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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 "은행 독과점 방치 안돼"…은행들, 왜 '갑질론'에 비판받나

입력 2023-11-05 10:46 | 신문게재 2023-11-06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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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대은행
5대은행 (사진= 각 사)

 

은행권을 향한 윤석열 대통령의 비판이 점점 거세진 가운데 5대은행 중심의 과점체제 구조가 다시 주목 받고 있다. 윤 대통령이 올해 초 은행의 과점체제 해소를 주문한 이래 금융당국은 다양한 방안들을 추진해왔지만 이미 견고하게 자리 잡은 과점 구조를 단시일 내 바꾸긴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5일 금융권에 따르면 5대은행의 지난해 이자이익은 36조2071억 원으로 전년(29조7098억 원) 대비 21.8%(6조4973억 원) 증가했다. 상여금은 2조2988억 원으로 일년전 보다 11.6% 늘었다. 임직원 인당 평균 연봉은 1억1006만원으로 전년(1억422만원) 대비 5.6% 증가했다.

올해는 이자이익이 더 늘었다. 5대은행의 3분기까지 누적 이자이익은 30조9366억 원으로 1년 전보다 7.4% 증가해 처음으로 30조원을 돌파했다.

은행권 대출·예금의 70%를 5대은행이 점유하고 있는 과점구조에서 해당 은행들의 이자이익이 늘어난 반면 서민들은 이자상환 부담이 커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 한국은행에 따르면 가계의 월평균 이자비용은 13만1479원(2분기 기준)으로 일년전(8만6237원) 보다 52.46% 급증했다.

이자장사로 이른바 ‘돈잔치’를 벌인다는 게 정부 당국의 시각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최근 비상경제민생회의를 주재하며 “우리나라 은행은 일종의 독과점 상태로 앉아서 돈을 벌고 갑질도 많이 한다”고 비판했다. 

발언하는 윤석열 대통령
윤석열 대통령이 1일 서울 마포구 한 카페에서 주부, 회사원, 소상공인 등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제21차 비상경제민생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금융당국은 윤 대통령의 과점체제 해소 주문에 따라 올해 초부터 은행 경쟁촉진, 과점 해소를 위한 대환대출인프라, 지방은행의 시중은행 전환 등을 추진해왔다.

대환대출인프라는 현재 차주가 이용하고 있는 신용대출을 더 낮은 금리로 갈아탈 수 있어 차주 입장에선 이자상환 부담을 낮추고, 은행간·업권간 경쟁도를 높이는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올해 말까지 신용대출 외에 주담대도 대환대출이 가능하도록 추진하고 있다.

지방은행의 시중은행 전환, 인터넷전문은행 등 신규인가도 추진 중인데 인가신청이 이뤄진 곳은 아직 없다. 대구은행이 올해 시중은행 전환을 선언했으나 이후 불법계좌개설 문제 등이 불거지면서 연내 시중은행 전환 계획에 차질이 생겼다. 대전에 본사를 둔 기업금융중심의 충청은행은 이제 설립전략을 마무리한 초기단계로 인가 신청까지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당국은 충분한 자금력과 실현가능한 사업계획이 있다면 신규 인가를 추진하겠다는 방침이다.

앞서 인터넷전문은행이 시장에 진입한 이후 가계대출은 은행간 경쟁도가 높아졌으나 과점체제를 바꾸지는 못했다. 금감원에 따르면 5대은행이 전 은행권 가계대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16년 말 81.3%에서 2017년 말 80.1%, 2019년 말 79.6%, 2020년 말 78.9%, 2021년 말 77.9%, 지난해 말 76.8%로 지속 하락해 인터넷은행 진입 후 가계대출 시장의 경쟁도가 높아진 것으로 평가된다. 다만 중저신용자 대출 확대라는 인터넷은행의 당초 설립 취지에 부합하는지를 놓고 비판이 제기되고 있는데다, 과점체제를 바꿀 수 있을 정도의 동인이 될지에 대해서도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대환대출인프라로 은행간 경쟁도를 높이고, 과점체제 해소는 은행이 신규로 진입해야 하는 이슈가 있어 중장기적 과제로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유동성 문제가 불거진 미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사태 등으로 주춤해진 혁신은행 도입을 재추진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서지용 상명대 경영학 교수는 “비이자수익 사업을 확대하는 혁신은행들이 금융안정을 저해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면서 혁신은행 도입이 주춤해진 측면이 있다”며 “혁신은행이 경쟁을 촉진하는 순기능을 살리면서 예금자보호 확대, 유동성 비율 강화 등으로 금융안정을 함께 도모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금융산업 속성상 규모의 경제가 성립하고 은행이 대형화를 통해 조달 금리를 낮출 수 있는 등 유리한 측면이 있기에 현재와 같은 과점체제를 깨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카카오뱅크 등 인터넷전문은행이 시장에 처음 진입할 때 시중은행 과점체제를 일정부분 완화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가 있었으나 실제적으로 큰 도움이 되진 못했다”며 “다양한 방법을 동원해 볼 수 있지만 공고해져있는 과점체제를 바꿀 수 있는 동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은 낮다”고 보았다.

한 5대은행 관계자는 “은행이 예금으로도 자금을 조달하지만 은행채를 발행하기 위해선 기업신용등급이 필수적”이라며 “소규모 신생 은행보다는 큰 규모를 갖춘 대형은행의 신용등급이 높기에 자금조달에서도 유리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한편, 연말을 앞두고 은행권의 상생금융 행보도 잇따르는 분위기다. 이미 하나은행이 윤 대통령의 발언 직후 소상공인을 위한 1000억원 규모의 금융지원안을 내놨으며, 여타 은행들도 상반기에 이어 추가 지원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승열 하나은행장은 서울 지역 소상공인들을 직접 찾아 실질적이고 직접적인 금융지원에 나서겠다는 뜻을 내비쳤고, 임종룡 우리금융지주 회장도 지난 3일 ‘국민 눈높이’에 맞는 금융지원 방안을 마련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김수환 기자 ksh@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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