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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6만개 소재가 한 자리에"…3M 연구소를 가다

입력 2024-04-14 09:45 | 신문게재 2024-04-15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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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M 기술연구소.(사진=3M)

 

완연한 봄기운에 연분홍 벚꽃과 회색 건물들이 어우러진 9일 경기도 화성. 굴지의 테크 기업들 사이에서 세련된 건축미를 뽐내는 3M 기술연구소를 방문했다.

여느 연구소처럼 보안절차를 마친 뒤 입장한 연구소.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이순신’, ‘장영실’, ‘세종’ 등 단어였다. 3M 관계자는 “1층 회의실은 위인의 이름을 따왔다”고 말했다. 국내 기업에서도 보기 힘든 일명 ‘국뽕’을 외국계 회사가 몸소 실천하고 있었다.

안내를 따라 들어간 회의실에서는 3M 사업에 대한 소개가 이어졌다.

3M 관계자는 “한국 3M은 3M의 48번째 자회사로 지난해 매출만 1조6465억원에 달한다”며 “한국 지사 직원만 1358명이다. 3M 자회사 중 아시아에서 일본 다음으로 크다”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현재 3M에서 취급하는 소재 제품만 6만여 개에 달한다”고 강조했다.

사업은 △안전·산업 △교통·전자 △소비자 부문으로 나뉜다. 안전·산업에서는 테에프, 접착제 등 산업 현장에서 필요한 제품을 판매하고, 교통·전자 부문은 반도체, 디스플레이 등에 활용되는 전자 재료와 전기차 소재 등을 제공한다. 소비자 부문은 3M하면 생각나는 포스트잇, 주방용품 등을 서비스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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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용석 3M 전자재료사업팀 팀장이 사업을 설명하고 있다.(사진=3M)
이 중 3M이 최근 집중하고 있는 부문은 반도체 CMP(Chemical Mechanical Polishing) 패드다. CMP 패드는 반도체 웨이퍼 표면을 물리, 화학 반응으로 연마해 평탄하게 만들어 집적도를 높인다. 현재 CMP 패드 시장 1위는 미국 듀폰이다.

3M에 따르면 회사의 CMP 패드는 경쟁사 제품 대비 표면 돌기가 균일하다. 이에 따른 평탄화 효율도 30% 뛰어나다. 새겨진 돌기는 수십 가지 다른 패턴으로 구현할 수 있다.

양용석 3M 전자재료사업팀 팀장은 “CMP 패드는 표면 돌기의 크기, 모양, 분포 등에 따라 변동성이 크다”며 “3M CMP 패드에 들어간 미세복제기술은 균일한 미세돌기를 가능하게 했다”고 설명했다.

또 기존 제품 대비 최대 2배의 수명을 자랑한다. CMP 패드가 소모품임을 고려하면 비용 절감 효과가 있는 것이다.

양 팀장은 “CMP 패드 한 개 수명이 경쟁사는 보통 수십 시간 정도인 반면 3M은 100시간 이상”이라며 “3년 내로 CMP 패드 매출 300% 향상을 달성하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다만 재사용은 불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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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넬 렌즈와 폴디드 광학 렌즈 비교 예시.(사진=3M)
VR(가상현실) 기기와 디스플레이 소재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특히 VR기기에 탑재되는 폴디드 광학 렌즈는 VR 기기의 두께를 획기적으로 줄여준다. 두 개의 부분 거울 사이에 파장 지연기(QWP)를 배치해 빛의 원형 편광 상태를 변환시키는 게 원리다.

3M 관계자는

디스플레이에는 3M의 광학투명 접착제(OCA)가 탑재된다. OCA는 디스플레이 선명도와 내구성을 향상시킨다. 고객사에는 롤(Roll) 형태로 제공되며, 주로 터치 센서 본딩에 사용된다. 스마트폰, 노트북 등 디스플레이에 주로 사용되고 있으며 시장이 확대되고 있는 폴더블, 롤러블과 더불어 VR 기기 시장에서도 OCA가 탑재될 전망이다.

3M 관계자는 “OCA 탑재 여부에 따라 디스플레이 선명도 차이가 크다”며 “만약 OCA가 적용되지 않으면 스마트폰의 검은 바탕화면을 볼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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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M 제품 혁신 플랫폼 51가지.(사진=3M)
2시간 가량의 사업 설명과 질의응답을 마치고 1층에 위치한 제품 전시관을 둘러봤다. 전시관의 시작점에는 3M 제품 혁신 플랫폼 51가지가 원소주기율표 모양으로 전시됐다. 표 밑에 있는 제품 사진을 누르면, 제품에 활용되는 소재와 기술 등의 불이 켜졌다. 백문불여일견(白文不如一見). 3M이 한 눈에 들어왔다.

조금 더 안쪽으로 들어가니 투명한 아크릴판 바닥의 저울이 눈에 들어왔다. 아크릴 2개를 덧댄 형태다. 사각형 구멍이 뚫린 아크릴 밑에는 구멍보다 살짝 큰 아크릴이 접착제로 붙여져 있었다. “이게 뭐지”라고 생각하는 순간. 80kg으로 예상되는 3M 매니저가 점프 후 ‘쾅’하는 소리와 함께 아크릴로 착지했다. 저울에는 몸무게와 점프 후 착지하는 힘까지 합산한 숫자 120이 적혀 있었다. 아크릴의 튼튼함이 아니라 강한 힘이 가해져도 떨어지지 않는 ‘접착제’의 강력함을 보여주는 전시였다.

그 뒤로 이어진 투어에 “3M이 도대체 하지 않는 소재는 뭐야?”라는 말이 절로 나왔다. 이날 관람한 분야만 해도 소비자에게 친숙한 △주방 용품 △포스트잇부터 △디스플레이 △테이프 △연마제 △자동차 소재까지 다양한 소재를 적용한 제품이 즐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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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민 3M 매니저가 접착제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사진=3M)
마지막으로 도착한 곳은 CMP 공정 팹(fab)이였다. 앞서 소개된 CMP 공정이 실제 진행되는 곳으로 방진복을 입고 입장했다. 한쪽 벽면에는 다양한 패턴의 CMP 패드가 책꽂이의 책처럼 꽂혀있었으며, 그 옆으로는 장비가 특유의 낮은 진동음을 토해내고 있었다.

3M에 따르면 이 장비만 30억원에 달한다. 현재 회사의 연구 수요가 많아 한 대 더 들일 계획이다. 실제로 이날 팹에서는 국내 주요 메모리 반도체 업체의 웨이퍼를 테스트하고 있었다.

양 팀장은 “미국, 대만에도 CMP 팹이 있지만 한국이 본사 다음으로 많은 실험 수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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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용석 팀장과 기자들이 CMP 공정 팹을 둘러보는 모습.(사진=3M)

전화평 기자 peace201@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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