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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바100] 프랑스 메츠 국립오케스트라 다비트 라일란트와 바이올리니스트 양인모 “섬세한 프랑스 사운드 들려드릴게요!”

[人더컬처] 29일부터 프랑스 메츠 국립오케스트라 내한공연

입력 2022-04-25 18:00 | 신문게재 2022-04-26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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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비드 라일란트ⓒJean-Baptiste Millot(사진제공=라보라 예술기획)

 

“특정 나라의 사운드는 멘탈리티의 문제예요. 전세계적으로 공유하고 있는 보편적인 개념의 오케스트라는 독일적이죠. 프랑스 메츠 국립오케스트라 역시 독일적이에요. 다만 독일적인 콘셉트의 오케스트라에 비해 프랑스만의 고유성이 생생하게 살아 있죠. 오케스트라지만 개성적이고 개인적이랄까요. 단원 선발 기준 역시 프랑스 사운드를 제대로 구사하느냐입니다.”

 

4월 29일부터 5월 3일까지 대전, 대구, 익산, 통영, 대전 그리고 서울까지 내한 투어에 나설 프랑스 메츠 국립오케스트라의 지휘자이자 예술감독 다비트 라일란트(David Reiland)는 “프랑스적 음악언어” “프랑스 사운드”를 강조했다.  

 

“단원들 각각이 솔리스트로서의 영혼을 가지고 있어요. 일반적인 사운드를 공유하고 해석하지만 개성이나 개인적인 부분도 빛을 발하죠. 더불어 플롯, 호른, 오보에 등 목관악기의 솔로 파트들이 독일 오케스트라에 비해 많이 부각되죠. 목관악기 솔리스트들이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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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올리니스트 양인모ⓒSangwook Lee(사진제공=라보라 예술기획)
다비트 라일란트는 더불어 “프랑스 사운드는 언어를 투영하기도 한다”며 “프랑스어가 가진 특징, 프랑스인들이 말하는 방식 등이 프랑스 음악에 집적돼 있다”고 말을 보탰다.  

 

“프랑스어는 영어나 독일어처럼 액센트가 없어요. 다이내믹 없이 고요하게 흘러가죠. 이탈리어아처럼 인토네이션(Intonation, 음조 혹은 억양. 음의 상대적인 높이의 변화)이 다양하지도 않아요. 소리의 다이내믹이나 템포가 아니라 디테일 속 디테일, 섬세함으로 나타나죠. 사고, 말하는 방식 뿐 아니라 명품, 보석 세공, 옷 등 프랑스의 모든 것에서 나타나는 델리커시(Delicacy)가 오케스트라에도 녹아 있습니다.”

 

다비트 라일란트가 강조하는 프랑스 사운드는 메츠 국립오케스트라와 6번의 프랑스 투어 공연을 함께 한 한국인 바이올리니스트 양인모에게도 중요한 지점이었다. 

 

양인모는 “작년 2월쯤 많은 공연들이 취소되고 리스케줄 됐던 당시 가뭄의 단비처럼 제안 받은 투어”라며 “이 투어가 프랑스 뿐 아니라 한국으로도 이어진다는 걸 알고 제 기억에 오래 남을 협연이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밝혔다. 

 

“협연을 할 때 가끔은 지휘자와 협연자가 기싸움을 하기도 하는데 이번에는 주도권이 치우치지 않고 함께 흘러가는 것 같았어요. (다비트 라일란트는) 자유롭게 연주하게 배려해주시면서도 소리에 대한 장악력을 잃지 않으시죠. 단원들도 개성이 잘 느껴져요. (프랑스 투어에서의) 총 6번의 연주를 통해 형성된 케미스트리가 이번 한국투어에서 어떻게 발휘될지, 얼마나 울림이 풍부해지고 색이 선명해질지 기대가 돼요.”

 

 

◇프랑스 사운드로 무장한 젊은 오케스트라 메츠

 

프랑스 메츠 국립오페라ⓒCyrille Guir
프랑스 메츠 국립오페라ⓒCyrille Guir(사진제공=라보라 예술기획)

   

메츠 국립오케스트라(이하 메츠)은 프랑스 정부가 지정한 12개 국립 오케스트라 중 하나다. 프랑스를 비롯해 스페인, 이탈리아, 영국, 스위스, 독일, 네덜란드, 오스트리아, 벨기에, 룩셈부르크 등에서 연간 85회의 크고 작은 연주회를 진행하며 빠르게 성장 중인 메츠는 2009년부터는 유럽 최고의 공연장 중 하나로 평가받는 아스날(Mets Arsenal)의 상주 오케스트라로도 활동 중이다. 

