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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장군, 농지 고물상 위법행위자에 '흐린눈'... 땅 판 매도인에 이행강제금 "전재산 탕진"

입력 2023-12-17 1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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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장군청
기장군청 청사 전경.(사진=기장군 제공)


부산 기장군의 잘못된 행정으로 한 시민이 수억대의 재산상의 피해가 발생했다는 주장이 제기돼 논란이다. 해당 토지의 실질 소유자도 아닌데다 농지법을 위반한 사실도 없는 시민에게 이행강제금을 부과해 심각한 심리적, 경제적 피해를 야기했다는 주장이다.

◇농지법은 ‘행위자에게 원상복구 명령’ 규정... 기장군은 ‘등기소유자’에 명령... 왜?

17일 취재를 종합하면 A씨는 지난 2013년 기장군 철마면 고촌리 482번지 자신의 땅을 B사에 매매했다. A씨가 매매한 토지는 지목이 ‘농지’로, 법인인 B사는 농지를 취득할 수가 없었다. A씨와 B사는 B사 측 임원 가운데 농지취득자격을 득하면 되는 것으로 인지하고 매매가 진행됐다. 이후 B사는 A씨로부터 매매한 토지에 불법 건축물을 짓고 고물상 영업을 했다.

농지를 다른 용도로 전용해 사용하면 농지법을 위반하는 행위(농지법 제42조)지만, B사는 481-1, 481-2, 481-3번지에 대한 임대차계약서에서 “위 임대부동산에 대해 임차인의 불법사용으로 인해 부과되는 일체의 벌과금이나 이행강제금 등과 민형사상 책임 및 벌금(범칙금) 등이 부과됐을 시는 전적으로 임차인의 책임하에 납부 처리한다”고 명시하며 농지법 위반의 고의가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농지법
농지법 제42조 제1항.
기장군청 농림과는 481-1, 481-2, 481-3 번지에 지어진 고물상이 482번지까지 침범하자 A씨에게 2014년부터 482번지에 대한 농지상 불법행위 복구명령을 통지했다. B사는 해당 토지에 대한 매매를 완료했음에도 농지취득 자격을 취득하지 못해 등기를 하지 못했고, 기장군청은 등기상 소유자인 A씨에게 원상복구명령을 내리게 된 것.

그러나 이는 기장군청의 심각한 ‘행정오류’라는 주장이다. 지역의 한 법률전문가는 “농지법은 소유자가 아닌 행위자에게 원상복구를 명령하도록 돼있는데, 기장군청은 행위자가 아닌 소유자에게 원상복구를 명령하는 오류를 범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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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지법은 위반행위자에게 원상복구 명령을 내리도록 규정되어 있으나, 기장군은 위반행위자가 아닌 등기상 소유자에게 원상복구 명령을 내렸다. 사진은 부산시 기장군 농림과가 지난 2014년 4월 19일 A씨에게 보낸 공문.(사진=도남선 기자)


◇기장군 농림과, 실제 행위자에 대한 조사 없었다

취재결과 기장군청 농림과는 482번지의 원상복구를 명령하면서도 실제 행위자에 대한 조사는 진행하지 않았던 것으로 확인됐다. 기장군청 농림과는 지난 11월 A씨의 민원에 대한 답변서를 통해서도 “2013년 농지이용실태조사는 기장군청 농림과에서 진행했으나 482번지 현장조사는 철마면사무소가 실시했다”고 답변했다. 기장군청 농림과는 또 “당시 농림과에서는 고촌리 482번지 상에 고물상을 조성, 이용한 실제 불법 행위자를 확인하지 못해 농지 소유자에게 원상회복 명령 공문을 발송했다”고도 했다. 심지어 A씨는 482번지를 매매하기 이전에도 이행강제금을 부과받은 사실도 없었다.

농림과가 불법행위자가 아닌 등기상 소유자에게 원상회복을 명령하자, 건축과(휴먼도시과) 또한 위법행위에 대한 조사없이 등기상 소유자 A씨에게 수천만원에 달하는 이행강제금을 명령하기에 이르렀다.

법원의 판단도 불법행위의 책임이 A씨가 아닌 B사에 있다고 봤다. 지난 2016년 부산지방검찰청 동부지청은 A씨에 대한 ‘개발제한구역의지정및관리에관한특별조치법위반’혐의에 대해 불기소 처분을 명했다. 반면 B사 대표 등 주요임원진에 대해서는 벌금형의 구약식기소 처분을 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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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6년 부산지방검철창 동부지청은 A씨에 대해 불기소 처분을 명했다.(사진=도남선 기자)


◇기장군 “법대로 한 것”... 전재산 탕진 A씨 “이행강제금 대상자 변경돼야”

A씨는 자신이 482번지의 실질 소유자와 불법행위자가 아니라고 민원과 소송 등을 통해 수차례 밝혔으나, 기장군청은 수년간 이를 정정하지 않았다. 결국 A씨는 수천만원에 달하는 이행강제금과 공매로 넘어간 토지, B사 측의 손해배상청구 등으로 수억대의 재산상 피해를 입게 됐다.

기장군청은 지난 9월부터 수차례 A씨 및 브릿지경제, 시민단체 등과 간담회를 개최했다.

정종복 기장군수는 지난 9월 진행된 간담회에서 “군청의 잘못된 부분이 있다면 바로잡아야 한다”며 “농림과와 건축과 실무자에게 A씨의 민원을 최대한 들어주라”고 지시했으나 아직 바로잡힌 부분은 없다. 기장군청 관계자는 “법원에서 이행강제금 판결이 이미 난 부분이라 정정은 어렵다. 기장군은 법대로 진행한 것”이라는 입장만 반복했다. 이는 기장군이 A씨에게 보낸 답변서에서 사실상 행정실수를 인정했음에도 바로잡히지 않은 것이라 이해하기 어렵다는 게 A씨의 입장이다.

고촌리 482번지
고촌리 482번지 이행강제금 부과에 대한 기장군청의 답변서.(사진=도남선 기자)


A씨는 결국 지난 10월 부산지방법원 동부지원에 이행강제금 처분명령에 불복하는 ‘추완이의신청서’를 냈다. A씨는 “기장군의 어처구니없는 행정 탓에 전재산을 잃게 됐다”며 “이제라도 기장군이 행정실수를 인정하고 이행강제금의 대상자를 실질적인 불법행위자로 변경해주길 바란다”며 눈물을 보였다.

시민단체의 한 관계자는 “기장군이 10년 전 범한 행정과오를 신임 정종복 군수가 해결한다면 그것 또한 미담이자 적극행정의 본보기가 아니겠는가”라며 기장군의 적극적인 해결을 촉구했다.

부산=도남선 기자 aegookja@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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