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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바100] "형은 감독 동생은 배우", 스크린에서 꽃핀 '핏줄의 힘'

[人더컬처] 영화 '메리 드라이버: 더 뮤지컬' 백승환 감독·백주환
영화 ‘메리 드라이버:더 뮤지컬’, 후크송과 장엄함 오가는 16곡 넘버 눈길
한민국 남성이라면 공감할 '학연,군대,인맥' 에 대한 웃픈 자화상

입력 2023-08-21 18:30 | 신문게재 2023-08-22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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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승환백주환인터뷰
백승환 감독과 배우 백주환이 17일 브릿지경제와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충무로에서 감독과 배우로 활동 중인 형제 류승완, 류승범의 뒤를 잇는 영화인이 있다. 올해 제 19회 제천국제음악영화제에서 전석 매진을 기록한 영화 ‘메리 드라이버: 더 뮤지컬’의 백승환 감독과 주연배우 백주환이 그 주인공이다.

대리기사와 손님으로 만난 세 남자의 인연을 통해 한국 근현대 풍경과 문화를 사실적으로 전달하는 이 작품은 영화제에서 최초로 공개된 뒤 이례적으로 바로 OTT로 직행해 대중성을 확보한 상태다. 

이유는 간단하다. 뮤지컬 버전이 탄생하기 6년 전 원작의 토대가 된 단편영화 ‘대리 드라이버’가 제43회 독립단편 영화제 경쟁부문에 올랐고 제17회 미장센단편영화제 경쟁부문 희극지왕에 초청되는 화제작이었기 때문이다. 만장일치가 아니면 대상을 주지 않고 ‘초청=입봉’이란 공식이 생길 정도로 예비 영화인에게는 꿈의 구장에서 단연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작품이다.

막 데뷔한 신인이었지만 백승환 감독의 빅피처는 남달랐다. 직접 작사에도 참여한 당시 ‘대리 드라이버’ OST를 음원으로 발표하며 상업영화도 하지 않았던 결과물을 남겼다. ‘나도 언젠가는 뮤지컬 영화를 만들고 싶다’는 꿈의 씨앗을 심고 이제는 현실로 마주한 것이다. 

백승환백주환인터뷰
백승환 감독은 한남동 블루스퀘어가 살짝 비추는 엔딩장면에 대해 “기회가 된다면 그 곳에 공연을 올리는 것이 또다른 목표”라고 말했다.(사진=이철준기자)

 

“전체 제작비는 사비로 3000만원 정도 든 것 같아요. 가장 힘든 건 시간과의 싸움이었죠. 흡사 음악방송 촬영하듯 화자 역할을 하는 1대를 빼고는 총 4대의 카메라를 돌려가며 촬영했습니다. 무대예술과 영상이 콜라보레이션되는 과정을 직접 만드는 게 치열하긴 해도 나름의 희열이 있던데요.”

원작영화는 생활연기의 달인이자 대학로를 주름잡는 배우(김종구, 정형석, 조달환)들이 출연했다. 거듭되는 접대와 영업으로 지친 회사 선후배인 두 사람이 뭔가 남다른 대리기사를 만나 벌어지는 에피소드에는 대한민국 남자라면 한번쯤 겪는 군대와 학벌 그리고 스노비즘(속물근성) 가득한 서열이 녹아있다. 

첫 만남부터 부티나는 옷차림과 유창한 외국어 능력, 해박한 지식이 가득한 대리기사가 우연히 대학 선배임을 알게 되면서부터 이들의 긴긴밤이 시작된다. 극 중 서울고와 휘문고의 기싸움, 민족고대로 불려야 하는 자존심, 군필자가 아니면 느끼는 서러움과 왕년에 좀 살았던 ‘~라떼는 말이야’ 식의 대사는 ‘블랙유머 가득한 말빨’에 특화된 백 감독만의 연출 무기다. 실제 동생과 자신이 나왔던 고등학교를 모델로 삼고 굴지의 회사를 다니며 겪었던 사회생활을 시나리오로 녹여냈다는 후문이다.

메리드라이버더뮤지컬
8월 14일 부터 IPTV와 홈초이스 디지털케이블TV VOD, KT 스카이라이프, 티빙, 네이버 시리즈온, 구글플레이, 웨이브, 쿠팡플레이, 왓챠 등 다양한 플랫폼에서 만나 볼 수 있는 영화의 공식 포스터.(사진제공=백그림)

 

대신 ‘메리 드라이버: 더 뮤지컬’은 작은 무대 위가 때론 차 안, 도시 한 곁의 술집 그리고 과거인지 현재 인지 모를 순간들이 교차되며 총 16곡의 음악 위로 흐른다. 그 중 반복되는 5개의 넘버는 뮤지컬 경험이 있는 동생 백주환이 가진 바리톤 목소리와 찰떡이다. 

