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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바100] '이 배우가 그 배우였어?'라는 말이 절로 나오는 김민호

[人더컬처] ENA 드라마 '신병2' 김민호
'신병'시리즈로 인생 캐릭터 만나 "포기하지 않은 기쁨 만끽"
"성대에 살 찐 목소리 연기하려 발성 연습"
"군인 역할로 굳어질 걱정 안해, 실존 인물 역할 맡고파"

입력 2023-09-18 18:30 | 신문게재 2023-09-19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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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의 인기에 힘입어 가수 싸이, 윤석열 대통령과 닮은 꼴로 불리는 배우 김민호. (사진제공=이미지나인컴즈)

 

체구는 크지만 몸은 유연하다. 평범한 외모와 흔한 이름은 배우로서 큰 장점이란다. 채널 ENA 의 드라마 ‘신병 2’로 돌아온 김민호의 말이다. 지난해 장안의 화제였던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신드롬에 가라졌지만 당시 ‘신병’은 그 뒤를 이은 조용한 대항마였다. 


드라마는 사단장 아들, 일명 ‘군수저’로 불리는 박민석(김민호)이 배치된 신화부대의 일상을 담은 작품으로 다양한 인간 군상이 모인 생활관의 모습이 큰 인기를 끌었다. 유튜브 채널 ‘스튜디오 장삐쭈’에서 누적조회수 2억 5000만뷰를 기록한 동명의 애니메이션을 드라마로 옮겨 역대급 싱크로율을 보인 것이 인기의 큰 원인으로 분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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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병2’에서 보여진 사실적인 유격 훈련은 촬영 직후 배우들 모두가 속옷에 잔뜩 들어있는 진흙으로 인해 ‘노팬티’로 귀가해야 했던 에피소드를 남기기도 했다.(사진제공=이미지나인컴즈)

군대 경험이 없는 시청자들에게조차 “배경만 빼면 사회의 압축판”이란 공감을 얻었고 군필자들에게는 “이건 내 이야기”라며 큰 공감을 얻은 것. 시즌2에는 매사에 엄격한 중대장(김지석)의 등장에 부대가 발칵 뒤집힌다. 

 

“지석이 형과는 2015년 KBS2 드라마 ‘발칙하게 고고’에서 선생과 제자로 만난 인연이 있어요. 항상 잘 챙겨주고 든든한 건 그대로인데 이번엔 좀 더 카리스마를 더한 진중한 역할을 제대로 하셨죠. 또래들이 많았던 시즌1과 달리 형이 오면 다들 ‘연예인 왔다’며 바짝 긴장하고 설레하던 기억이 있어요.”

사실 ‘신병’의 시작은 미약했다. 군대를 소재로 스타급 배우가 나오는 것도 아니고 3대의 카메라를 통해 몰아찍기를 할 정도로 가성비를 중시하는 현장이었다. 

첫 오디션 역시 자신이 최일구 상병인 줄 알고 준비했을 정도로 정보 전달도 제한적이었다. 그는 “차량으로 이동하는 중간에 민석이 역할이 들어온 걸 알고 급하게 근처 안경점에 들려 검은 뿔테 안경을 사서 쓰고 오디션을 봤다”고 당시를 추억했다. 어리바리하고 뭔가 기가 죽은 듯한 모습에 안경까지 쓰고 박민석에 빙의되다시피 오디션장에 들어온 김민호를 보고 제작진은 빵 터져버렸다는 후문이다.

시즌2로 돌아온 ‘신병’은 총 10부작으로 일병이 된 민석과 생활관 식구들 그리고 진정한 군인의 피가 흐르는 가족들의 에피소드가 흥미롭게 펼쳐진다. 잠시 사진으로만 등장했던 누나들인 이국주, 이수지의 존재가 드러나면서 재미를 더하고 거울치료를 제대로 받는 악마 상관의 근황까지 보여주며 흘러가는 국방부의 시계를 아우른다. 

