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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에서 '베이비박스' 설치 조례 공청회 … 열띤 토론 펼쳐져

입력 2022-08-26 2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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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특별자치도 환경도시위원회 송창권 위원장이 공청회를 주관하고 있다
제주도에서 ‘베이비박스(Babybox)’ 설치 및 지원조례 제정을 위한 공청회가 열려 열띤 토론이 펼쳐졌다.

이번 공청회는 더불어민주당 소속 송창권 도의원(환경도시위원회 위원장)이 주관해 지난 23일 제주특별자치도 의사당 소회의실에서 열렸다.

송창권 의원은 이날 “도내 출생신고가 어려운 위기임산부 및 미혼모의 아기를 안전하게 보호할 수 있는 베이비박스 설치에 관해 도민들의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기 위해 공청회를 열었다”고 설명했다.

이날 공청회에서 (재)주사랑공동체의 양승원 사무국장과 배지연 사회복지학 박사가 각각 ‘베이비박스 13년, 출생신고 사각지대 제주도 사례를 중심으로’와 ‘한국형 베이비박스 운영지원을 위한 특별조례제정과 과제’라는 제목으로 주제발표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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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단법인 주사랑공동체의 양승원 사무국장이 공청회에서 질의응답에 응하고 있다.
양 국장은 제주도에도 베이비박스 지원 시스템 구축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13년 동안 제주도에서 불가피한 사정으로 출생신고가 어려운 미혼모 18명이 비행기를 탈 수 없어 배를 타고 서울 베이비박스까지 16시간이 걸려 올라왔다”며 배로 이동할 경우 아기가 위험에 노출될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양 국장은 특히 “아직 보호출산제 도입이 불투명해 법과 제도가 마련되기까지 출생신고 사각지대에 노출된 아기의 생명과 미혼모의 생명이 위협받고 있다”며 이들을 위한 한국형 베이비박스 ‘위기영아보호상담지원센터’가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배지연 박사는 “베이비박스가 영아 유기를 조장한다는 뚜렷한 근거가 없고 베이비박스를 철거하더라도 영아유기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이종락 목사가 운영 중인 베이비박스는 다른 나라와 달리, 아기를 두고 가면 보육교사가 10초 안에 안전하게 보호하며 상담사가 밖으로 나가 아기의 친부모를 만나 상담하고 아기를 키울 수 있도록 적극적인 복지지원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배 박사는 또 “센터장이 후견인으로서 성본창설을 하고 위탁 또는 입양을 통해 가정에서 아동이 보호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출생신고와 원가정 보호를 보다 쉽게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출생신고 사각지대에 놓인 위기임산부 및 미혼모를 지원하는 특화된 아동복지서비스로서의 위기영아보호상담지원센터를 제주도 자치법규에 제정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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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지현 사회복지학 박사가 주제발표를 하고 있다.
주제발표 후 열띤 토론이 이어졌다. 인트리 최형숙 대표는 “한국형 베이비박스가 무엇인지 모르겠다”며 “현재도 위기에 놓인 미혼모 상담과 복지를 제공하고 있는 곳이 지역사회에 많이 있으며, 유기를 조장하는 베이비박스는 필요 없다”고 말했다.

자신을 미혼모라고 소개한 김 모 씨는 “베이비박스에 아기를 버리는 사람은 미혼모가 아니다”라며 미혼모와 억지로 연결 짓지 말아 달라고 항변했다. 미혼부모가 아기를 양육할 수 있는 복지제도와 환경이 좋아졌는데 베이비박스가 왜 필요한지 모르겠다는 질문도 이어졌다.

보육원 대표라고 밝힌 한 남성 참석자는 “베이비박스로 인해 아기들의 알권리가 침해된다”며 “왜 아이 인권에 대해서는 한 마디도 안 하는지 묻고 싶다”고 따졌다.

양 국장은 이에 대해 “사전에 지역사회에 있는 국가기관과 미혼모 상담센터, 복지 정보를 충분히 제공하지만 그곳은 출생신고가 조건이며, 도움을 구했지만 도움을 받지 못해 최후의 수단으로 베이비박스에 아기를 보호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한국형 베이비박스는 출생신고가 어려운 아기와 엄마를 안전하게 보호하고 위기 상담과 복지를 즉시 지원하는 곳”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양 국장은 이어 “베이비박스에 오는 사람은 미혼모가 맞다”며 “10개월 동안 뱃속에서 아기를 안전하게 보호한 것 또한 엄마의 역할을 한 것”이라며 베이비박스 미혼모를 옹호했다. 아이들의 알권리와 관련해서도 “아이 인권도 중요하지만, 생명보다 인권이 앞설 수 없다”며 “생명을 살리고 나서야 알권리도 주장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한국에서 영아살해 건수가 평균 14~15명이었다면, 베이비박스가 설치 된 후 실제 5~6명이 감소했다”고 전했다.

한편 2009년 12월에 베이비박스가 처음 설치된 이후 현재까지 2006명의 아기가 베이비박스에 안전하게 보호된 것으로 집계됐다. 베이비박스에 두고 간 친부모 96%를 만나 상담해 그 중 17%는 원가정 복귀 후 자립지원을 하고, 17%는 출생신고를 통해 가정에서 자랄 수 있도록 입양정보를 제공하며, 출생신고가 어려운 아동 66%는 보육시설에서 보호를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상담을 통해 아기를 키우기로 한 가정에는 매월 1~2회 양육키트와 생계비, 주거비, 병원비, 법률지원, 아동위탁 등 100% 자부담으로 400여 가정을 3년간 돕고 있다.

한국형 베이비박스는 다른 나라의 베이비박스의 위기영아보호 기능뿐 아니라 친부모가 아기를 키울 수 있도록 상담하고 필요한 모든 복지지원을 즉시 지원하는 것을 말한다.

이금재 맘스커리어 대표 겸 브릿지경제 객원기자 ceo@momscare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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