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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릿지 칼럼] K뮤지컬 시대를 꿈꾸며

입력 2022-10-06 14:01 | 신문게재 2022-10-07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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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경 건국대 교수/변호사
몇년 전 BTS의 빌보드차트 정복, ‘기생충’ 아카데미 쾌거에 이어 지난달 ‘오징어게임’ 에미상 수상에 이르기까지 K팝, K드라마, K무비 등의 위세가 세계 곳곳에서 몰아치고 있다. 그야말로 ‘K-Everything’ 시대가 막을 올렸다. 그런데 그 찬란한 한류 콘텐츠 중 유독 뮤지컬은 다른 장르에 비해 상대적으로 꽤 뒤쳐진다. 영화, 음악 등에 비해 역사도 짧고 인프라가 빈약하더라도 음악, 춤, 연기, 스토리텔링 등 한국인 특유의 재주와 끼를 한곳에 모아놓은 뮤지컬 장르에서 왜 아직까지 괄목할 만한 성과가 나오지 않을까.

하지만 위기에서 기회가 온다고 했던가. 우리 뮤지컬시장은 코로나 사태를 겪으면서 많은 제작사들의 도산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꿋꿋하게 성장해 진화하는 중이다. 공연예술통합전산망(KOPIS)에 따르면 1800억원대 규모의 2022년 상반기 뮤지컬시장은 흥행 대작들이 잇달아 무대에 오르는 하반기의 진행 속도라면 2022년 4000억원을 바라볼 수 있다. 결국 치열한 경쟁에서 다양한 전방위 전략으로 살아남으면서 어느 때보다 더 강해진 우리 뮤지컬 산업에서 브로드웨이, 웨스트엔드에 필적하는 K뮤지컬의 미래를 엿보게 되는 것이다.

우선 소재의 다양화부터 눈에 띈다. 그 동안은 우려먹을대로 우려먹은 뻔한 사랑 얘기나 가벼운 신변 일상사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제작의 용이성·경제성 또는 흥행의 안정성이 다양성으로 가는 K뮤지컬의 발목을 잡았을 뿐이다. 그러나 사회의 구성원들이 뮤지컬 장르를 통해 공감하고 한번쯤 스스로 성찰할 만한 소재들이 얼마나 많은가? 이에 고독사라는 사회문제를 내세운 뮤지컬이 등장한다. PL엔터테인먼트의 창작뮤지컬 ‘어차피 혼자’는 시류와 안일함에 영합하지 않고 한국 뮤지컬 산업의 미래를 부단하게 고심했다. 구청 복지과 직원의 눈에 비춰본 고령화 사회의 현황과 문제점은 사회극 수준을 뛰어넘는 생각거리를 제공한다.

그 동안 ‘레베카’ 등의 이국적 배경 작품으로 사랑을 받아온 제작사 EMK는 지극히 한국적인 소재에 눈을 돌렸다. 통일신라 시대 해상왕 ‘장보고’를 다룬 창작품 ‘오션스’는 장보고 개인의 흥망성쇠를 그리는 차원을 벗어나 신라사회의 골품제, 사회계급간 갈등까지 풀어낸다. 갈수록 갈등과 분열로 치닫는 오늘날 대한민국 사회에 깊은 고민과 시사점을 던져준다. 뮤지컬 작품이 하나의 사회 고발 다큐멘터리인 셈이다

한국 뮤지컬의 새로운 관객과 외연 확장은 신선한 아이디어와 거침없는 실험정신에서 시작된다. 소재 뿐 아니라 제작-공연 방식으로도 K뮤지컬 시대의 도래는 앞당겨진다. 손예진-현빈 주연의 동명 드라마를 원작으로 하는 뮤지컬 ‘사랑의 불시착’은 단순히 드라마를 각색한 작품이 아니다. 뮤지컬 ‘사랑의 불시착’은 서울 코엑스 아티움 공연을 필두로 일본 진출을 염두해 기획된 작품이다. 9월 말 제작사 에이투지, T2N미디어는 일본 굴지의 후지TV와 협업 계약을 체결해 독점 공연을 진행한다. 한국 배우가 한국어로 공연하는 오리지널 팀과 일본 배우의 레플리카 팀이 쌍끌이로 나선다. 동명 드라마의 인기가 드높았던 일본 열도의 흥행 성적에 따라 대만, 싱가포르, 말레이시아로 확장될 예정이다. 그 어디에도 없는 세계 유일 분단 상황에 기반한 러브스토리부터 북한 생활까지 “후라이 까지 않고” 담아내면서 K뮤지컬 해법의 실마리를 풀어낸다 시대정신을 투영한 다양한 소재, 세계를 휘어잡는 K콘텐츠 특유의 매력으로 이제는 K뮤지컬이 범 내려오듯이 지구촌 하늘을 수놓을 것이다.

이재경 건국대 교수/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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