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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춤형 HBM 시대'…메모리의 파운드리화, "확실한 이유 있다"

입력 2024-05-08 06:15 | 신문게재 2024-05-09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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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가 개발한 HBM3E 12단(H) 제품.(사진=삼성전자)

 

“AI 시스템의 발전 속도가 빨라지면서 메모리에 대한 고객의 요구사항이 다변화되고 있습니다. 각 고객에게 특화된 AI 메모리 솔루션을 제공하기 위한 ‘고객 맞춤형 메모리 플랫폼’을 선보이는 겁니다.”

지난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개최된 CES 2024에서 곽노정 SK하이닉스 대표이사(사장)는 AI 시대에서 메모리의 중요성이 더욱 커질 것이라며 다품목 소량생산체제 구축을 시사했다. 같은 규격으로 대량생산되던 메모리를,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처럼 고객 맞춤형으로 제작하겠다는 의미다. 그 중심에 AI용 메모리 HBM(고대역폭 메모리)이 포함돼 있다.

7일 업계에 따르면 SK하이닉스에 이어 삼성전자도 HBM을 고객 맞춤형으로 제작한다. HBM을 담당하는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 상품기획실 김경륜 상무는 최근 반도체 뉴스룸을 통해 “최근 HBM에는 맞춤형(Custom) HBM이라는 표현이 붙기 시작했다”면서 “이는 AI 반도체 시장에서 메모리 반도체가 더 이상 범용 제품이 아니라는 것을 의미한다”고 새롭게 정의했다.

이처럼 반도체 업계에 최근 불어닥친 맞춤형 HBM으로의 진화는 파운드리 생산방식과 매우 유사하다는 특징을 갖고 있다. 기존 메모리 반도체가 표준화된 제품을 대량생산하며 제품 가격을 낮추는 방식이었다면, 파운드리는 다양한 고객사의 요구에 맞는 시스템 반도체를 양산하는 방식이다. HBM을 필두로 메모리 파운드리 시대가 개막하고 있는 셈이다.

이에 대해 반도체업계 관계자는 “소품목 대량 생산체제로 제작되던 메모리가 고객 맞춤형으로 변한다는 것은 파운드리와 비슷한 형태로 생산 구조를 변모시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처럼 양사가 HBM을 고객사 맞춤형으로 제작하는 것은 시장 사이클의 영향에서 벗어나 리스크 커버리지가 가능하다는 장점 때문이다.

현재 D램이나 낸드플래시 등 메모리는 대량으로 미리 제품을 양산해 놓은 뒤 시장에 판매하는 방식이다. 시장 상황에 따라 메모리 가격이 결정되면 기업의 재고 자산 역시 극심한 유동성에 시달리는 폐단이 있었다. 즉, 기업이 주문한대로 양산하는 방식으로 시스템을 바꾸면 그만큼 재고가 쌓일 가능성이 낮아지고, 쌓인 재고로 가격 폭락이란 부작용을 덜 수 있다는 것이다.

이 같은 변화에 대해 김우현 SK하이닉스 CFO(최고재무책임자)는 지난해 4분기 실적발표 콘퍼런스콜에서 “AI로 인해 반도체 특성이 다변화되면서 메모리 산업의 본질이 변화하고 있다”면서 “메모리 산업의 예측력이 높아지고, 나아가 메모리 사이클의 진폭이 줄어들 것”이라고 봤다.

이와 함께 고객사의 니즈도 HBM 생산방식 진화의 한 요인이다. 엔비디아와 AMD 등 주요 AI 반도체 업체들은 각 칩 특성에 맞는 맞춤형 HBM을 원한다. AI 칩의 초점이 속도라면 HBM은 대역폭에 초점을 둬 양산되며 전력 소비 대비 속도를 원한다면 전성비에 중점을 둔 HBM이 양산되는 방식이다.

이에 따라 양사는 HBM4부터 맞춤형 서비스를 시작할 것으로 보인다. 이미 SK하이닉스는 HBM4(6세대)부터 커스텀화를 선언했다. 반면 삼성전자는 맞춤형 HBM으로 진출 의사를 드러냈지만, 로드맵은 공개하지 않았다. 다만, 업계에서는 삼성전자도 HBM4부터 고객 맞춤형으로 제작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한편,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는 올해 HBM 수요 성장률이 200%에 육박할 것으로 보고, 내년에는 전체 D램 시장 중 비중이 30%를 넘어설 것으로 추산했다.

전화평 기자 peace201@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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