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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ir Play 인터뷰] 뮤지컬 ‘데스노트’ 이영미·장지후 ② 닮은 듯 다른 홍광호·고은성 라이토와 김준수·김성철 엘 등

입력 2023-06-02 18:15 | 신문게재 2023-06-03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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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노트
뮤지컬 ‘데스노트’ 류크 역의 장지후(왼쪽)와 램 이영미(사진=이철준 기자)

 

“마지막에 류크가 가져가는 게 라이토의 남은 수명인지 처음과는 달라진 정의인지는 보는 분들의 몫이죠. 하지만 사신 입장에서 후자는 인간의 문제에 대한 개입이고 심판의 영역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내 역할이 누가 죽고 사는 문제를 심판할 수 있는 정도인가 싶지만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어요.”

뮤지컬 ‘데스노트’(6월 18일까지 샤롯데씨어터) 류크(서경수·장지후, 이하 시즌합류 순) 역의 장지후는 “극 중 류크가 좋아하는 사과는 사신들이 먹고 사는, 인간의 남은 수명을 의미 하지만 처음과는 달라진 라이토의 변모 등으로 해석되기도 한다”며 이렇게 의견을 밝혔다. 

 

데스노트
뮤지컬 ‘데스노트’ 류크 역의 장지후(사진=이철준 기자)

이에 렘(장은아·이영미) 역의 이영미는 “저도 다양한 생각들이 오가고 있다”며 “류크는 수많은 사신 중 하나지만 스스로 ‘되게 전지전능한 존재’라는 생각을 한다면 또 흥미롭기도 하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을 보탰다.

“류크는 처음부터 끝까지 무대에 등장해 기승전결을 주관하잖아요. 라이토(홍광호·고은성)는 신세계의 신이고 엘도 신(김준수·김성철)이고 류크도 렘도 신이고 모두가 신이라면 누가 더 신다운지를 얘기하는 것 같기도 하거든요.”

뮤지컬 ‘데스노트’는 권태로움에 재미를 좇는 사신 류크가 이름을 적어 넣는 것으로 누군가를 죽음으로 이끄는 데스노트를 인간세계로 던져 넣으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이를 손에 넣은 후 범죄자들을 단죄하며 스스로의 정의를 실현하는 천재 법대생 야가미 라이토와 이를 저지하려는 비밀스러운 탐정 엘의 숨막히는 두뇌전이 펼쳐진다. 두 사람의 심리전에는 라이토 곁을 늘 따라다니는 사신 류크가 있다.

이영미는 “마지막에 렘이 ‘어리석은 사랑’ 넘버를 부를 때 (개인의 정의, 사적 복수를 다룬) ‘글로리’로 끝날 것 같지만 결국 류크에 의한 결말을 맞는다”고 설명했다. 

 

데스노트
뮤지컬 ‘데스노트’ 램 역의 이영미(사진=이철준 기자)

 

“렘 입장에서는 라이토가 예상 외로 너무 나쁘다는 생각이 들어요. 쟤를 남기고 소멸되는 게 너무 분하지만 그럼에도 미사(장민제·류인아)를 위한 선택을 하죠. 그 마지막 순간에 류크를 향해 ‘네가 해결할 수 있지? 해결할 거지?’라는 눈빛을 보내요. 결국 라이토와 류크의 관계가 그렇잖아요. 라이토는 류크가 이름을 씀으로서 죽음에 이르니까요.”

 

이영미가 밝힌 렘의 눈빛에서 장지후는 류크로서 “젤러스의 최후를 보고도 (미사를 위해서는 죽음도 불사하겠다는) 그 이상한, 흔들리지 않는 초연한 결심이 느껴진다”며 “그 장면에서 렘과 류크가 대사를 주고받지는 않지만 눈빛에서 다양한 것들이 보인다”고 털어놓았다.
 

뮤지컬 데스노트
뮤지컬 ‘데스노트’ 중 램 역의 이영미(사진제공=오디컴퍼니)

“류크는 렘이 그런 결심을 할 거라는 걸 알고 있었을 것도 같아요. 라이토가 렘을 그렇게 만들었으니까 ‘그냥 죽여버려야겠다’라는 건 사신계가 금지하고 있는 인간사 개입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이름을 쓰기 위해 데스노트를 펴면서 되게 원망스러운 눈빛으로 라이토를 볼 때도 있고 결국 네가 선을 넘네 라고 생각할 때도 있어요. 매 공연 다르지만 라이토를 향해서는 그런 정서가 큰 것 같아요. 으르렁거리게 되는 정서? 매 공연 다른데 어떤 때는 더 재밌어 하는 것도 같고 어떤 때는 처음 내가 봤던 라이토의 재기발랄함이 틀리지 않았구나 싶기도 하고.”



 

◇운명을 맞닥뜨리는 혹은 만나는 이영미와 장은아의 렌

“(이)영미 누나는 운명을 만난 것 같고 (장)은아 누나는 어느 지점부터는 그렇게 될 거라는 걸 아는 렘 같아요. 운명을 ‘맞닥뜨리다’와 ‘만난다’, 비슷한 것 같지만 그 차이에서 오는 타격감이 꽤 커요.”

장지후는 이영미와 장은아가 표현하는 렌의 차이를 이렇게 밝혔다. 이영미가 미사(장민제·류인아)를 예상도 못한 순간에 조우한다면 장은아는 예감하던 중 맞닥뜨리는 렌이다.

“저도, 렌도 인간을 도우면 모래로 변해버리는 걸 알고 있어요. 은아 누나의 렌은 그래서 안된다고 인식하면서도 그런 선택을 한다면 영미 누나는 ‘안된다’는 인식 자체가 없는 것 같아요.”

