컬 ‘팬레터’ 중 정세훈 역의 박준휘(왼쪽)와 김해진 윤나무(사진제공=라이브)

이어 강혜인은 “그럼에도 해진 선생님이 콜록콜록 거리나 이윤 선생님과 대화를 하는 걸 보면 가슴 아프고 슬프다. 사실 제가 히카루이긴 하지만 세훈이기도 하기 때문”이라면서도 “그렇다고 세훈이처럼 가슴 아파고 슬퍼하면서 해진 선생님을 볼 수는 없다”고 덧붙였다.

 

“눈물이 날 수도, 슬퍼할 수도 있지만 히카루로서는 중요하지 않아요. ‘생의 반려’를 쓰는 게 더 중요하니까요. 세훈이가 ‘슬퍼, 이거 안하면 안될까’라면 ‘슬퍼, 하지만 이건 써야 해’ 하는 존재가 히카루죠.“

 

그리곤 “같은 사람이지만 다른 사람”이라고 정의하는 강혜인에 윤나무는 “작지만 크게 느껴지는 (박)준휘의 세훈과 (강)혜인이의 히카루는 클론 같다”고 말을 보탰다.

“준휘도, 혜인이도 ‘팬레터’로 처음 만났어요. 준휘는 저 보다 8살 정도 어린데 ‘내가 서른살 때 저 정도의 생각과 작품에 임하는 태도를 가졌었나’ 고민할 정도로 잘하고 자극이 되는 동생이죠. 너무 예뻐요. 혜인이는 사석에서 한번 정도 마주친 적이 있는데 되게 묘하다는 생각을 했어요. ‘팬레터’ 연습 초반 ‘무대에 올라가면 물 만난 고기처럼 날아다니겠구나’ 감이 왔죠. 되게 천천히 밟아가는 스타일이에요. 조급하게 빨리 배우고 진도를 나가기보다는 처음부터 고리를 하나씩 거는 느낌이죠. 저러다 어마어마해지겠구나 싶어 ‘나도 더 열심히 해야 갰다’ 결심했어요. 준휘와 혜인이를 보면서.”


뮤지컬 팬레터 윤나무
뮤지컬 ‘팬레터’ 김해진 역의 윤나무(사진제공=라이브)

◇왜 해진은, 세훈은, 히카루는…

 

“왜라는 생각이 드는 부분들은 너무 많죠. 해진이는 왜 목숨까지 던지면서까지 글을 써야 했을까를 고민해 봤어요. 어느 순간 지금 써내는 작품이 마지막임을 감지했을 거예요. 스스로를 넘지 못하는 데 대한 괴로움을 느끼던 중에 히카라와 세훈을 만났죠. 주변의 작가님들이나 글 쓰시는 분들은 다들 공감하시더라고요. 배우인 저에게 이입해 왜 내 연기는 정체돼 있지, 왜 무대에서 한 마디도 못뱉겠지 싶은 상태를 떠올렸어요. 그 간절함과 다르지 않겠구나 싶었죠.”

윤나무는 연습 내내 “왜?”라는 생각이 들었던 순간들에 대해 이렇게 전하며 “해진은 세훈이 히카루라는 사실을 언제 감지했을까에 대해서도 연습하면서 얘기를 많이 나눴다”며 “진지하게 고민하다가 어느 순간 ‘그게 그렇게까지 중요한가, 해진한테?’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털어놓았다.

“관객들이 (해진이 세훈과 히카루가 같은 인물임을 알게 되는) 그 포인트를 찾으려고 노력하지 않으셨으면 좋겠어요. 그 대상이 누구인지를 알아채는 것 보다 ‘누구여도 상관없다’는 심리가 훨씬 더 중요한 것 같거든요. 물론 후반부 연기를 위해 묘하게 티를 내긴 해요. 해진의 감지가 객석에 노출돼야 하기도 하죠. 그 포인트는 각자 달라요. 순간에 벌어지는 일이거든요. 연출님도 자유를 주셨죠. 보시는 분들의 판단이 맞는 것 같아요.”

