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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人더컬처] 에픽하이, 현재 진행형인 40대 힙합 대디

입력 2022-03-09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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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픽하이
에픽하이 (사진제공=아워즈)

 

‘에픽하이 이즈 히어’. 올해 데뷔 20주년을 맞은 에픽하이가 지난 달 14일 발매한 앨범명은 직관적이다. 앨범명만큼이나 이들의 행보도 ‘현재진행형’이다. 멤버 전원이 40대에 접어들었고 가정을 이룬 ‘힙합대디’지만 아이돌 가수 못지않은 왕성한 활동량을 자랑한다. 지난 20년간 한국 힙합의 기틀을 닦고 수많은 가수 지망생들이 꿈을 꾸게 한 그 모습 그대로다. 

에픽하이는 지난 1일, 북미투어를 떠나기 전 본보와 서면으로 진행한 인터뷰에서 “데뷔할 때 가진 작은 소망들이 하나씩 이뤄지면서 지금의 우리가 있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멤버 투컷은 “간절히 무대에 오르고 싶던 꿈, 우리가 만든 트랙들이 앨범이 되어 많은 이들에게 들려줄 수 있게 되는 꿈, 우리를 사랑해주는 팬들을 위해 우리만의 콘서트를 여는 꿈을 꾸곤 했다”며 “모든 게 영원할 수 없기에 (팬들에게) 서서히 잊히는 것도 포함돼 있다”고 말했다.

앨범에는 이런 이들의 심정이 고스란히 담겼다. 두 번째 수록곡 ‘프리퀼’은 에픽하이의 과거, 현재, 미래를 모두 망라한 곡이다. 에픽하이는 이 곡에서 “첫 계약은 500에 3년 첫 숙소 500/30 첫 페이는 얇은 봉투 세 장 속에 만 원씩”이라며 ‘열정페이’를 받던 시절의 과거를 회상한다.

그러나 “지금의 추억은 전부 그때의 꿈(중략)/습한 홍대 지하에서 코첼라 사막 위/배경은 달라졌지만 내 땀은 마르지 않지/목표는 늘 지금보다 위 축배는 10년 지난 뒤”라며 모든 것을 다 이룬 지금도 여전히 배가 고프다고 노래한다.

 


에픽하이
에픽하이 (사진제공=아워즈)

 

한국 힙합신에서 보기 드문 음악성과 대중성을 확보하고 미국 최대 음악축제 ‘코첼라 밸리 뮤직 앤드 아츠 페스티벌 2022’에 초청받는 등 수많은 업적을 이룬 지금의 모습에 만족하지 않고 담금질에 여념이 없는 모습이다. 그러면서도 “쉽지는 않겠지, 서서히 잊혀지는 일”이라는 가사를 통해 과거의 영광에 연연하지 않겠다는 각오를 전한다. 

유명세를 톡톡히 치르느라 한때 사회면을 장식하는 곤욕을 치른 경험도 가사로, 노래로 승화했다. 과거 타블로가 악플러들에게 부당한 학력위조의혹을 당한 경험에서 비롯된 낙인은 ‘페이스 아이디’의 “죽고 산 게 엊그제/낙인 한두개는 뭐, 풀옵션인데(중략)/막상 대면하면 무장해제, Face ID(중략)/할 말 있음 올라와 수면 위로 내 눈 똑바로 보고 말해 불편 신고”라는 가사로 노래가 됐다. ‘샴페인’에서는 “마음 아픔도 굳은살이 돼 내 마음이 될 테니”라고 상처를 보듬는다.

타블로는 “하루아침에 모든 걸 빼앗겨 본 적 있기에 (다시)그런 날이 오지 않길 바라지만 올 수 있다는 생각도 한다”며 “그렇지만 이제 두렵지 않다. 매일이 고맙고 설사 내일 모든 게 변하는 일이 생기더라도 함께 변할 준비가 됐다”며 단단해진 속내를 털어놓았다.

마음이 견고해진 배경에는 가족의 힘이 컸던 것으로 풀이된다. 에픽하이는 앨범에서 유난히 가족에 대한 애정을 쏟아낸다. ‘슈퍼레어’에서는 “내 음악은 가족들의 미래”라고 했고 ‘샴페인’에서는 “이 길을 반대했던 부모님에게 난 당신들과 반대의 삶을 살겠다고 외친 게 엊그젠데/피아노를 만지작거리며 노래하는 하루를 보면 잊었던 아빠의 말투가 내 입에서 들리네”라고 2012년 타계한 부친을 그리워한다.

가수 김필이 피처링에 참여한 ‘가족관계증명서’는 가족을 향해 띄운 전상서다. 40대 가장이 자신의 어린 시절을 되돌아보는 진솔한 가사는 시가 돼 마음을 울린다. ‘힙합’ 장르 가수라면 어둡고, 부정적일 것이라는 이미지와 상충된다.

 


에픽하이
에픽하이 (사진제공=아워즈)

 

“내 모든 재능 속엔/그가 양보해준 젊음이 숨 쉬고 있어/삼 남매 연년생인 형과 누나는 눈만 마주쳐도 티격태격/늦둥이 막낸 온 집안을 헤집어대/인상 쓰던 아빠가 이해돼(중략)/마지막으로 아빠의 야윈 품에 안겨 깨달았지/천국도 나이 드네”(‘가족관계증명서’)

투컷은 “모두가 가족을 생각하는 마음은 같다”며 “힙합가수는 가정적이지 못하다는 편견을 저희가 깨고 있다”고 말했다. 미쓰라 역시 “시간이 흐르면 흐를수록 가족에 대한 소중함을 느낀다”며 “가족은 편견 없고 조건 없는 무조건적인 사랑을 주는 존재들이다”라고 강조했다. 타블로는 “제이지랑 제이콜도 아빠”라고 적었다.

한편의 시나, 수필, 단편소설을 연상케 하는 에픽하이의 가사는 타블로의 왕성한 독서경험에서 비롯된다. 손꼽히는 작사가이기도 한 타블로는 토종 OTT왓챠의 음악 예능 프로그램 ‘인사이드 리릭스’를 통해 작사가로서 경험을 대중과 나눈다. 타블로는 “‘에어백’이라는 곡을 썼을 때 당시의 심경을 전할 예정”이라며 “쉽게 얘기할 수 없는 곡이지만 솔직하게 임할 예정이다”라고 전했다. 이 곡은 지난 2011년, 학력위조 사태 뒤 타블로가 자신의 이름으로 발표한 첫 솔로곡으로 논란을 겪으며 느낀 공허함과 외로움을 ‘에어백’에 비유했다. 

내달 12일까지 진행하는 북미투어 스케줄은 혀를 내두를 정도로 빡빡하다. 이동시간이 만만치 않음을 고려하면 체력소모가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4월 15일과 22일에는 코첼라 페스티벌 무대에도 서야한다. 하지만 지난 2년간 팬데믹으로 이들을 보지 못했던 팬들의 열기가 보약인 듯 싶다.

투컷은 “투어를 위해 러닝을 하다 무릎연골이 나갔다. 오히려 체력이 나빠져 걱정이다”라고 너스레를 떨면서도 “어느곳에서 공연을 하든 팬들을 위해 열심히 하겠다”는 각오를 전했다. 미쓰라도 “공연에 목말라 있는 건 관객들도 마찬가지”라며 “함성과 기대감에 찬 눈빛을 보면 없던 체력도 생기지 않을까 싶다”고 했다. 타블로는 “곧 일상이 완전히 회복되길 희망한다”고 적었다. 짧은 문장 속, 간절함이 고스란히 전달됐다. 


조은별 기자 mulgae@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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