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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경제칼럼] 포퓰리즘 정치가 국민 분열과 경제 추락의 원흉

입력 2023-11-03 0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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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혁철 자유와시장연구소장



만일 무언가를 하기 위해 사람들이 길게 줄을 지어 서서 차례를 기다리고 있을 때, 늦게 온 몇 사람이 새치기를 하여 먼저 입장하게 되면, 차분히 기다리던 사람들이 동요하고 어수선해지면서 서로 먼저 가겠다고 아우성을 치게 된다. 급기야 줄까지 무너져버린다.

이런 상황에서는 힘 있는 사람, 염치를 모르는 사람, 목소리 큰 사람, 우기기 잘하는 사람, 타인의 자리를 자신의 자리라고 떼쓰는 사람, 이른바 ‘요령 좋은 사람들’이 앞자리를 차지해버린다. 반면, 묵묵히 자신의 자리를 지키며 차례를 기다리던 사람들은 뒷자리로 밀리거나 아예 입장의 기회조차 얻지 못할 수 있다 .

그렇게 되면, 이들은 분노와 함께 ‘왜 지금까지 미련하게 차례를 기다리며 서 있었을까’하는 회의가 들게 마련이다. 이런 사람들에게 자기 자리를 지키라는 말은 분노만을 더 키울 뿐이다. 그리고, 이런 사회에서 국민통합은 어불성설이다.

정치인들을 비롯하여 저명인사들 대부분이 이구동성으로 ‘국민통합’을 이야기하면서, 해법으로 제시하는 것은 예외 없이 ‘퍼주기와 재분배’, 그리고 ‘예외와 특혜’의 제공이다. 그런데, 정부나 정치권이 누군가에게 무언가를 준다는 것은 다른 누군가에게 세금 등으로 빼앗아서 주겠다는 것과 같다.

누군가에게 특혜를 주겠다는 것은 다른 누군가를 차별하겠다는 것과 같은 의미다. 무언가를 받는 사람, 특혜와 특권을 받는 사람은 좋아하겠지만, 그로 인해 빼앗기는 사람, 차별을 받는 사람은 허탈감과 분노를 느끼지 않을 수 없다. 결국, 알고 보면 국민통합을 외치는 사람들이 실상은 국민통합을 저해하는 장본인들이다.

한 가지 사례를 보자. 65세가 되어 ‘어르신’이 되면 정부의 한 기관으로부터 한 통의 편지를 받는다고 한다. 그 편지에는 이른바 ‘어르신이 되면 받으실 수 있는 혜택 리스트’가 들어 있다고 한다. 전체 두 페이지에 걸쳐 있는 이 리스트에는 대한민국 남녀가 65세가 되면 받을 수 있는 갖가지 혜택들이 빼곡하게 쓰여 있다고 한다.

그런데, 그 편지를 받았던 사람들 가운데 많은 사람들이 허탈한 심정과 함께 분노가 치민다고 한다. 왜냐하면, 그 많고 많은 혜택 가운데 이들이 실제로 받을 수 있는 혜택은 달랑 지하철 무료 탑승권 하나이기 때문이다. 지하철 무료 탑승권은 65세가 되면 무조건 발급이 되기에 받을 수 있지만, 나머지는 이런 조건, 저런 조건에 걸려 하나도 받지 못하게 된다는 것이다. 분노하지 않을 수 있는가.

이런 사정을 감추거나 모면하기 위해 포퓰리즘 정치인들은 언제나 그럴듯한 명분을 들고, 부자 대 가난한 자, 강자 대 약자, 자본가 대 노동자, 정규직 대 비정규직, 남성 대 여성, 노년층 대 청년층, 7:3 심지어 9:1 사회를 언급하며 분열을 부추기고, 그것을 기반으로 유권자 다수의 표를 매수하려고 한다.

잘 알다시피 분열시키고 갈등하게 만드는 것은 포퓰리즘 정치의 근본 토대이다. 국민을 분열과 갈등으로 몰아가는 포퓰리즘 정치는 결국은 근면과 성실, 약속 이행, 책임감 등 사회적 자본까지 갉아먹으며 국가와 경제를 나락으로 떨어지게 만든다는 게 아르헨티나와 그리스 등이 보여주는 역사적 사실이다 .

경제학의 아버지라 불리는 애덤 스미스는 “국민의 대다수인 노동자의 상태가 가장 행복하고 가장 안락하게 보이는 것은 사회가 이미 부의 전체를 획득했을 때라기보다는 사회가 부를 더 획득하기 위해 전진하고 있을 때 ”라고 했다. 잘 살기 위해 전진하고 노력하는 사회가 나눠 먹기 사회, 국가가 책임진다는 사회에서보다 더 행복하고 안락한 사회라는 것이다.

‘가난의 대물림’이니 ‘부익부 빈익빈’이니 하면서 타인의 호주머니에 기생하여 살게 만드는 사회에서는 누가 빼앗기고 누가 특혜를 받는가가 사회적 관심사로 등장하게 되고 , 이들 사이에 갈등과 분열은 피할 수 없다. 또 이런 사회에서 경제가 발전하고 번영할 것이라 기대할 수 있는가.

이권추구에 열중하고 요령과 편법이 득세하는 사회에서 국민통합과 경제적 번영은 먼 나라 이야기다. 국민 모두가 분명하게 밝혀진 동일한 규칙하에서 ‘나도 할 수 있다’는 희망을 갖고 자신과 가족의 삶을 스스로 책임지고자 노력하는 사회에서 국민은 한마음이 되고 경제는 번영하게 될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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