이어 윤나무는 “세훈인 걸 모른척하면서 히카루로 내버려둔 이유는 ‘글’이지 않을까 생각했다”며 “그런 생각도 했다. ‘섬세한 팬레터’ 장면에서 세훈이한테 편지를 대신 부쳐달라고 할 정도의 몸 상태인가? 해진 스스로 가도 되는데 계속 부탁을 하는 데서도 ‘왜?’라는 의문이 들었다”고 덧붙였다. 박준휘는 “해진 선생님을 사랑하지만 왜 세훈은 그렇게까지 하나 싶었다”며 “저 혼자서 생각한 노선 중 하나인데 결국 글”이라고 설명했다.

“단순히 사랑한다기 보다 글에 의해서 사랑한다는 걸 보여드리고 싶어요. 모든 건 글에서 기인했다는 걸요.”

팬레터 강혜인
뮤지컬 ‘팬레터’ 히카루 역의 강혜인(사진제공=라이브)

 

강혜인은 “세훈이 손을 찔러 히카루가 나가면서 죽음을 맞는데 다시 돌아와 왜 안아주지? 무슨 마음으로 안아줘야 하지? 이 고민을 진짜 많이 했다”며 “극 초반부터 표현하는 저만의 히카루랑은 너무 달랐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제 안에서 찾은 건 마음의 상실이에요. 펜을 가지고 있다가 떨구면서 히카루를 파생시킨 그 마음이 아예 없어졌다고 생각했어요. 해진 선생님을 잃고부터 세훈이는 글을 쓰고 싶은 마음이 사라졌거든요. 선생님이 마지막에 남긴 편지를 읽으면서야 다시 ‘글을 쓰겠다’는 마음 가지게 되죠. 그 순간 제(히카루)가 나와서 세훈을 안아줄 수 있는 건 그전의 히카루가 아닌 새로운 히카루이기 때문이에요.”


◇윤나무의 ‘귀한 진짜’, 강혜인의 노래, 박준휘의 “맛있는 것”

뮤지컬 팬레터 박준휘
뮤지컬 ‘팬레터’ 정세훈 역의 박준휘(사진제공=라이브)
“은사님께서 연기수업에서 해주신 얘기가 있어요. ‘진짜는 귀하고 진짜는 통한다’고. 한 마디라도 거짓 없이 진솔하게 내뱉고 노래하고 싶은 게 저희 마음이에요. 어떻게 하면 무대 위에서 살아있을 수 있고 진심을 표현할 수 있을지, 그 ‘진짜’에 미친 듯 매달리게 되는 것 같아요.”

해진과 세훈, 히카루가 죽음까지 불사하며 매달리는 ‘글’처럼 열정을 불태우는 존재에 대해 윤나무는 “귀한 진짜” “초심”이라고 꼽았다. 그리곤 “물론 각혈하면서까지 하고 싶지는 않다”고 눙친다. 강혜인는 “지금은 덜 하긴 한데 노래에 대한 엄격함이 있다”고 털어놓았다.

“연기도 어렵지만 노래에 대한 스트레스 때문에 힘든 적이 많았어요. 스스로 용납이 안되서 한동안은 해진 선생님의 마음으로 밤새 노래한 적도 있어요. 연습실까지 대여해서요. 목이 상할 걸 알면서도 노래를 멈출 수 없었고 집엘 못가겠더라고요. 아침 7, 8시까지 노래하다가 집에 가서 두 시간 정도 눈 붙이고 다시 연습실에 가 노래했어요.”

그리곤 “컨디션이 좋을 리 없고 노래도 잘 될 리가 없으니 더 속상하고…그런 시간들이 있었다”며 “지금은 그 정도까지는 아니지만 해진 선생님의 그 마음이 뭔지는 알 것 같다”고 밝혔다.

