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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그라운드] 현재의 K팝 열풍 이전에 그들이 있었다, 뮤지컬 ‘시스타즈’

입력 2023-09-14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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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시스터즈
뮤지컬 ‘시스터즈’ 박칼린 연출(왼쪽)과 출연진들(사진=허미선 기자)

 

“현존하시는 분들 앞에서 그분들을 재현해낸다는 것이 평생에 한번 있을까 말까한 경험이었어요. 뭐라고 말하긴 어려운데 그분들의 세월, 영광스러운 나날들, 지금도 무대에 서고 계신 모습들이 너무 아름답고 순수하다고 느껴졌어요.”

쇼뮤지컬 ‘시스터즈’(SheStars! 11월 12일까지 홍익대학교 대학로 아트센터 대극장)에서 김숙자로, 또 어떤 회차는 인순이로 분하는 김려원은 13일 열린 프레스콜에서 윤복희·김명자·고재숙과 함께 했던 본공연 첫무대(8일) 리허설부터 눈물을 흘린 이유에 대해 이렇게 밝혔다.

“너무 아름답고 순수하고 깨끗한 것들을 보면 갑자기 감동받아서 눈물이 나잖아요. 그런 느낌이었던 것 같아요. 오만 가지 생각이 들면서 왈칵 눈물이 나는 신기한 경험을 했죠. 더불어 우리도 나중에 누군가 표현해주고 연기해줄 수 있는 사람이 될 수 있을까 그런 생각도 들었던 것 같습니다.” 

 

[2023 뮤지컬 시스터즈]선생님들과 피날레1
‘시스터즈’는 8일 본공연 첫 무대를 윤복희, 김명자, 고재숙과 함께 꾸렸다(사진제공=신시컴퍼니)

 

8일 윤복희를 연기했던 이예은은 “춤추면서 노래하는 중에 객석에 빛이 비치는데 마치 영화의 한 장면처럼 윤복희 선생님이 환하게 웃고 계셨다”며 “형용할 수 없는 느낌을 받았다”고 전했다.

 

“제 평생 잊혀지지 않을 것 같아요. 아무리 힘들고 어떤 시련이 닥치고 고난이 와도 예술가의 삶에 녹아들면 하나의 레전드가 탄생할 수 있는 엄청난 에너지가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도 앞으로 어떤 시련이 와도 겸허히 받아들여야겠다고 다짐했죠.”

이어 바니걸즈의 고재숙으로 8일 무대에 올랐던 이서영 역시 “살아 있는 레전드들 앞에서 그분들 공연을 재연한다는 데 엄청 떨렸다”며 “공연이 끝나고 선생님들께서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로 온 기분이었다. 감사하다’고 말씀해주셨다. 저희가 그분들게 추억을 선물드린 것 같아서 기뻤다”고 털어놓았다.

‘에어포트 베이비’의 박칼린 연출과 전수양 작가가 의기투합한 ‘시스터즈’는 이난영을 비롯한 조선악극단 여성단원으로 구성됐던 일제강점기의 ‘저고리시스터즈’, 김숙자·애자·미자 자매를 멤버로 1950년대 미국에 진출한 원조 한국걸그룹 ‘김시스터즈’, 윤복희가 몸 담았던 ‘코리안키튼즈’, 60년대 슈퍼걸그룹 ‘이시스터즈’, 인순이를 배출한 ‘희자매’ 등의 무대를 재현하는 쇼뮤지컬이다. 

 

뮤지컬 시스터즈
뮤지컬 ‘시스터즈’ 박칼린 연출(왼쪽)과 출연진들이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사진=허미선 기자)

 

현재 전세계를 매료시키고 있는 K팝 저변에는 시대를 대표하는 수많은 시스터즈들이 있었다는 콘셉트 아래 선조 걸그룹들의 이야기를 담아낸다. 10인조 밴드 사운드에 실리는 ‘처녀합창’ ‘왓 아이드 세이’(What I’d Say), ‘웬 더 세인트 고 마칭 인’(When The Saint Go Marching In), ‘울릉도 트위스트’ ‘한마리 새가 되어’ ‘커피 한잔’ 등 시스터즈들의 대표곡에 그들의 이야기가 담긴다.

박칼린 연출은 “17년 전부터 머릿속에 떠올리며 준비했던 작품”이라며 “그래서 어마어마한 양의 자료들이 있었다. 전수양 작가는 한국의, 저는 외국어 논문, 신문 등 어마어마한 자료들을 찾아보고 준비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실제로 이 작품에 담긴 이야기들은 그분들과 만나면서 나눴던 것들을 토대로 했어요. 이난영 선생님을 빼고는 다 만나 인터뷰를 했습니다. 이난영 선생님의 얘기는 (딸인) 김숙자 선생님과 나눴죠. (실제 시스터즈들과 나눈 이야기를 토대로) 극을 그렇게 꾸릴 수밖에 없었던 게 자료들은 누구나 찾을 수 있지만 이분들의 입에서 흘러나오는 말들은 어디서도 들을 수 없었던 것들이었거든요.” 

 

뮤지컬 시스터즈
뮤지컬 ‘시스터즈’의 피날레 무대(사진=허미선 기자)

 

이 작품의 특징은 배우들 모두가 다양한 역할을 소화하는 멀티로 활약한다는 점이다. 오늘 김숙자였던 배우는 내일 무대에서 인순이가 되기도 하고 이난영이었던 배우는 윤복희가 되기도 하며 무대를 꾸리는 시스터즈들의 멤버가 되기도 한다.

홍서영은 “이런 시스템은 처음이어서 걱정도 되고 무섭기도 했는데 같이 하는 언니들과 즐겁고 재밌게 준비했다. 여러 역할을 준비해야 하다보니 헷갈리기도 했지만 그만큼 서로 의지를 많이 하게 됐다”며 “이렇게 좋은 사람들을 만나서 이 어려운 걸 다 같이 해낼 수 있는 신기하고도 즐거운 경험이었다”고 털어놓았다.

뮤지컬 ‘시스터즈’로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에 대해 박칼린 연출은 인순이가 울면서 했던 “정말 대단한 연주자이신 OOO 선생님이 돌아가셨는데 장례식에 사람들이 오지를 않았어”라는 말을 인용했다.

“그렇게 우시면서 하신 인순이 선생님 말씀이 이 작품의 핵심이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과거와 미래는 한 맥락이잖아요. 지금 해외에서 빗발치고 있는 오늘의 K팝 걸그룹, 보이그룹들 이전의 선배들을 한번 생각해볼 수 있으면 좋겠다 싶었어요. 대단한 음악의 역사가 한국에는 이미 있었고 그래서 오늘날까지 대단하게 평가를 받고 있는 게 아닐까 생각합니다. 그리고 우리 배우들이 정말 대단하다는 걸 보여드리고 싶었죠.”

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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