“무엇보다 ‘신병2’는 누워서 볼 수 있을 정도로 편안한 재미가 있어요. 저 역시 그걸 의도하며 연기했거든요. 주변에서는 너무 군인으로 캐릭터가 굳어지는 거 아니냐는 우려를 하는데 솔직히 저는 박민석 전문 배우가 안 될 자신있습니다. 체감상 시즌3는 가야지 각 인물들의 매력이 다 드러날 것 같아요. 각 캐릭터들이 군대 전에는 어떤 모습이었는지를 보여주면 재미있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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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인 아버지와 누나를 둔 설정으로 극 중 악마교관으로 만난 이수지와 촬영 후 한 컷. 대본에 없던 앞구르기와 뒷구르기를 애드리브로 반복해야 했다고. (사진제공=이미지나인컴즈)

 

실제 통신병 출신인 그는 2018년 육군으로 현역 입대 한 뒤 2020년 초 전역했다. 영화 ‘스윙키즈’에서 영양실조 춤꾼 샤오팡을 연기하자마자 늦은 나이로 신병이 됐다. 자신의 선임은 무려 6살 연하. 부대에서 전설의 에이스로 불리는 존재로 일부러 후임을 안 보낼 정도로 모든 일에 능통한 사람이었다.

“얼마 전 예비군 훈련소에 가서 만났는데 얼마나 반갑던지요. 거짓말 안보태고 한 5분은 안고 뛰었던 것 같아요. ‘신병’에 출연하고 나서는 DM으로 복무했던 사단장님이 연락을 해온 적도 있어요. 배우들이 경례하는 모습이 틀렸다고 전달해 달라고 해서 제가 나서서 직접 시범을 보이기도 했죠.”

 

그는 시즌2의 명장면으로 늘 닮고 싶었던 선임병 동우(장성범)를 위로하는 마지막 에피소드를 꼽았다. 공평한 군 생활을 표방하는 사람이었지만 일련의 사건을 덮으려고 박민석을 범인으로 지목했지만 결국 전우애로 극복하는 장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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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호는 “어른들이 좋아하는 얼굴상이다. 동네 할아버니들이 제 귀 만지는걸 그렇게 좋아하셨다”면서 “요즘엔 동네형, 작은 삼총, 친적 오빠 같다는 말을 가장 많이듣는데 그래서 더더욱 ‘어, 그 영화에 나왔었던 배우?’라는 반응이 가장 행복하다”고 말했다. (사진제공=이미지나인컴즈)

이에 김민호는 “용기내지 못하고 늘 소심했던 아이가 선임을 위로하는 성장을 보여줘서 연기하면서도 울컥했다”고 말했다. 

 

“어렸을 때는 늘 춤만 춰서 몰랐는데 연기에 빠지다 보니 듣는 말이 ‘넌 주인공 친구감이야’였습니다. 뭘 해도 2인자거나 그 주변의 역할만 하게 될 거라는 선배들의 말에 주눅도 들었지만 그 마저도 경계를 두고 싶지는 않더라고요. 그래서 조각같은 배우들이 몰린 오디션장에 가면 되려 마음이 편했어요. 나만 잘 하면 연기가 더 눈에 보이겠지 싶은 거예요. 매순간 준비하고 버티다 보니  ‘신병’같은 인생 작품도 만나는 거 아니겠어요?”

 

10대 때의 그는 비보잉을 제외한 모든 춤을 섭렵했다. 지역신문에 ‘춤 신동’으로 기사가 나갈 정도였다. 왁킹,팝핑을 비롯해 군무까지 섭렵하며 방송국PD들이 집으로 찾아오곤 했지만 부모님은 모두 돌려보내며 연기를 하고 싶어한 아들의 뜻을 지지했다. 

댄스 안양예술고등학교 재학 때는 연극에 미쳐 있었지만 틈틈이 동아리 활동도 게을리하지 않았다. 

가수 비가 만든 댄스팀에 들어가 지금은 엠블랙 승호, 하이라이트 용준형이 된 또래들과 무대에 섰다. 그는 “포기하려면 지금 하고 아니면 진득하게 하라고 해왔던 선배들이 아니었다면 지금의 나는 없을 것”이라고 환한 미소를 지었다.

“앞으로의 계획은 실존 인물을 한 번 해보는 거예요. ‘어느 시대든지 사람들에게 잘 알려진 인물을 연기하면 어떨까’라는 생각을 항상 하고 있습니다. 계기는 예전에 혼자 연산군 독백 연기를 한 적이 있는데 그걸 본 선생님이 ‘몇 백년 뒤에 누군가 너를 연기한다고 생각해봐’란 조언을 들은 적이 있어요. 내가 하는 일은 한 사람의 인생을 표현하는구나를 깨달았죠. 사실 역사적으로 보면 농부나 어부들이 잘 생기고 말랐거든요. 귀가 크고 잘 먹어서 통통한 스타일이 왕인 걸 보면 딱 저인데…지금처럼 준비하고 기다리면 언젠가 정통 사극도 할 수 있겠죠?” 

이희승 기자 press512@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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