  

“메츠는 창작, 투어, 젊은 연주가 발굴 그리고 외교 차원에서의 프랑스 문화 보급에 힘쓰고 있습니다. 12개 국립 오케스트라 중 가장 젊은 악단으로서 해외에 알려지지 않은 프랑스 현대 작곡가 작품을 오리지널 그대로 연주하고 녹음해 음반으로 발표하는 사명을 수행 중이기도 하죠. 메츠의 지정학적 특징은 다문화적이라는 겁니다. 프랑스의 도시지만 벨기에, 독일, 룩셈부르크와 인접해 문화적으로 영향을 받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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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비드 라일란트ⓒChristophe Urbain(사진제공=라보라 예술기획)

이어 “메츠 사람들은 프랑스어를 모국어로 하지만 독일어, 룩셈부르크어 등을 할 줄 아는, 혼종된 문화의 산물이다. (독일인 아버지와 프랑스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저 역시 그 산물 중 하나”라며 “프랑스 사운드를 가지고 있지만 DNA에는 (독일 작곡가) 리하르트 바그너(Richard Wagner)의 음악 그대로를 소화하는 잠재력도 가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메츠와는 (2018년부터) 4번째 시즌을 함께 하고 있는데 3가지 측면에서 적극적으로 진행하는 프로그램들이 있죠. 제 전임 예술감독인 쟈크 메르시에(Jacques Mercier)에게 유임받은 프랑스 낭만주의 레퍼토리 연주와 동시대 창작음악 발굴·육성·연주 그리고 모차르트, 하이든, 초기 베토벤 등 18세기 비엔나 학파들의 꾸준한 연주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어요. 18세기 비엔나 학파 작곡가들, 이 시기의 작품들이 중요한 이유는 유럽 고전주의의 시발점이기 때문이죠. 역사적 중요성, 시대의 중요한 정보들이 음악 속에 녹아 있거든요. 비브라토 등 연주법이 현재와 어떤 연계성이 있는지를 발굴해 연구하며 재해석 중이죠.”

 

다비드 라일란트는 프랑스 메츠 국립오케스트라에 이어 한국의 국립심포니오케스트라 예술감독으로 선임됐다. 두 악단의 교류에 대해 다비드 라일란트는 “두 악단이 함께 연주한다면 상상 할 수 있는 작품들이 많다”며 “리하르트 슈트라이스(Richard Georg Strauss)의 ‘알프스 교향곡’(Eine Alpensinfonie op. 64)과 구스타프 말러(Gustav Mahler)의 ‘교향곡 8번’(Symphony No. 8 in E flat major)은 두 오케스트라가 단순히 무대에서 함께 연주하는 이상의 것을 할 수 있다”고 털어놓았다.

 

 

◇생상스로 아름다움, 다양한 감정 공유하기를

 
프랑스 메츠 국립오페라ⓒCyrille Guir
프랑스 메츠 국립오페라ⓒCyrille Guir(사진제공=라보라 예술기획)

 

애초 지난해 계획됐지만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으로 미뤄진 이번 내한투어에서 메츠는 H. 베를리오즈(Louis-Hector Berlioz) 오페라 ‘베아트리스와 베네딕트’(Beatrice and Benedict)의 서곡과 카미유 생상스(Camille Saint Saens)의 ‘바이올린 협주곡 3번’(Violin Concerto No. 3 in B minor, Op. 61), ‘교향곡 3번 오르간’(Symphony No. 3 in C minor, Op. 78 ‘Organ’)을 연주한다.  

 

“애초 생상스 서거 100주년을 기념한 프로그램이지만 그의 작품 자체가 지극히 프랑스적이면서도 고전적이기 때문에 보편적인 가치를 전달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모든 ‘협주곡’ ‘교향곡’이 고전적 형식을 취하는 프랑스 낭만주의 작가로 고전주의의 엄격성으로 전세계 사람들과 교감이 가능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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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비드 라일란트ⓒCyrille Cauvet(사진제공=라보라 예술기획)

 

내한 공연의 문을 여는 베를리오즈에 대해 다비트 라일란트는 “프랑스의 교향곡 역사에서 확고한 선을 그은 작곡가”라며 이번에 연주될 ‘베아트리스와 베네딕트’의 서곡에 대해서는 “특히 교향악적 형식이나 기발함 뿐 아니라 셰익스피어 같은 문학성까지 만끽할 수 있는 곡”이라고 설명했다.  

