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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바100]등단 40주년 ‘인생’ ‘허삼관 매혈기’ 등의 위화 작가 “제 ‘인생’이 ‘인생’만으로 살아가는 건 아니에요!”

[人더컬처] 등단 40주년 中작가 위화

입력 2023-09-11 18:00 | 신문게재 2023-09-12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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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화 작가(사진=허미선 기자)

 

“제 작품 중 ‘인생’(活着, 연간 판매량 160만부) 외에 중국 내에서 연간 100만권 이상 팔리는 책은 지난해부터 ‘제7일’(第七天)이에요. 그리고 세 번째가 ‘가랑비 속의 외침’(在細雨中呼喊)이죠. ‘가랑비 속의 외침’은 굉장히 오래된 책인데도 상반기에만 29만권이 판매됐다고 해서 저조차도 놀랐습니다. 특히 ‘제7일’과 ‘가랑비 속의 외침’은 젊은 친구들, 00년생 이후 출생 독자들이 굉장히 좋아한다고 하더군요.”

장예모 감독이 영화화한 ‘인생’(1993), 한국배우 하정우의 감독 데뷔작 ‘허삼관매혈기’(許三觀賣血記, 1995)의 위화(餘華)가 등단 40주년을 맞았다. 12회를 맞은 서울국제작가축제(13일까지 서울 노들섬) 개막 강연 등의 참가를 위해 내한한 위화는 매년 노벨문학상 후보로 추대되는, 중국 현대문학 3대 거장 중 한 사람이다.

그의 대표작 ‘인생’의 중국 판매부수는 2000만부, 올 상반기만도 87만부가 팔려나가는 베스트셀러이자 스테디 셀러다. 1983년 단편 ‘첫 번째 기숙사’ 이후 중단편소설을 주로 발표하던 그는 1991년 첫 장편소설 ‘가랑비 속의 외침‘을 시작으로 ’인생‘ ’허삼관 매혈기‘ ’제7일‘(2013), ’형제‘(兄弟, 2000), ‘원청’(文城, 2021) 등을 선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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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화 작가(사진제공=푸른숲)

“40년 인생을 돌이켜 보면 저는 그다지 노력하는 작가는 아니었던 것 같아요. 작품 수가 많질 않잖아요. (한국방문과 몽골 도서전 참가 등) 여행을 끝내고 돌아가면 작품을 좀더 써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중국에서는 ‘살아가는’(인생의 원제 活着) 때문에 위화도 ‘살아가는’ 거라고들 하지만 꼭 그런 것만은 아니에요.”


그의 말처럼 ‘인생’만으로 자신의 ‘인생’을 이어가지 않는다는 걸 증명이라도 하듯 한국에서 10만부, 25만부가 각각 팔려나간 ‘인생’과 ‘허삼관 매혈기’는 각각 42개, 33개 언어로 번역돼 전 세계에서 읽히고 있다. 

장편소설 데뷔작으로 최근 중국 MZ세대들 사이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가랑비 속의 외침’을 비롯해 ‘제7일’, 프랑스·독일 등 유럽에서 강세를 보이는 ‘형제’ 등이 20여종 안팎, 최근작 ‘원청’도 18개 언어로 번역돼 출간됐다.  

“중국의 어떤 관계자도, 저 스스로도 등단 40주년인 걸 몰랐어요. 다시 한번 한국 그리고 (‘인생’ ‘허삼관 매혈기’ ‘원청’ 등의 출판사) 푸른숲의 굉장한 우정을 느끼고 있습니다. 제가 잊은 부분들까지 푸른숲에서는 다 기억하고 있거든요.”

 

최근 중국 MZ세대들 사이에서 역주행 중인 ‘제7일’ ‘가랑비 속의 외침’에 대해 위화는 “읽어본 사람들이 몇몇 대사들이나 문장들을 SNS에 올려 이 책을 추천해서 인 것 같다”고 털어놓았다.

“예를 들어 ‘제7일’에 ‘초인종이 울렸다’라는 말이 있는데 그걸 900만 독자들이 이 책은 꼭 읽어봐야 한다고 추천했죠. 또 한 가지는 두 책이 모두 젊은 사람들의 이야기라 공감하는 게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어요. ‘제7일’은 10년 전, ‘가랑비 속의 외침’은 31년 전 젊은이들의 생활과 성장 이야기를 다루고 있거든요. 아마도 그런 것들이 지금 읽어도 공감하며 감명을 느끼는 게 아닐까 싶어요.” 

