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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바100] "야구 게임은 야구 좋아하는 '야빠'가 만들어야 재미있죠"

[열정으로 사는 사람들] 에이스프로젝트 전우진 사업디렉터

입력 2023-08-21 07:00 | 신문게재 2023-08-21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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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우진 에이스프로젝트 사업디렉터
전우진 에이스프로젝트 사업디렉터. (사진제공=에이스프로젝트)

 

“학창 시절부터 야구를 정말 좋아한, 소위 말하는 ‘야빠’였습니다. 에이스프로젝트 창업 초기에 대표님이 야구 게임을 만들자고 하셨고 이를 흔쾌히 수락하면서 개발을 시작했는데 어느새 10년 넘게 야구 게임 개발에만 몰두하고 있네요. 어떻게 보면 저는 ‘성공한 덕후’라고 할 수 있습니다.”

 

국내에서 가장 인기 있는 스포츠 중 하나를 꼽으라면 많은 사람들이 야구를 꼽을 것이다. 우리나라 대표팀이 지난 2006년과 2009년 열린 ‘월드 베이스볼 클래식’에서 선전하고 2008년 열린 ‘베이징 올림픽’에서 전승 우승을 달성한 이후 야구에 대한 국내 팬들의 관심이 크게 높아졌고, 그 인기가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최근 몇 년간 국제대회 성적이 좋지 않음에도 야구의 인기는 여전히 뜨겁다. 올해 국내 프로야구 리그(KBO) 경기장을 찾은 관객 수는 지난 4일 기준 500만명을 돌파했다.

높은 인기에 발맞춰 야구를 소재로 삼은 게임도 꾸준히 개발되고 있다. 컴투스, 넷마블, 엔씨소프트, 네오위즈 등 여러 게임업체에서 다양한 야구 게임을 출시하며 야구 팬들에게 새로운 재미를 선사하고 있다.

국내 개발사 에이스프로젝트도 ‘야구 게임 개발’로 유명한 게임업체다. 지난 2010년 설립된 에이스프로젝트는 △컴투스프로야구 for 매니저(컴프매) △MLB 9이닝스 GM △9UP 프로야구 등으로 야구 게임 개발력을 인정받았다.

에이스프로젝트의 창립 멤버로 합류해 지금까지 야구 게임 개발에 매진하고 있는 전우진 사업디렉터(CSO, 최고전략책임자)는 자신을 ‘성공한 야빠’라고 소개했다. 박성훈 에이스프로젝트 CEO와 초·중·고등학교 동창인 그는 함께 야구 게임을 만들어보자는 박 CEO의 제안에 다니던 스마트폰 앱 개발사를 그만두고 에이스프로젝트에 합류했다. 현재 전 디렉터는 ‘9UP 프로야구’의 프로듀서(PD)를 역임 중이다.

야구 게임은 일반적으로 선수를 직접 조작해 야구 경기를 펼치는 게임과 구단주의 입장에서 선수들을 관리하는 ‘매니지먼트’ 장르로 나뉜다. 전 디렉터는 이 중에서 후자에 해당하는 게임을 주로 개발했다. 

 

컴투스프로야구 for 매니저
서비스 10주년을 맞이한 ‘컴투스프로야구 for 매니저’. (이미지제공=컴투스)

 

전 디렉터는 “원래 시뮬레이션 게임을 좋아하기도 했고 예전부터 세이버 매트릭스(야구를 수학적·통계학적 방법으로 분석하는 방법론)에 관심이 많았다. 그러다 보니 데이터를 가지고 플레이하는 시뮬레이션 스타일로 게임을 만드는 데 더 관심이 많았다”며 “현재 회사에서 사용 중인 시뮬레이션 엔진의 초기 모델 설계를 직접 했는데 지금 생각해 보면 그 시절이 가장 재미있었다”고 설명했다.

게임 개발에 큰 영향을 받은 게임으로 전 디렉터는 엔트리브에서 개발·서비스했던 ‘프로야구 매니저’와 ‘풋볼매니저’ 시리즈를 꼽았다. 프로야구 매니저를 롤모델로 삼아 모바일에 최적화된 게임을 만들었고 그 결과가 바로 컴프매다. 컴프매는 컴투스의 대표적인 야구 게임 라인업 중 하나로 확고히 자리매김한 상태다. 스포츠 시뮬레이션 게임의 대명사인 풋볼매니저에서는 ‘스카우팅 리포트’ 형태의 선수 영입 콘텐츠, 구단주 혹은 감독의 반응에 따라 선수의 컨디션이 바뀌는 등의 요소 개발에 영향을 받았다.

야구 게임의 가장 중심이 되는 요소로 전 디렉터는 △야구 △선수 △기록을 꼽았다. 이들을 토대로 게임성과 현실성 사이의 접점을 찾아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지나치게 판타지스럽지 않게 만드는 데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전 디렉터는 강조했다.

그는 “야구 게임을 하는 분들 대부분이 야구 팬이고, 특히 매니지먼트 게임을 하는 이용자들은 깊은 수준의 야구 지식을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다. 컴프매의 경우 현실성을 부각하고자 노력을 많이 했다”며 “모바일 게임은 패키지 게임과 달리 부분 유료화 모델을 기반으로 게임을 설계하기에 야구 팬의 입장에서는 기획적으로 아쉬운 결정을 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야구다운’ 디테일에 신경을 많이 쓴 결과 이용자분들이 좋아해 주셨고 게임도 롱런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물론, 전 디렉터가 맡은 게임 모두가 성공한 것은 아니다. 미국 메이저리그(MLB)를 소재로 한 ‘MLB 9이닝스 매니저’의 경우 글로벌 시장에서도 통하는 야구 시뮬레이션 게임을 만들고자 의욕적으로 개발을 진행했지만 아쉽게 서비스를 종료하고 말았다. 전 디렉터는 MLB 9이닝스 매니저에서 많은 것을 배웠다고 토로했다.