 

“프랑스 낭만주의 시대의 ‘바이올린 협주곡 3번’은 생상스가 살던 시대를 넘어 모리스 라벨(Maurice Joseph Ravel), 클로드 드뷔시(Claude Achille Debussy) 등으로 이어지는 프랑스 음악계보를 예견할 수 있는, 시대를 초월한 작품이죠.”  

 

이 작품을 함께 하는 한국의 바이올리니스트 양인모에 대해 다비트 라일란트는 “연주도 탁월하지만 사운드에서 프랑스 음악을 이해하는 아티스트라는 느낌을 받았다”며 “프랑스의 젊은 오케스트라와 음악적으로 프랑스어 구사가 가능한 한국의 젊은 아티스트가 교감하고 소통하면서 형제애를 느끼고 싶었다”고 선정 이유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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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올리니스트 양인모ⓒSangwook Lee(사진제공=라보라 예술기획)

내한 전 메츠와 1번의 프랑스 투어 공연을 함께 한 바이올리니스트 양인모 역시 “프랑스에 살아보지는 못했지만 제가 추구하는 소리가 이 나라와 멀리 있지 않다고 늘 생각했다”며 ‘바이올린 협주곡 3번’에 대해서는 “프랑스 청중에게 처음 다가가게 해준 의미 있는 곡”이라고 털어놓았다. 

 

“파가니니를 연주할 때 느끼는 화려함과 프랑스적 우아함을 동시에 보여줄 수 있는 곡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깊은 만족감을 주는 곡이죠. 특히 2악장 마지막 클라리넷과 바이올린의 듀엣 부분이 하이라이트가 될 거예요. 서로 다른 개인성이 어떻게 아름다운 합을 이룰지 기대가 됩니다. 악장의 기교는 단순히 독립적인 게 아니라 미의 일부일 수 있고 그 미를 더 부각시키는 장치이기도 하죠.”  

 

이어 “생상스는 굉장히 훌륭한 멜로디스트여서 아무리 빠른 부분에서도 선율 감각 잃지 않는다. 이번 기회로 이곡이 제 레퍼토리에서 더 중요한 곡으로 자리잡을 것 같다”고 말을 보탰다.  

 

“아름다움을 느끼시면 좋겠어요. 프랑스 문화는 아름답기 때문에 이번 내한 투어를 통해 오래 기억에 남을 아름다움 느끼시면 좋겠습니다.” 

 

내한 공연의 대미는 ‘교향곡 3번 오르간’이 장식한다. 이 곡에 대해 다비트 라일란트는 “생상스가 이 곡을 작곡하던 시기에 프랑스 작곡가들은 교향곡 작곡에 열정을 상실한 상태였다. 오페라에 치중해 돈을 벌고 지명도 높이기에 집중했다”며 “교향곡 작곡 수준이나 방식에서 독일에 콤플렉스를 느끼던 상태에서 생상스가 완성한 ‘교향곡 3번 오르간’은 프랑스 교향곡 역사로 새로 쓰는 작품이 됐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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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비드 라일란트ⓒChristophe Urbain(사진제공=라보라 예술기획)

 

‘교향곡 3번’은 프랑스를 대표하는 오르가니스트 올리비에 베르네(Olivier Vernet)와 함께 한다. 올리비에 베르네에 대해 다비트 라일란트는 “아리스티드 카바예-콜(Aristide Cavaille-Coll)이 제작해 프랑스에서 널리 쓰이는 오르간 소리를 마스터한 연주자”라며 “전자오르간으로 19세기 카바예-콜 소리를 추출해 마스터한 그와 함께 본질적인 사운드 구사하기 위해 노력 중”이라고 전했다.

 

“생상스의 ‘바이올린 협주곡 3번’과 ‘교향곡 3번 오르간’은 얼굴을 맞대고 있는 양대 기둥입니다. 생상스 작품 안에서 희로애락, 희망 등 다양한 감정을 느끼실 수 있기를, 그 감정들을 공유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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