실제 189㎝의 큰 키를 가진 그는 극 중 서비스직임에도 되려 머리를 조아리게 만드는 대리기사의 기개와 풍채를 찰떡으로 소화한다. 원작의 캐릭터가 세상풍파 속에 다져진 능글맞음이 매력이라면 뮤지컬 버전 속 백주환은 오롯이 배우스럽다. 그는 “데뷔 초 극단에서의 경험이 이번 영화를 찍으며 큰 도움이 됐다”면서 “다행히 노래는 촬영이 들어가기 3개월 전 악보를 받아서 연습할 수 있었다”고 소탈하게 웃었다.

백승환백주환인터뷰
다부진 체격과 강한 인상으로 전문직 역할제안이 많다는 백주환. 재벌 이사, 변호사부터 조직폭력배까지 평범한 역할이 아니다. 이에 그는 “아직 지칠 만큼 연기한 적이 없다. 늘 준비된 자세로 다양한 장르에 도전하는 것이 꿈”이라고 말했다. (사진=이철준기자)

 

대학에서는 미술그래픽을 전공했지만 늘 무대를 꿈꿨다는 그는 “모델을 하겠다”며 2학년이 돼서야 부모에게 자신의 포부를 알렸다. 학창시절 학생회장을 도맡고 대기업 입사, 방송국 낙방 등 장남의 스펙을 다소 소란스럽게 쌓았던 형과 달리 늘 조용했던 막내아들의 일탈(?)에 놀란 부모님은 “연기를 해보는 건 어떨까”라며 신문 광고를 보여줬다. 당시 배우 이순재가 원장으로 있는 MBC아카데미였다. 이후 그는 ‘아티스트: 다시 태어나다’ ‘군산: 거위를 노래하다’ ‘셜록홈즈’ 등 영화와 공연 등에서 활발한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형처럼 체계적인 회사생활을 한 적도 없고 군대도 공익이거든요.(옆에서 백 감독이 ’자신은 백골부대 출신‘이라 거든다) 그래서 몇 기 혹은 회사 선후배 같은 서열에 익숙하지 않아요. 사회생활의 모든 걸 형의 태도에서 보고 배운 게 상당합니다. 동시에 얼마나 힘든지도 간접경헙으로 알 수 있었죠. 그런 감정을 이번 영화에 녹여 내려했습니다”

사실 백주환이 맡은 역할은 단편적이지 않다. 한 역사의 부흥을 이끈 상사맨이었지만 야만의 시대에 첫사랑을 가슴에 묻고 가장으로서 최선을 다하는 남자의 모습이 호탕하면서도 구슬프게 펼쳐진다. 정통 연극의 한 장면처럼 무대 위의 세 배우가 술기운을 빌려 자신의 사연을 토해 낼 때의 연기는 거침없다. 

백주환은 이 신에 대해  “텐션을 잔뜩 올려서 즐겁게 연기하지만 시대의 비극을 가슴에 묻은 감정을 담고 싶었다”고 말했다. 피를 나눈 형제가 한 작품에서 일하는 장점으로는 “잘 통한다는 것”이라면서도 “단점은 불만이 있더라고 강하게 표현할 수 없다. 감독으로서의 힘듦 보다 행복함이 더 큰지를 아니까”라며  깊은 속내를 밝혔다. 형이라서 고마운 점은 “큰 화면으로 만난 내 얼굴”이라는 말도 숨기지 않았다. 

백승환백주환인터뷰
3살 터울의 형제인 이들은 각자의 길을 가장 근거리에서 지지하고 응원하는 친구사이기도 하다. 연출과 연기 외에도 용산에서 독특한 분위기와 맛으로 소문난 양식집 ‘조국’을 운영하고 있는 사업 파트너기도 하다. (사진=이철준기자)

 

“성별에 상관없이 배우들은 늘 다이어트와의 전쟁이에요. 선택받는 직업으로서 마르고 잘 생긴 남자가 여전히 대세거든요.(웃음) 그동안  살 빼겠다는 결심만 했는데 스크린에서 제 얼굴을 보니 절로 이를 악물게 되네요. 요즘엔 1인 1식을 하며 건강하게 운동하고 있습니다.”

다른 출연 배우들과 마찬가지로 계약서를 쓰고 정확히 오간 개런티로 백주환은 생애 최초로 핸드메이드 정장을 맞췄다. 현재는 빠진 체중만큼 수선이 들어간 상태다. 그는 “형이 월급쟁이인 시절에 무리해서라도 맞춤정장만 입는 걸 이해 못했는데 실제 입어보니 왜 그런 줄 알겠다. 너무 편하고 내 핏에 딱 맞게 떨어진다”며 미소지었다. 

이날 백승환 감독은 인터뷰 말미에 “동생에게 바라는 것은 부모님이 물려주신 훌륭한 유전자를 잘 살려서 오래 연기하는 배우가 되는 걸 보는 것”이라고 수줍게 말했다. 세 보이지만 한없이 여린 형과 강해 보이지만 섬세한 동생이 내 놓을 ‘따로 또 같은’ 작품이 기다려지는 이유기도 하다. 

이희승 기자 press512@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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