“문득 더 중요한 건 나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아직도 100% 놓은 건 아니어서 언제 또 그럴지 몰라요. 잘 해내야한다는 욕심과 책임감으로 또 새벽까지 노래할지도 모르죠. 하지만 다를 거예요. 그때는 ‘나는 중요하지 않아! 지금 당장 이걸 해내는 게 중요해’였다면 지금은 ‘내가 행복하려고 하는 일인데 왜 자꾸 스스로를 갉아먹으면서 하지’라는 생각이 들거든요. 할 수 있는 최대치를 보여주고자 최선의 노력을 다했다면 그걸로 됐다 싶어요.”

“딱히 큰 스트레스나 걱정이 없는 성격”이라는 박준휘는 “오늘 연습이 재밌으면 그걸로 됐고 공연이 흡족하면 또 그걸로 행복하다”고 털어놓았다.

“연습 때는 특히 나무 형이랑 끝나고 맛있는 걸 먹으러 가기로 한 날이 많았어요. 그러면 그걸 위해서 연습에 빠져 들어요. 공연이 끝나고 형들, 누나들이랑 맛있는 걸 먹으러 가기로 한 날을 기다리면서 매회 재밌는 공연을 하려고 노력해요. 그러면 어느새 그 날이 오니까요. 지금 걱정은 (25일 입대를 앞두고 있어) 군대인데 사실 그것도 정작 가면 잘 할 것 같아요.”


◇윤나무 “올해도 열심히”, 강혜인 “쉴 용기”, 박준휘 “충성!”

뮤지컬 팬레터 윤나무 박준휘 강혜인
뮤지컬 ‘팬레터’ 김해진 역의 윤나무(왼쪽부터), 정세훈 박준휘, 히카루 강혜인(사진제공=라이브)

 

“드라마와 무대를 같이 하게 돼서 올해도 정신이 없을 것 같아요.”

윤나무는 아직 밝힐 순 없지만 차기 드라마와 국립정동극장에서 초연되는 창작뮤지컬 ‘쇼맨_어느 독재자의 네 번째 대역배우’(3월 29~5월 15일) 동시출연으로 분주할 2022년 계획을 밝혔다. ‘쇼맨_어느 독재자의 네 번째 대역배우’는 ‘여신님이 보고 계셔’ ‘레드북’ 등의 한정석 작가, 이선영 작곡가, 박소영 연출이 다시 한번 호흡을 맞추는 창작뮤지컬로 독재정권과 국제 입양아라는 사회문제를 정조준한 블랙코미디다. 이 작품에서 윤나무는 과거의 열망과 절망 사이에서 방황하는 괴짜 노인 네불라를 연기한다.

‘어쩌면 해피엔딩’의 배우이자 ‘배니싱’ ‘랭보’ ‘사의찬미’ 등의 성종완 작·연출의 ‘웨스턴스토리’(3월 4~5월 22일 유니플렉스 1관) 연습을 병행하고 있는 강혜인은 “휴식기를 고려 중이다.”

“다소 늦은 23살에 입학한 대학부터 서른한살이 된 지금까지 너무 악착 같이 살았어요. 이 일을 오래, 건강하게 하기 위해서는 쉼이 필요하겠다는 생각은 늘 했어요. 하지만 용기가 나질 않았죠. 이제는 좀 용기를 내기로 했어요.”

‘웨스턴 스토리’가 끝나는 대로 휴식기를 가질 예정이라 귀띔한 강혜인은 “어떻게 다시 돌아올지는 모르겠지만 ‘뭐든 하겠지’라는 자신감도 이제는 생겼다”며 “건강하게 제 스스로를 돌보는 시간을 보낼 계획”이라고 밝혔다. 군입대 당일인 25일 바로 전날까지 ‘팬레터’ 무대에 오를 박준휘는 “멋진 남자가 돼서 돌아오겠다”며 벌써부터 “충성!”을 외친다.

“저를 많이 발전시켜서 돌아올게요. 군입대 전 마지막 작품이 ‘팬레터’여서 좋아요. 진짜 좋아요. 진짜 진짜 좋아요.”

그렇게 ‘진짜’를 하나씩 늘여가며 “좋아요”를 되뇌는 박준휘에 복잡한 감정을 담은 웃음이 흐른다.

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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