장지후의 말에 이영미는 “저는 ‘안된다’는 생각을 안한다” 동의하며 “마음 가는대로 그냥 가자, 솔직하고 즉흥적이고 직진하는 렌”이라고 부연했다.


◇일관된 장지후와 격차가 큰 서경수의 류크

뮤지컬 데스노트
뮤지컬 ‘데스노트’ 공연장면(사진제공=오디컴퍼니)

 

“(서)경수의 류크는 훨씬 더 장난기가 있어요. 그런데 그게 순하다는 생각이 안들고 훨씬 더 냉정하다는 느낌이 강해요. 그래서 마지막 라이토에 하는 류크의 행동이 당연해 보이죠. (장)지후의 류크는 보는 사람들로 하여금 마음을 열게 하는 것 같아요.”

이영미의 말에 장지후는 “경수 류크의 특징은 좀더 인물적인 요소가 많다는 것”이라며 “초반 라이토와의 관계에서 긴장감을 풀어주니 후반부의 반전이 극명하게 대비된다”고 덧붙였다.

“저의 류크는 어떤 결핍이나 반항심에서 찾았어요. 처음 대본을 봤을 때 류크가 너무 가볍게 느껴졌거든요. 재미를 추구하면서 인간 라이토를 따라다니는 사신이잖아요. 따라다니는 대상도, 동선도 정해져 있어서 라이토를 졸졸 쫓아다니는, 어쩌면 종속적인 느낌이 드는 캐릭터였죠. 사실 류크는 매일 똑같은 일상을 반복하며 왜 이렇게 해야하는지 자문하면서 버틸 만큼 버틴 캐릭터라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이어 “이 캐릭터를 내가 원하는대로 구축할 수 있을까, 어떻게 해야 조금이라도 주체적일 수 있을까 고민했다”며 “그래서 톤도, 걸음걸이 등 여러 가지 것들을 무겁게 잡았다”고 덧붙였다.

“강하게 설정해 일관되게 유지하면서 사건을 바라보고 있어요. 류크는 이런 성격인데 이런 사건을 어떻게 바라보고 대할지를 시종일관 생각하죠. 그게 저한테는 너무 재밌거든요. 그런 재미로 캐릭터를 만들었고 꽉 잡고 가고 있으니 이제는 즐길 것들은 충분히 즐겨야겠다, 좀 풀어지는 과정 중이죠.”


◇내버려 두게 되는 홍광호와 재밌는 일이 펼쳐질 것만 같은 고은성의 라이토

뮤지컬 데스노트
뮤지컬 ‘데스노트’ 공연장면(사진제공=오디컴퍼니)

 

“(홍)광호 형은 자기가 되게 잘난 줄 알아서 내버려 두게 되는 라이토예요. 제가 쿡쿡 찔렀을 때 확 튕겨져 나오는 리액션이 적어요. 점잖을 뺀다, 여유를 가지고 있다고 할까요. (고)은성이는 툭 건드렸을 때 막 움직이는 반응이 되게 재밌어요. ‘너는 괴물이야’라고 했을 때도 은성이는 발끈하거든요. 모니터를 막 휘어잡을 정도로. 그로 인해 재밌을 일이 펼쳐질 것만 같다는 기대감이 굉장히 크죠.”

홍광호와 고은성 라이토의 차이를 이렇게 전한 장지후는 “대사도 좀 다르고 전혀 다른 라이토들이지만 그들이 하는 선택들이 되게 재밌다”며 “특히 제일 재밌는 구간은 엘과 테니스 치는 장면”이라고 털어놓았다.

“마치 여기서 이기면 누가 세상이라도 준다고 한 것처럼 엄청 싸우거든요. 둘 다 엄청 똑똑한 사람들이잖아요. 그런 둘이 대단한 신경전을 벌이지만 그건 아무 의미가 없거든요. 류크에게는 둘이 그러고 있는 꼴이 참…똑똑한 게 뭐가 중요한가라는 생각이 들어요.”


◇선천적 천재 김준수, 후천적 천재 김성철의 엘과 사랑 앞에 성숙한 장민제와 아이 같은 류인아

뮤지컬 데스노트
뮤지컬 ‘데스노트’ 공연장면(사진제공=오디컴퍼니)

 

“(김)준수 형은 선천적 천재고 (김)성철이는 후천적 천재의 느낌이에요. 준수 형은 자기가 가지고 있는 천재성을 너무 잘 알아서 그 위에서 즐기려고 하는 반면 성철이는 자기가 머리를 쓰고 뭔가를 깨닫는 자체에 재미를 느끼는 엘 같아요.”

이어 장지후는 “두 엘이 살아온 환경이 다른 것 같다”며 “성철이는 고립돼서 살았을 것 같고 준수 형은 지니어스 파티도 즐길 것 같은 엘”이라고 말을 보탰다.

“두 미사는 배우려는 자세와 동화되는 성향이 강한 친구들이에요. 그래선지 캐릭터에 충실한 연기를 하는 것 같아요. 서로 많은 대화를 하고 의견을 공유하면서 (장)민제도, (류)인아도 아닌 제3의 캐릭터 미사를 만들어낸 것 같아요.”

이렇게 밝힌 이영미는 “인아는 좀 더 곱고 민제는 좀 거친 소리라고 알고 있는데 소리까지 미사에 맞춰 표현하고 있다”고 부연했다.

“다만 인아 미사가 사랑 앞에서 좀더 아이처럼 순수한 느낌이 강하다면 민제의 미사는 성숙하고 깊이가 느껴지죠.”

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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