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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너에게 있는 이유'...'따뜻한 시인' 이희주의 두번째 시집

입력 2023-12-25 1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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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너에게 있는 이유’, 이희주 시집
증권맨으로 정년 퇴직 후 얼마전 두번째 시집을 내놓은 이희주 전 한국투자증권 전무(61). 글 솜씨 좋은 증권맨으로 이름을 날렸던 그는 이미 지난 1989년 ‘문학과 비평’ 가을호에 시 16편을 발표하면서 등단한 시인이다. 충남 보령 출생으로 한양대학교 국문학과를 졸업한 이희주는 사실 시인보다는 증권맨이라는 독특한 이력으로 금융샐러리맨들에게는 더 잘 알려져 있다.

그는 시인으로 등단하던 그 해, 한국투자증권의 전신인 한국투자신탁에 입사했다. 필기와 면접 등의 치열한 경쟁을 치룬 공채였다. 당시 투자신탁이 증권산업의 최대 큰 기관(손)이었던 걸 감안하면, 그 중 업계 1위인 한투에서 첫 사회생활을 했다는 자체가 특별한 스펙이다.

이희주는 지난 2022년 겨울 한투증권 전무로 퇴사하기까지 영업점, 경제연구실, 마케팅부, 홍보실 등을 두루 걸치며 33년을 여의도 증권밥을 먹었다.

감성이 깊고, 따뜻한 사람으로 모든 이와 잘 지냈던 그러면서도 초심을 간직한 그가 최근 두번째 시집 ‘내가 너에게 있는 이유’를 출간했다.

‘시인동네 시인선’시리즈 222번째로 시집전문출판사 ‘문학의 전당’에서 나왔다. 직장인에서 시인 이희주로 귀환했음을 알리는 복귀작인 셈이다. 그의 길로 돌아갔다기보다는 원래 가야할 길을 더 익은 다음에 갔다고 보는 주변인들도 적지않다. 그만큼 그에겐 시라는 글이 더 어울렸다.

‘내가 너에게...’는 자본주의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존재에 대한 사유가 큰 줄기를 이룬다.

“무슨 일 했는가 묻길래 증권회사에 다녔었다고 하니/자본주의의 꽃 아니냐며 돈 많이 벌었느냐고 묻는다/시를 썼다고 말하니 시를 읽어줄 사람이 있었겠느냐/시를 쓰다니 당신이 그럼 시인이었냐고 그가 묻는다”<슬픈 질문>

이희주는 1990년대 초 현대문학, 작가세계, 현대시사상 등 시 전문지에 꾸준히 시를 발표하며 젊은 시인으로 문단에서 영역을 한뼘 한뼘 넓혔다. 1996년에는 첫 시집 ‘저녁바다로 멀어지다’를 선보였다. 이후 직장생활의 풍파에 묻힌 듯 그는 시단에서 잠적하다시피 했다. 이번 두번째 시집은 그가 시(詩)와 인(人)으로 건재하고 있음을 알리는 신호이기도 하다.

문학평론가 임지훈은 이번 시집에 대해 “ ‘내가 너에게 있는 이유’는 도시의 밤을 수놓은 혼자만의 불빛과 반짝이는 술잔들을 닮아 있다”면서 “세상에 삿된 깨달음을 진리인 것처럼 이야기하는 사람들은 셀 수없이 많다. 다만, 그와 같이 스스로 번민하고 고뇌하며 함께 슬퍼하는 사람은 드물고 귀할 따름”이라고 평가했다.

이희주 시인은 “나의 지난 직장생활이 순종적 삶이었다면 이제는 다시 반항하는 삶을 살기로 했다”며 “그 반항의 형식은 하이데거가 말한 것 처럼 언어가 존재의 집인 듯, 시인은 시를 통해 사람들에게 당신은 그저 그러한 존재자가 아니라 존재 그 자체임을 일깨워주는 일”이라고 밝혔다.

‘드러나지 않는다고 해서 존재하지 않는 건 아니다’라는 구절을 떠올리게 한다. 이희주 시인의 시와 글과 삶길이 더욱 따뜻해지기를 바란다.

명재곤 기자 daysunmoon419@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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