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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릿지 칼럼] 법인세 감면 효과, 노동 개혁에 달렸다

입력 2023-08-14 06:33 | 신문게재 2023-08-14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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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복 파이터치연구원 연구실장
지난 정부를 거치면서 우리나라 법인세의 조세 경쟁력이 매우 악화됐다. 주요 선진국들이 법인세 감면 경쟁을 통해 자국 내 투자와 일자리 창출에 힘을 쏟은 반면, 우리나라는 이런 추세에 역행했기 때문이다. 미국 조세재단이 발표하는 법인세 경쟁력 지수 순위를 살펴보면, 연도 간 비교가 가능한 OECD 35개국 중 한국은 2017년 20위에서 2022년 33위까지 떨어졌다. 법인세 경쟁력이 하락한 이유는 지난 2018년 법인세 최고세율을 22%에서 25%로 3%p 인상함과 동시에 과표구간도 기존 3단계에서 4단계로 복잡하게 변경했기 때문이다. 윤석열 정부 들어 다시 법인세 감면과 과표구간 단순화를 추진했지만, 야당의 반대로 전 구간별 1%p 감면하는데 그쳤다. 같은 기간 법인세 최고세율을 감면하거나 과표구간 단순화를 통해 법인세 경쟁력을 높인 미국(35위→21위), 영국(17위→9위), 벨기에(30위→13위)와는 대조적이다. 세계적인 추세에 맞춰 우리 기업의 경쟁력을 강화하고 경제 성장을 촉진하기 위해 추가적인 법인세 감면이 필요한 시점이다.

다만, 법인세 감면 자체가 기업의 투자를 촉진시키고, 일자리 문제를 해결해주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염두에 둬야한다. 최근 재단법인 파이터치연구원에서 발표된 ‘법인세와 노조협상력’ 보고서에 따르면, 중소기업 또는 대기업에 대해 법인세율만 감면하면, 총실질생산, 실질설비투자, 일자리가 미미하지만 오히려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중소기업 또는 대기업에 대한 법인세율을 10% 감면하면서 노조협상력을 10%를 함께 낮추면, 총실질생산, 실질설비투자, 일자리가 중소기업의 경우 2년간 각각 27.5조원, 3조원, 91만개 증가하고, 대기업의 경우 2년간 각각 25.9조원, 2.9조원, 85만개 증가한다. 요컨대, 법인세 감면의 효과가 노조 힘의 크기를 나타내는 노조협상력에 따라 달라진다는 것이다.

이와 같은 결과가 도출된 주요 이유는 다음과 같다. 중소기업 또는 대기업 법인세율만 낮추면, 가계에서는 배당소득 또는 성과급이 증가해 노동공급시간을 줄인다. 노동공급시간이 감소하면, 임금이 상승한다. 이런 임금 상승효과로 총실질생산, 실질설비투자, 일자리가 조금 감소하게 된다. 반면, 중소기업 또는 대기업 법인세율을 감면하면서 노조협상력을 같이 낮추면, 노조가 사측과 협상을 통해 얻게 되는 임금프리미엄이 크게 감소한다. 이 경우 임금프리미엄 감소효과로 총실질생산, 실질설비투자, 일자리가 증가한다.

해당 연구 결과는 실제 데이터로도 입증돼 신뢰성이 높다. 노조협상력을 나타내는 지표로 2006년부터 2019년까지 OECD 36개 국가의 노사관계협력지수를 활용해 분포도를 그려보면, 노조협상력이 높아질 때 법인세율을 감면하면, 미미하지만 경제성장률과 고용이 감소한다. 반면, 노조협상력이 낮아질 때 법인세율을 감면하면, 경제성장률과 고용이 증가한다.

우리나라 노조법은 미국, 프랑스, 독일과 달리 사업장 내 파업이 부분적으로 허용되고, 파업 기간 중 대체근로를 금지하고 있다. 이에 더해 최근에는 불법 파업으로 발생한 손실에 대해 사측의 손해배상까지 제한하는 노란봉투법까지 추진되고 있다. 모두 노조에게 보다 큰 힘을 실어주는 법조항들이다. 이런 상황에서는 법인세를 감면한다고 하더라도 큰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법인세 감면의 긍정적 효과를 도출하기 위해서는 법인세 감면과 함께 사업장 내 파업 전면 금지, 파업 기간 중 대체근로 허용, 노란봉투법 철회와 같이 노조협상력을 약화시키는 노동 개혁을 동시에 추진해야 한다.

박성복 파이터치연구원 연구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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