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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현대차·기아 EV 저력, 남양기술연구소서 나온다

입력 2024-03-31 09:00 | 신문게재 2024-04-01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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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차 4축 동력계 시험실에서 연구원들이 장비를 점검하고 있는 모습.(사진제공=현대차그룹)

 

현대자동차그룹의 전기차가 미국, 유럽, 아시아 등 세계 각지 영향력 있는 자동차 기관과 매체가 주관하는 시상식을 석권하고 있다. 특히 현대차그룹의 전기차 플랫폼 E-GMP 기반 전기차들이 세계 3대 올해의 차를 모두 휩쓰는 등 경쟁력을 입증하고 있다.

지난 27일 현대자동차그룹의 전동화 차량 개발 핵심 연구 시설인 ‘남양기술연구소’의 △전기차 동력계 시험실 △배터리 분석실 △상용시스템시험동 △상용환경풍동실을 방문해 현대차·기아의 미래 모빌리티 글로벌 경쟁력을 직접 살펴봤다.

현대차그룹의 남양기술연구소는 1995년 출범한 종합기술연구소로 신차 및 신기술 개발은 물론 디자인, 설계, 시험, 평가 등 기반 연구시설을 두루 갖추고 있다. 현대차그룹의 승용·상용 등 전 차종에 대한 연구개발을 책임지고 있다.

최근 전동화 트렌드에 발맞춰 전기차, 수소전기차 개발 역량 확보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현대차·기아는 남양연구소에서 전동화에 대한 치열한 연구를 거듭하며 전기차 시장을 선도하는 동시에 글로벌 시장에서의 입지와 영향력을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전기차 시대에는 내연기관차 대비 진입 장벽이 낮아지면서 중국 자동차 업체들이 우후죽순으로 생겨나는 등 시장 경쟁이 한층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전기차 기술이 상향평준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현대차·기아는 작은 차이로부터 더 큰 상품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과감한 연구개발 여정을 이어가고 있다. 

 

2활용해 가·감속 제어를 하는 모습
전기차동력계 시험실에서 한 연구원이 로봇을 활용해 가·감속 제어를 하는 모습.(사진제공=현대차그룹)

 

먼저 전동화시험센터에서 전기차의 최고 수준의 품질을 추구하겠다는 현대차그룹의 의지를 엿볼 수 있다. 전동화시험센터는 현대차그룹의 전동화 체제 전환에 따라 기존 파워트레인 개발 조직이 전동화 조직으로 개편된 곳이다. 이곳에서는 신차가 양산에 이르기 전까지 충분한 성능 개발을 통해 전기차 품질을 개선하고 확보하는 활동을 담당한다.

전동화구동시험3팀 곽호철 책임연구원은 “모터 단품 시험부터 차량 양산까지 종합적인 평가를 수행할 수 있는 대표적인 3가지 동력계 시험을 진행하고 있다”며 “동력계 장비의 개수에 따라 크게 1축과 2축, 그리고 4축 동력계 실험실로 나눠 운영된다”고 설명했다.

이 시험실은 실도로에서 이뤄지는 주행 테스트와는 달리 실내 시험 공간 내에서 가혹한 테스트를 반복해서 진행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다양한 상황과 조건을 모사해 개발 과정에서 발생하는 문제에 대한 신속한 원인 파악과 개선으로 EV의 품질 제고 및 강건화를 가능하게 한다. 

 

(사진 1) 배터리 분석실 - 드라이룸 전경
배터리 분석실의 드라이룸 전경.(사진제공=현대차그룹)

 

이어 방문한 ‘배터리 분석실’은 전기차의 핵심 부품인 배터리를 분석해 세부 구성 물질을 연구하는 곳이다. 배터리 셀을 구성하는 소재에 대한 정밀 분석을 통해 셀의 성능, 내구성, 안정성 등을 전체적으로 평가한다. 현대차∙기아가 자체 연구 중인 차세대 배터리에 적용될 신규 소재에 대한 분석도 진행하고 있다. 

셀 해체실 공간은 혹시 모를 화재 위험을 방지하기 위해 바닥, 벽면, 천장을 비롯해 테이블과 같은 기본 설비 모두 스테인리스 스틸 소재로 마감돼 있다. 또 해체실 한편에는 자동소화 설비가 적용된 흄후드와 각종 화재 차단 설비가 곳곳에 비치돼 있다.

이외에도 배터리 분석실에서는 다양한 시험을 통해 배터리 설계 사양 및 내구성, 충·방전 조건에 따른 성능과 수명 평가 등을 확인하며 필드에서 발생할 수 있는 모든 품질 문제에 대응한다. 또 현대차·기아가 자체 개발 중인 차세대 배터리에 적용될 신규 소재에 대한 분석도 진행하고 있다.