이어 “지난해 12월 한국 방문 당시 감염된 코로나19 후유증으로 불면증에 시달리고 집중력까지 떨어져 지금은 거의 쓰지 못하고 있지만 차기작으로 두 작품을 동시에 집필하고 있다”는 위화는 “하나는 ‘원청’처럼 긴 작품으로 절반 정도를 썼고 또 다른 하나는 비교적 짧은 작품으로 코믹한 내용”이라고 귀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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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화 작가(사진=허미선 기자)

 

“제 작품 대부분이 고단한 인생을 사는 사람들이 주인공이었는데 비교적 길지 않은 작품은 그렇지 않은 사람들의 이야기죠. 드디어 소설에 나오는 유쾌하고 재밌는 삶을 살게 되겠구나 싶지만 장편소설은 또 다시 고단한 삶을 사는 이들의 이야기여서 극과 극을 오가고 있습니다.”

한국 기자들과의 만남 내내 유쾌하고 열정이 넘쳤던 그는 “책의 판매량은 저에겐 책을 쓸 수 있는 기회”라며 “도서 판매가 제대로 되지 않는다면 제 작품을 선보일 수 없기 때문”이라고 출판계의 위기를 짚기도 했다.

“도서 판매량이 점점 더 안좋아지고 있어요. 사람들은 책 보다는 SNS를 즐기거나 드라마를 보는 데 더 충실하거든요. 예전에는 프랑스에서 제일 먼저 책이 나오곤 했어요. 원래 작년에 프랑스에서 나오기로 했던 책들이 시간을 끌고 끌고 끌다가 겨우 출판된다고 알고 있어요. 외국에 책을 내기로 해서 선인세를 받고 계약을 했음에도 출판이 안되고 있다는 소식들이 많이 들려오기도 합니다. 굉장히 걱정스럽습니다.”

 

이어 “유럽, 미국에서의 출판 계획들이 많이 틀어지고 있다. 비유를 하자면 100권의 소설 출판을 계획하던 출판사가 줄이고 줄여 50권 정도를 내는 모양새”라며 “한국도 예외는 아니라고 출판계 지인에게 들었다. 한국 역시 소설 출판이 굉장히 줄고 있다고 들었다”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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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화 작가(사진=허미선 기자)

출판계가 전세계적으로 어려워지고 있는 상황에서 최근 한국 정부가 출판계에 대한 지원을 삭감하는 등의 정책들을 세우고 있다는 데 대해 위화는 “기존에 한국정부에서는 출판에 굉장히 많은 지원을 했다고 들었다. 그래서 부러운 마음도 가지고 있었는데 아쉽다”고 털어놓았다.


“중국은 그 어떤 출판사나 잡지사도 정부에서 지원을 해주지 않았어요. 그런데 최근 10여년 동안 출판계에 대한 보조금, 지원금 등이 조금씩 늘고 있어요. 최근에는 매년 정부가 500만 위안을 지원하는 잡지사도 생겨났죠.”

그는 “한국에 보조금이 있었을 때 중국 출판계는 전혀 지원을 받지 못했다. 그런데 지금은 한국에서 지원금이 점점 끊겨가고 있고 중국에서는 많은 지원제도를 마련하기 시작했다”며 “문화와 출판은 어느 나라든 정부의 지원이 굉장히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다시 한번 강조했다.

“종이책은 우리가 얼마나 읽었는지를 알 수 있어요. 절반을 읽었다면 절반을 읽었음을 느낄 수 있거든요. 페이지를 넘기는 맛이 있어 내가 얼만큼을 읽었는지 느낄 수 있죠. 하지만 전자책 등은 그런 재미를 느끼기가 쉽지 않아요. 예를 들어 ‘안나 카레니나’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 ‘홍루몽’ 등 페이지가 많은 책들을 예로 들자면 도무지 진도가 나가질 않아요. 늘 그 페이지가 그 페이지 같은 느낌이랄까요. 비록 같은 내용이라도 읽을 때의 느낌은 완전히 다르죠.”

위화가 매해 후보로 이름을 올리는 노벨문학상 발표가 10월 5일로 예정돼 있다. 수상 가능성 기대감에 대한 물음에 위화는 유쾌한 대답으로 웃음을 자아냈다. 

“저를 제일 사랑해주시는 한국에서도 상 하나를 못받았는데 무슨 노벨상이에요!”

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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