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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바100] 국내 최초 패티 구워주는 로봇, 1시간에 200개 '뚝딱'

[스타트업] 햄버거 패티 조리 로봇 개발 업체 '에니아이’ 황건필 대표
외식업계 인력난 해결책으로 로봇 제시

입력 2023-08-14 07:05 | 신문게재 2023-08-14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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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니아이의 햄버거 패티 조리로봇
에니아이의 햄버거 패티 조리로봇 ‘알파 그릴’.(사진=에니아이 유튜브)

  

외식업종에서 손꼽는 문제 중 하나는 바로 인력난이다. 높은 업무 강도 등을 비롯해 다양한 요인으로 인해 외식업계에서 일할 사람이 사라지고 있다. 

 

지난 4월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가 영업 1년 이상의 전국 음식점·주점업 사업체 3000곳을 대상으로 현장 구인난 등에 대한 설문조사를 시행한 결과, 현재 직원을 고용 중인 국내 외식업체 1907곳 중 직원 채용이 ‘어렵다’고 답한 곳은 60.8%에 달했다. 응답자의 55%는 3년 후에도 현재의 구인난이 여전할 것이라고 답했다. 

 

외식업계에서는 구인난을 해결하기 위해 키오스크, 서빙로봇 등으로 눈을 돌리는 추세다. 이러한 애로사항을 해소해 줄 로봇이 주방에도 들어서고 있다. 특히 짧은 시간 내 많은 패티를 구워내는 게 중요한 햄버거 시장에서 균일하게, 그리고 빠르게 결과물을 내놓는 로봇이 등장했다. 현재까지 햄버거 패티 조리 로봇을 개발해 양산한 곳은 에니아이가 유일하다. 

 

에니아이_황건필-대표
에니아이 황건필 대표(사진제공=에니아이)

  

◇에니아이, 1시간에 패티 200개 구워주는 햄버거 조리 로봇 상용화

한국과학기술원(KAIST·카이스트) 출신인 황건필 대표가 선후배들과 함께 2020년 창업한 에니아이는 국내 최초로 햄버거 패티를 굽는 로봇을 시장에 선보인 스타트업이다.

에니아이가 개발한 햄버거 조리 로봇 ‘알파 그릴’의 생김새는 언뜻 보면 주방기기 같지만, 로봇과 인공지능 기술을 이용해 패티를 굽는 엄연한 로봇이다. 황 대표는 처음 프로토타입 개발 단계부터 알파 그릴을 주방기기처럼 디자인했다. 그는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로봇의 모습을 최대한 배제했다”며 “로봇이 주방에서 튀는 것보다 공간에 자연스럽게 녹아들어 조화를 이루길 원했다”고 말했다. 직원들이 이 로봇을 ‘사람이 하기 힘든 일을 대신 해주는 도구’로 인식하고 편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만들고 싶었다는 것이다.

공학자였던 황 대표는 사회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방법은 로봇이 유일하다는 생각을 현실화하기 위해 사업가로 변신했다. 그중에서도 고질적인 인력난에 직면한 외식업계에 로봇을 접목해 알파 그릴을 탄생시켰다.

로봇 설계, 제어, 인공지능 인지 기술을 결합해 햄버거 패티 양면을 동시 조리하고 품질까지 관리하는 알파 그릴의 능력은 상당하다. 주방에서 직원이 햄버거 패티를 올리고 버튼을 누르면 로봇은 사전에 입력된 온도, 시간, 두께에 맞춰 패티 양면을 동시에 굽는다. 패티 양면을 굽는 데 걸리는 시간은 1분 남짓이면 충분하다. 한 번에 8개의 패티도 익힐 수 있으며, 조리가 완료되면 로봇이 음식을 들어 올려 다음 조리를 위해 스스로 그릴을 비운다.

황 대표는 “알파 그릴은 시간당 200개의 패티를 조리할 수 있다”며 “식당에서 가장 바쁜 시간대에도 주문량을 거뜬히 만들 수 있다”고 강조했다. 패티의 굽기 정도나 모양도 카메라를 통해 확인 가능하다.

황 대표는 주문이 집중적으로 쏟아지는 햄버거 가게의 점심시간을 ‘전쟁터’에 비유했다. 그러면서 “짧은 점심시간에 수백 개의 햄버거를 만들어야 할 때도 있는데, 가장 오랜 시간과 큰 노력이 드는 패티 조리를 로봇이 대신해 주니 사장님과 직원들의 만족도가 높다”고 언급했다. 일이 편리해지면서도 일관된 맛을 내는 햄버거를 고객에게 제공할 수 있다는 점이 현장에서 큰 장점으로 평가된다고 했다.

