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위치 : > 비바100 > Encore Career(일)

[비바100] 박재홍 보스반도체 대표 "韓 팹리스 글로벌 수준에서 경쟁력 약하다"

[브릿지 초대석, 반도체의 내일을 본다⑪] 박재홍 보스반도체 대표 인터뷰

입력 2023-09-26 06:16 | 신문게재 2023-09-26 12면

  • 퍼가기
  • 페이스북
  • 트위터
  • 인스타그램
  • 밴드
  • 프린트
BOS Semi (1)
차량용 반도체 전문 팹리스 보스반도체.(사진=보스반도체)

 

“실질적으로 한국에 팹리스(반도체 설계전문) 산업은 글로벌 수준에서는 경쟁력이 없다고 할 수 있다. 국내외 고객사들도 대부분 메인스트림이 아닌 곳.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등 제조 시설이 있어 팹리스 산업이 잘될 수 있는 환경임에도 불구하고 잘 안되고 있다.”

오늘날 국내 팹리스 생태계에 대한 박재홍 보스반도체 대표의 평가다. 실제로 한국팹리스산업협회에 따르면 기존 200개 이상으로 알려졌던 팹리스 기업이 현재는 약 150개로 감소했다. 메모리 중심으로 이뤄진 반도체 생태계와 팹리스의 약한 기반이 맞물리며 팹리스 생태계가 감소하고 있는 셈이다.

박 대표는 “시스템(비모메리) 반도체 시장이 메모리보다 훨씬 크다. 우리나라도 시스템 반도체가 발전해야만 한다”며 “국내 팹리스 1위인 LX세미콘도 사실 제작 후 대부분의 칩을 LG디스플레이에 판매한다. 국내 시스템 시장은 다양한 고객사가 없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경쟁력 있는 팹리스를 만들어보자는 생각에 보스반도체를 시작했다”며 “(한국은) 제조업 중심으로 생태계가 갖춰져 잠재력 높은 고객들이 많다. 성장 환경이 잘 갖춰져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사무실 사진1
보스반도체 사옥 입구.(사진=보스반도체)

 

보스반도체는 자율주행 SoC(시스템 온 칩), HPC(고성능 컴퓨팅) 등 차량용 반도체를 전문으로 제작하는 기업이다. 지난해 5월 설립됐으며, 창립 1년 만에 100억원이 넘는 투자를 유치했다. 투자사 중에는 국내 자동차 업계를 이끄는 현대자동차·기아가 있다. 반도체를 넘어 자동차 업계에서도 주목을 받는 셈이다.

그는 “앞으로의 자동차는 소프트웨어가 중요하다. 그런데 소프트웨어를 돌리기 위해서는 반도체가 필요하다. 자동차 업계의 트렌드와 보스반도체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져 현대차의 전략적 반도체 파트너가 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차량용 팹리스 중에서도 보스반도체가 특별히 주목을 받은 것은 뛰어난 기술력덕분이다.

일반적으로 자동차에는 의자, 에어컨, 오디오 등 부분마다 반도체가 들어간다. 각 부분을 통제하기 위함이다. 자동차 하나에 수많은 반도체가 들어가는 것이다. 오늘날 자동차를 달리는 컴퓨터라고 부르는 이유다. 보스반도체를 하나로 묶은 슈퍼 SoC를 제작해 차량 내 반도체를 통합한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

박 대표는 “자동차 내에 전기전자 시스템이 굉장히 중구난방으로 돼 있다”며 “자동차 회사들은 이런 반도체를 통합하는 일을 진행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러려면 반도체 하나하나의 퍼포먼스가 예전 것보다 훨씬 좋아야 한다”며 “PC를 보면 중앙에 강력한 반도체가 있고 나머지는 입출력 장치이다. 자동차 역시 중앙에 강력한 슈퍼 SoC가 있고 나머지는 입출력 장치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슈퍼 SoC는 개발된 상태가 아니다. 현재는 슈퍼 SoC를 개발하기 위한 준비를 하는 단계로 이를 위한 플랫폼을 만들고 그 안에 구성 요소들을 개발하는 단계다.