현대차·기아가 배터리 소재 기술을 집중적으로 연구하는 것은 차세대 배터리 개발의 출발점이라는 판단 때문이다. 소재 단계에서 그 특성을 이해하고 개선하면 문제점을 미리 알고 예방할 수 있으며, 최적의 소재 개발을 통한 전체적인 완성도도 높일 수 있다. 전기차 혁신을 선도하기 위해 소재 단위까지 연구하는 현대차그룹의 모습은 상당히 인상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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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용시스템시험동의 NVH 다이나모 무향실에서 수소전기 유니버스 소음 평가가 진행되는 모습.(사진제공=현대차그룹)

 

친환경 상용차에 대한 연구도 활발하다. 상용차의 상용시스템시험동은 차량 개발 및 평가에 필요한 300여가지 시험을 한 곳에서 진행할 수 있는 공간이다. 상용시스템시험동에서는 상용차의 특수성을 반영한 환경 및 성능 조건의 시스템 단위 평가를 통해 자동차의 내구성을 시험하고 최적화한다. 현대차·기아의 모든 상용차는 이곳에서 혹독한 시험을 거쳐 개발된다. 평가 조건은 일부 다르겠지만 구조적으로는 승용차 시험 연구와 거의 동일한 프로세스로 볼 수 있다.

4400여 평에 달하는 면적으로 국내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거대한 시험동에서는 실차 거동 재현과 필드 환경을 반영한 차량 평가 검증이 진행된다. 뻗은 시험동 내부는 차체·안전, 조향·현가, 구동·제동, 품질·내구, NVH 등 크게 다섯 가지 구역으로 이뤄졌다. 차체·안전 구역에서는 차량 내외부의 안전을 테스트하는 충돌 시험과 기후환경을 재현한 시험 장비들을 볼 수 있었다. 

 

(사진 2) 상용환경풍동실 - 유동 가시화 시험이 진행되는 모습
상용환경풍동실에서 유동 가시화 시험이 진행되는 모습.(사진제공=현대차그룹)

 

남양연구소 투어의 대미는 상용환경 풍동실이다. 상용환경시험동내 3개 시험실 중 하나인 상용환경풍동실은 내연기관 및 친환경 상용차(전기차, 수소차 등)를 연구하고 테스트하는 곳으로 주행 환경시험을 위한 다양한 융복합 연구 장비들이 대거 설치돼 있다.

환경풍동시험실에서는 냉각, 열해, 연비, 냉시동, 히터/에어컨, 충·방전, 동력, 모드 주행, 배기가스인증 등 실차 주행 성능시험을 종합적으로 진행할 수 있다. 실내 온도를 -40℃~ 60℃까지, 습도를 5%~ 95%까지 조절할 수 있어 세계 곳곳의 날씨는 물론, 극한 환경까지 재현 가능하다는 점이 큰 특징이다. 더욱이 3.3m의 대형 팬으로 시속 120km에 달하는 기류를 만들어 실제 주행 조건과 동일한 시험도 할 수 있다.

환경풍동실 내부 공간은 길이 20m, 너비 10m, 높이 6.6m에 달할 정도로 세계 최대 규모를 자랑한다. 바람을 일으키기 위한 유로 시스템까지 포함하면 시설 규모는 더욱 커진다. 풍동실 내부는 천장 및 측면에 태양광 장비로 무더운 여름 날씨를 재현했다.  

 

(사진 3) 상용환경풍동실 - 유동 가시화 시험이 진행되는 모습
상용환경풍동실에서 유동 가시화 시험이 진행되는 모습.(사진제공=현대차그룹)

 

환경풍동시험실은 상용 전기차 개발에도 유용하게 쓰인다. 온도에 따라 효율이 달라지는 전기차의 특성상 배터리 충·방전 및 냉각 성능 등 각종 성능을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 시험실에는 400kW급 초고속 충전기 3대가 마련돼 있어 언제든지 혹서, 혹한의 상태에서의 배터리 충전 효율을 점검할 수 있다. 이외에도 수소차의 연비를 중량법으로 시험 가능한 수소 공급 전용 설비 또한 마련돼 있다.

이날 현장에서는 고온 조건 테스트 시연과 함께 유동 가시화 시험을 실제로 지켜볼 수 있었다. 유동 가시화 시험은 풍동 내부에 가스를 분사시켜 차량 주변의 공기 흐름을 확인함으로써 공력성능 향상에 기여하는 테스트이다.

상용연비운전성시험팀 이강웅 책임 연구원은 “이러한 희소성과 기술력 덕분에 국내 정부부처/학계/자동차업계를 비롯해 해외에서도 수많은 기업과 정부 기관이 연구 및 비즈니스 협업을 위해 계속해서 환경풍동실을 방문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현대차그룹의 미래 모빌리티 경쟁력은 상품성에 대한 시장의 기대를 넘어섰기에 가능했다. 상품성은 높은 품질을 기반으로 한다. 현대차그룹의 남양종합연구소는 현대차그룹이 전동화 시대에 돋보이는 성과의 배경이라 할 수 있다. 기술 혁신과 경쟁력 향상을 통해 글로벌 게임체인저로 거듭나고 있는 현대차그룹의 도전에 관심이 집중된다.

김태준 기자 tjkim@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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