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위치 : > 뉴스 > 산업·IT·과학 > 게임·SW·포털·제약·바이오·과학

[의료 이슈] 암 세표만 콕 집어 파괴, ‘중입자 치료’ 본격화…관건은 ‘비용’

방사선 치료 대비 2~3배 높은 효과…치료 후 환자가 느끼는 통증도 없어
해외 원정 치료 대비 비용 절반으로 줄었지만…보험 적용 안 돼 부담 여전

입력 2023-05-02 12:58

  • 퍼가기
  • 페이스북
  • 트위터
  • 인스타그램
  • 밴드
  • 프린트
[사진1] 실제 중입자치료를 진행한 고정형 치료실 전경.
중입자 치료를 진행한 고정형 치료실 전경. (사진제공=연세의료원)

 

강한 충격을 암세포에만 정밀하게 조사해 파괴하는 방식의 ‘중입자 치료’가 국내에서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중입자 치료에 대한 문의 전화만 하루 100여건에 달하는 등 난치성 암 환자의 새로운 희망으로 떠오르고 있지만, 건강보험을 적용해 높은 치료비 부담을 줄여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2일 연세의료원 등 의료계에 따르면, 중입자 치료는 탄소 입자를 이용한 방사선 치료의 하나로 양성자 치료에 사용되는 수소 입자보다 12배 무거운 탄소 입자를 가속시켜 종양(암세포)만을 조준해 파괴하는 치료 기법이다.

기존 방사선 치료와 양성자 치료에 비해 2~3배 높은 치료 효과(생물학적 효과, 세포 살상 능력)를 보여 난치 암을 극복하기 위한 ‘꿈의 암 치료기’라 불린다. 중입자가 양성자보다 질량비가 12배 높아 질량이 무거운 만큼, 암세포가 받는 충격 강도도 크기 때문이다.

방사선 치료의 경우 평균 25차례 치료가 시행돼 치료 기간이 한 달 정도 소요되지만, 중입자 치료는 평균 12차례 치료가 시행된다. 환자 한 명당 치료 시간도 2분 정도에 불과하며 치료 후 환자가 느끼는 통증도 거의 없어 편의성이 크게 향상될 것으로 기대된다.

현재까지 중입자 치료기를 보유한 국가는 일본, 독일, 이탈리아 등 전 세계 6개에 불과하다. 한국은 연세의료원을 통해 전 세계에서 7번째로 중입자 치료기를 보유한 국가가 됐다.

연세의료원은 최근 60대 전립선암 2기 환자를 대상으로 첫 중입자 치료를 시작했다. 이 환자는 전립선 피막 안에만 1.2cm 크기의 종양이 존재했고, 림프절과 주변 장기로 전이는 없는 상태다. 첫 조사 이후 3주간 12회에 거쳐 치료를 실시할 예정이라는 게 병원 측 설명이다.

첫 치료를 마친 환자는 “치료를 시작한 지 몇 분 되지 않았다고 생각했는데 치료가 끝났다고 해 놀랐다”면서 “통증도 전혀 느낄 수 없었다”고 말했다.

전립선암을 대상으로 한 중입자 치료의 가장 큰 장점은 효과다. 중입자 치료 경험이 가장 풍부한 것으로 알려진 일본에서도 전체의 25~30% 정도가 전립선암 환자다.

다만, 모든 전립선암이 중입자 치료의 대상이 되는 것은 아니다. 전립선암 병기 1~4기 중 4기와 전이가 있는 케이스는 치료가 어려운 경우가 많다. 수술로 전립선을 절제한 경우와 이전에 전립선 부위에 방사선 치료를 받았어도 마찬가지다. 중입자 치료가 암세포 덩어리를 대상으로 하는데 치료를 받으면 대상을 찾기 어렵기 때문이다.

연세의료원은 총 3개의 중입자 치료실(고정형 1대, 회전형 2대)을 운영할 계획이다. 이중 고정형 1대의 가동을 먼저 시작했으며 올해 말 회전형 1대를 가동한 뒤 내년쯤 3대를 모두 가동할 방침이다. 병원 측은 매년 약 1200명의 암 환자가 중입자 치료를 받을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익재 연세의료원 중입자치료센터장은 “현재 중입자 치료가 가능한 암은 혈액암을 제외한 모든 고형암이지만 향후 골·연부 조직 육종, 척삭종, 악성 흑색종 등의 희귀암의 치료는 물론, 기존 치료 대비 낮은 부작용과 뛰어난 환자 편의성으로 전립선암 치료 등에도 널리 활용될 것”이라고 말했다.

중입자 치료기 도입을 통해 중증 난치성 질환 극복이 가능해졌지만 관건은 비용이다. 아직 중입자 치료에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만큼, 평균 12회 치료에 필요한 5000만원 이상의 비용을 오로지 환자 본인이 부담해야 하기 때문이다.

과거 암 환자들이 중입자 치료를 위해 해외로 원정 치료를 떠날 경우 필요한 비용이 1~2억 원에 달했던 점을 고려하면 최소 절반 가까이 줄어들었지만, 여전히 모든 환자가 치료를 결정하긴 어려운 수준이다.

의료계 한 관계자는 “암 치료 부담을 줄이고 실질적인 치료 효과를 높이기 위해서는 건강보험 적용이 필요하다”며 “건강보험이 적용될 경우 치료비가 500만원 수준으로 낮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안상준 기자 ansang@viva100.com 

  • 퍼가기
  • 페이스북
  • 트위터
  • 밴드
  • 인스타그램
  • 프린트

기획시리즈

  • 많이본뉴스
  • 최신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