◇균일한 맛·효율성·주방 환경 개선…세 마리 토끼 잡았다

알파 그릴의 매력은 또 있다. 바로 효율성이다. 로봇팔을 이용하는 기존의 조리 로봇과 달리 알파 그릴은 모듈 디자인으로 설계돼 불필요한 동작 없이 로봇의 각 파트가 동시에 다른 동작을 수행한다. 주방에서 기존에 사용하는 집기와 몸집이 비슷한 것도 차별점이다. 황 대표는 “식당을 운영하는 사장의 입장에서는 시설 설비에 투자했는데 로봇 도입을 위해 이를 바꿔야 한다면 부담이 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알파 그릴은 기존의 시설을 바꾸거나 인테리어 공사를 할 필요가 없어 선호도가 높다”고 부연했다.

실제로 국내 햄버거 매장에는 알파 그릴이 속속 도입되고 있다. 에니아이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수제버거 프랜차이즈 ‘크라이치즈버거’를 시작으로 ‘더백테라스’ 해방촌, 신용산점 등 3개 매장에는 알파 그릴이 설치됐다. 이외에도 프랜차이즈 햄버거 브랜드, 푸드코트 등에 도입을 앞두고 있다.

황 대표는 자동화 솔루션에 대한 고객들의 관심에 대해 “균일한 품질(맛) 관리는 브랜드 경쟁력과도 관련이 있다”며 “운영 효율성이나 생산성, 주방 근무 환경 개선, 소비자 만족도 등 다양한 요건을 고려해 조리로봇 도입을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이들이 많아졌다”고 말했다. 이러한 사업성을 증명하듯 올해 초 에니아이는 약 40억원 규모의 시드 투자 유치에 성공하기도 했다.


치킨 패티와 소고기 패티를 조리하는 에니아이 ‘알파 그릴’
치킨 패티와 소고기 패티를 조리하는 로봇 ‘알파 그릴’.(사진제공=에니아이)

 

최근 에니아이는 알파 그릴의 압착기술을 고도화해 치킨버거 시장 공략에도 나섰다. 다진 고기를 사용하는 소고기 패티와 달리 통살을 사용하는 치킨 패티는 두께가 균일하지 않아 조리 난이도가 높은 편이다. 이에 대해 황 대표는 “겉을 태우지 않고 속까지 익히려면 닭고기 살이 부서지지 않을 정도의 압력으로 일정한 열을 가해야 한다”며 “제어 알고리즘을 최적화해 로봇 모터의 속도와 가속도를 조절함으로써 닭고기의 모양과 식감은 유지할 수 있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또 알파 그릴의 압착 강도를 기존 대비 300% 향상하고, 소프트웨어 업그레이드를 통해 압착 정밀도를 1mm 이하로 조절할 수 있도록 개선했다.


 

황건필대표_NRA쇼 키친이노베이션어워즈수상
에니아이는 지난 5월 미국 시카고에서 열린 외식박람회 NRA쇼에서 키친 이노베이션 수상자로 선정됐다. 사진은 황건필 대표.(사진제공=에니아이)

 

 ◇미국 햄버거 시장도 공략…“내년 햄버거 완전 자동 생산 시스템 출시”


에니아이의 햄버거 조리 로봇은 미국시장에서도 뜨거운 반응을 얻고 있다. 에니아이는 지난 5월 미국 시카고에서 열린 외식 박람회 NRA(National Restaurant Association) 쇼에서 기술, 혁신성 등에서 높은 점수를 받아 ‘키친 이노베이션’ 수상자로 선정됐다. 현재 에니아이는 미국 외식업 시장에 진출하기 위한 단계를 차근차근 밟고 있다. 황 대표는 “미국의 경우 주방에서 사용되는 상업용 기기들은 미국위생협회(NSF)의 인증을 받아야 하는 등 위생 기준이 엄격한 편”이라며 이를 취득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와 함께 에니아이는 내년에 완전한 햄버거 자동 생산 기능을 갖춘 ‘알파 키친’ 시스템 출시를 앞두고 있다. 알파 키친은 빵을 굽는 것부터 야채 및 소스 투입, 패티 조리, 포장까지 모두 로봇이 완성하는 시스템이다.

에니아이는 한국과 미국 햄버거 시장에 알파 그릴, 알파 키친을 차례로 안착시킨 뒤 다양한 음식으로 영역을 넓혀 제품군을 확장한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 최종적으로는 ‘주방 자동화 로봇 플랫폼 기업’으로 거듭나겠다는 포부다. 황 대표는 “로봇 기술을 통해 외식업계의 구인난이 해소되고 음식점 운영이 즐거운 일로 인식되는 날이 올 때까지 에니아이가 함께하겠다”고 강조했다.


도수화 기자 dosh@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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