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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21대 마지막 예산 국회의 ‘구태’ 한도 넘었다

입력 2023-11-26 14:10 | 신문게재 2023-11-27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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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가 지난 14일부터 벌인 정부 예산안 증·감액 심사는 낙제점에 가깝다. 상임위원회 17곳 가운데 24일까지 예산 예비심사를 마친 곳은 13곳, 그중 6곳은 야당이 단독 의결했다. 그러더니 법정시한(12월 2일)을 며칠 남지고 여야는 30일 본회의를 ‘연다, 못 연다’로 티격태격 샅바 싸움만 하고 있다. 현재로서는 법정시한(12월 2일) 준수가 매우 어렵게 됐다. 예산안을 꼼꼼히 들여다볼 시간도 모자란데 특검, 탄핵, 국정조사라는 정쟁화한 국회만 남아 있다.

국회 상임위원회 단계에서의 정부 예산 심사는 정상 궤도를 벗어났다. 거대 의석을 지닌 더불어민주당의 예산 단독 삭감과 여당의 반발, 탄핵 추진 외에는 기억에 남는 게 없을 정도다. 거칠게 정리하면 윤석열표 예산은 무차별적으로 깎이고 문재인·이재명표 예산은 대놓고 증액한 일이 거의 전부다. 예산안 감액 심사와 증액 심사 과정만 보면 ‘하명 예산’으로 변질시켰다 해도 할 말 없을 것 같다. 예산안 합의 없이 본회의를 열 수 없다고 버티는 수준의 여당도 딱하다.

정부 예산 편성권을 사실상 부정한 듯한 민주당은 ‘부자 감세’를 바로잡고 삭감된 민생 예산을 복원했다고 큰소리다. 이른바 쌍특검법과 탄핵소추안을 30일 재발의해 다음달 1일 표결하겠다는 민주당의 서슬에 656조9000억원 규모인 내년도 예산안 심사가 걱정스럽다. 정확히 5년 전의 20대 국회에서도 예산안 시한을 코앞에 두고 당시 야당인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이 국회 보이콧을 한 사례는 있다. 산적한 민생법안과 예산안 처리가 멈춰선 상황까지 엇비슷하다. 하지만 그때보다 최악인 것이 증오에 가득찬 21대 마지막 예산 국회다. 한도를 얼마나 더 넘어야 끝장을 보여줄지 모르겠다.

총선을 앞둔 여야의 치열한 예산안 힘겨루기가 처음 보는 모습은 아니다. 이런 국회에 회계연도 개시 30일 전으로 명시된 헌법 54조 2항의 처리 조항 준수만 요구하는 것조차 민망하지만 예산안 처리 시점까지라도 정쟁으로 허비하는 구태는 거둬들여야 한다. 야당이 다음달 1일 본회의에서 특검법과 탄핵소추안을 반드시 통과할 계획을 갖고 있는 한 여야 합의는 어렵다. 전액 삭감, 보복 삭감, 단독 증액 등 일방적인 모습에 예산 협치를 기대한 국민은 지쳐간다. 본회의 개최 문제부터 지금 이견차를 좁혀야 한다. 계속 이러다 법정시한은 물론 9일 정기국회 내 처리마저 어려울 수 있다. 기대는 이미 상당 부분 무너졌지만 예산안을 부랴부랴 정치적 일괄 타결로 지각 처리하는 잘못된 습성을 재연하지 않길 바란다. 여야의 자성과 분발을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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