전 디렉터는 “선수가 시즌을 거듭하면서 전성기를 맞은 후 능력치가 하향되는 등 선수의 일대기를 넣고 매 시즌 계약을 진행해서 선수를 기용하는 등 기획적으로 욕심을 많이 부렸지만 흥행에 실패했다”며 “모바일 게임에서는 선수의 능력치가 하향되는 것이 이용자 입장에서 큰 스트레스로 다가온다는 것과 매번 게임머니로 선수를 기용하는 데 비용을 지불하는 점 등 기획자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부분만 넣은 것이 원인”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지금도 후임 기획자들에게 제가 했던 실수, 문제점 등을 정리해서 사내 콘퍼런스 등을 통해 알려주고 있다”며 “다시 동일한 기회가 주어진다면 조금 더 심플하게 많은 분들이 즐길 수 있는 게임으로 MLB 9이닝스 매니저를 만들어 보고 싶다”고 첨언했다.

 

11.바인더
에이스프로젝트의 ‘9UP 프로야구’. (이미지제공=에이스프로젝트)

 

현재 전 디렉터가 맡고 있는 9UP 프로야구는 개발 초기부터 직접 기획 및 디렉팅을 한 것이 아니라 서비스 중간에 갑작스럽게 맡은 타이틀이다. 너무 야구 게임만 만들다 보니 매너리즘에 빠지기도 했고 회사 측면에서도 신규 성장 동력을 찾고자 캐주얼 게임 개발로 방향을 바꿔봤지만, 결과물을 만들기 전에 내부 사정이 생기면서 중력에 이끌리듯 다시 야구 게임을 담당하게 됐다고 전 디렉터는 설명했다.

이러한 배경 때문에 전 디렉터는 새로운 도전을 한다는 마음가짐으로, 게임의 초기 설계를 크게 해치지 않으면서 9UP 프로야구를 롱런하는 타이틀로 만들고자 노력하고 있다.

전 디렉터는 “타이틀을 중간에 이어받은 뒤 1년 정도의 시간이 지났다. 아무래도 게임은 흥행에 의해 서비스 기간이 좌지우지되기 때문에 서비스가 조기 종료되지 않을까 걱정하는 분들이 많다. 걱정하는 분들이 없으시도록 만드는 것이 최우선의 목표”라며 “앞으로 뭔가 대단히 차별적인 시도를 하기보다는 야구 팬들이 좋아할 만한 콘텐츠를 계속 추가해서 대형 퍼블리셔가 서비스하는 게임이 아니어도 ‘야구를 잘 아는 사람들이 만든 게임’ 소리를 듣는 타이틀로 만들고 싶다”고 밝혔다.

처음부터 게임 개발자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한 번도 해본 적이 없지만 어느샌가 게임업계에서 커리어를 이어가고 있다는 전 디렉터. 그는 숫자와 관계 없이 자신이 만든 게임을 플레이하는 이용자에게 어떤 식으로든 재미를 느끼게 해주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야구 게임을 개발하고 싶은 사람이나 게임 개발자를 목표로 삼은 사람에게 필요한 조언도 잊지 않았다. 그는 “야구 게임 개발은 약간 독특한 부분이 있다. 야구라는 스포츠 특성상 해당 종목에 대한 기본 지식이 상당히 필요하다. 만약 야구 지식과 개발 능력, 둘 중 하나를 먼저 가다듬을 수 있다면 게임을 잘 만드는 능력을 키우는 것이 더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창작이라는 영역에 있는 세상의 모든 작업이 그런 것처럼 남이 만든 작품 혹은 결과물을 평가하는 것과 처음부터 작품을 만드는 것은 상당한 차이가 난다. 게임 플레이 경험이 수만 시간에 달하며 특정 게임의 등급이 높고 게임 분석 활동을 많이 했다는 분들이 많지만 실제 게임을 만들 때 그 경험과 능력이 발휘되지 못하는 경우를 많이 봤다”며 “제작자의 마인드를 갖추는 것이 정말 중요하다. 누구나 처음부터 잘할 수는 없지만 제작자로서 기본적인 마음가짐이 잘 갖춰져 있다면 실무적인 역량은 현업에서 일을 하고 계신 분들이 잘 이끌어주실 것”이라고 덧붙였다.

특히, 인디게임이 아닌 상업적인 게임 타이틀을 기획 혹은 제작하는 경우에는 ‘게임성’과 ‘상업성’을 모두 고려해야 한다고 전 디렉터는 강조했다. 앞으로도 이러한 전 디렉터의 개발 철학은 변하지 않을 예정이다.

전 디렉터는 “게임은 영화와 비슷하다. 상업 영화를 제작하는 대부분의 영화감독들이 늘 박스 오피스 숫자를 신경 써야 하듯이 게임 회사에 소속되어 게임을 제작할 때는 게임성에 너무 매몰되지 말아야 한다”며 “균형적인 시각으로 프로젝트를 기획해야 게임이 롱런할 수 있다. 저 역시 그 부분을 가장 많이 신경 쓰고 있다”고 말했다.


박준영 기자 pjy60@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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