업계에서 보스반도체를 조명하는 또 다른 이유는 칩을 양산한 경험이 있다는 점이다. 박 대표는 과거 삼성전자에서 DVD플레이어 칩셋을 시장으로 삼성전자의 모바일 AP(어플리케이션 프로세서) ‘엑시노스’와 차량용 칩 ‘엑시노스 오토’ 등 다양한 칩셋 개발을 성공시킨 바 있다.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에서도 근무했다. 반도체 개발부터 양산까지 전 과정을 거친 경험이 있는 것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국내 팹리스들이 자체 칩을 양산해본 경험이 없는 상황에서 칩 양산 경험은 보스반도체의 큰 강점이라고 꼽기도 했다. ‘반도체 기술’을 넘어 ‘반도체 산업’이라는 시각에서 칩 양산은 필요한 경험이라는 주장이다.

반도체 업계에서 개발과 사업은 교집합은 있지만 엄연히 다른 영역이다. 시스템 반도체의 경우 고객의 니즈에 맞춰 제작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소품종 대량생산인 메모리 반도체와 완전히 반대인 격이다. 그렇게 개발한 칩을 파운드리에 양산을 맡기더라도 설계도면을 제작 도면을 바꾸는 과정을 거치는 등 지속적인 협의가 필요하다. 양산이 끝나 판매까지 되더라도 고객에 대한 지원도 지속해야 된다. 양산 경험이 반도체에는 굉장히 중요한 셈이다. 

 

박재홍 (1)
박재홍 보스반도체 대표.(사진=보스반도체)

박 대표는 “국내에 신규 팹리스들이 좋은 칩을 만드는 건 가능할 지 몰라도 반도체 사업을 한다는 건 완전히 다른 영역”이라며 “좋은 아이디어나 좋은 IP(설계 자산) 하나가 있다고 해서 반도체 사업을 할 수 있는 게 아니다”라고 말했다.

아울러 “반도체를 개발해서 양산해 보고 시장에 나가서 깨지고, 고객들로부터 욕도 먹어봐야 갈고 닦은 좋은 반도체가 나온다”고 강조했다.

보스반도체는 이런 국제 정세 가운데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할 수 있는 팹리스가 되는 게 목표라고 말한다. 한 단계씩 성장해 나가 20년 뒤 대만 미디어텍, 미국 퀄컴 등 팹리스들과 어꺠를 나란히 하는 것이다.

박 대표는 “대만 미디어텍이나 미국 퀄컴 같은 회사들도 창업하고 30년이라는 시간이 흘러서 현재와 같은 수준이 됐다”며 “하루 아침에 그 정도 수준이 되는 것은 불가능하지만 적어도 20년은 하면 이들 기업과 경쟁할 수 있는 회사가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국내 팹리스 산업이 발전해 있지 않으니까 보스반도체와 같은 스타트업들에 대해 기대와 의구심이 섞인 눈으로 지켜보시는 분들이 계신데 많은 투자와 응원 부탁드린다”고 했다. 

 


▲박재홍 대표는...

박재홍 대표는 자타공인 반도체 전문가다. 삼성전자에서 모바일 및 자동차용 반도체 사업을 주도하다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할 수 있는 팹리스를 목표로 지난해 5월 보스반도체를 설립했다.

삼성전자에서는 애플의 첫 아이폰용 커스텀 AP SoC 개발을 성공시켰으며, 엑시노스 모바일 SoC, 테슬라 자율주행 SoC의 개발 및 파운드리 에코시스템 정립 등 다수 시스템 반도체 프로젝트들을 진두지휘했다. 또 삼성전자 자동차 반도체 사업팀장으로서 아우디, BMW 등 글로벌 OEM들을 대상으로 엑시노스 오토 사업을 맡은 바 있다. 그 결과 2021년 과학기술 훈장 혁신상을 수상했다.


전화평 기자 peace201@viva100.com 

  • 퍼가기
  • 페이스북
  • 트위터
  • 밴드
  • 인스타그램
  • 프린트

기획시리즈

  • 많이본뉴스
  • 최신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