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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든 소년'의 젊게 사는 법…목적의식·베풂 그리고 긴 호흡

[인터뷰] 세로토닌 문화원장 정신의학 전문의 이시형 박사

입력 2014-09-21 1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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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야흐로 '100세 시대'다. 

'여든 소년' 이시형 박사는 11일 브릿지경제와의 인터뷰에서 100세 시대를 맞이하는 건강한 자세에 대해 설명했다.

이 박사는 "우리가 100세 시대를 경험해보지 않은 만큼 100세 시대에 대한 준비가 전혀 안  돼있다"며 노후 준비에 대한 중요성을 강조했다.

'무항산 무항심(無恒産 無恒心)'. 맹자는 생활이 안정되지 않으면 바른 마음을 갖기 어렵다고 했다. 노후 준비에 있어 '주택'과 '생활비'의 중요성을 꼽은 이 박사는 이와 함께 '마음'의 안정을 꼽았다. 

이 박사는 "우리 세대들이 과거 경제 발전을 위해 앞만 보고 달려오다 보니 자신을 돌보지 못했다. 정서적으로 안정돼야 하는데 그렇지 못해 고독을 못이기고 자살하는 신중년층이 늘어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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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시형 박사가 21일 서울 서초구 세로토닌 문화원에서 본지와 인터뷰하고 있다. 이날 이 박사는 100세 시대를 준비하는 이들에게 '생활의 안정'과 함께 '마음의 안정'을 강조했다.
사진=윤여홍 기자

 

 

 

◇ 꿈꾸는 자는 늙지 않아 

이 박사는 젊게 사는 신중년층의 공통점으로 '목적의식'을 들었다. 그는 "목적의식, 꿈이 있는 사람들은 그 꿈을 이룰 때까지 늙지도, 병들지도 않는다"며 "내게도 '세로토닌 문화'를 정착시켜야 한다는 목적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주변 사람들에게 '왜 사느냐'고 물으면 돌아오는 대답이 막연할 때가 많다"며 "끊임없이 꿈을 꾸다 보면 나이는 잊게 된다"고 덧붙였다.

그가 집중하고 있는 '세로토닌 문화'란 작은 것에 만족할 줄 알고 행복해하는 것을 말한다. 세로토닌이란 뇌의 시상하부 중추에 존재하는 신경전달물질로 기분뿐만 아니라 수면과 식욕 등 인간의 본능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세로토닌이 뇌에서 분비되면 기분이 상쾌해져 '행복 호르몬'이라고도 불린다.

이 박사는 "인간의 기본적 욕구가 충족되면 만족감이 생기면서 기분이 좋지 않나. 이때 나오는 게 세로토닌"이라며 "세로토닌이 부족해지면 쉽게 화를 내거나 우울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쾌락과 행복에 관한 감정을 느끼게 해주는 호르몬인 도파민과 비슷해보일 수 있으나 쾌락에 만족할 줄 모르는 도파민과 달리 세로토닌은 중독성이 없어 작은 행복에도 만족한다"며 "1등을 해 보상을 받을 때 생기는 강렬한 기쁨이 도파민이라면 세로토닌은 허기를 충족시켰을 때에서 오는 소박한 행복이다"라고 두 호르몬의 차이를 설명했다.

세로토닌 분비를 활성화시키는 방법으론 △씹기 △걷기 △숨쉬기 △명상하기 등을 꼽았다. 이 박사는 "일상생활에서 본능적인 욕구를 충족시키는 모든 행동에서 세로토닌이 분비된다"며 "한국인들의 뇌는 많이 지쳐 있기 때문에 긴 호흡으로 리드미컬한 생활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 나이 80은 '사은(謝恩)'…은혜를 생각한다 

어떤 유혹에도 넘어가지 않는 40세 불혹(不惑), 인생의 의미를 깨우치는 50세 지천명(知天命), 무슨 일이라도 순순히 받아들이는 60세 이순(耳順), 마음 가는 대로 하는 70세 종심(從心). 공자는 '논어'를 통해 각 세대가 가지는 나이의 의미를 설명했다. 이 박사는 "공자는 100세 시대를 경험해보지 못했기 때문에 나이 80이 지닌 의미를 설명하지 못했다"며 "나이 80은 '사은'이라 생각한다. 80세까지도 건강하니 낳아준 부모님과 키워준 사회에 은혜를 갚는다는 뜻이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내가 NGO 단체에서 사회 운동을 하는 것도 내 능력만큼 사회에 보탬이 되고 싶기 때문이다"라고 덧붙였다.

또 "우리나라 사람들은 과거 치열한 경쟁 구도 속에서 어렵게 돈을 벌다 보니 베푸는 것에 익숙지 않다"며 "과거에 비해 물질적으로 풍요로워진 만큼 이제는 어릴 때부터 '나눔', '베풂'의 가치를 교육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최근 우리 사회의 인문학 열풍을 주도하는 계층이 기업의 최고경영자(CEO)들이라는 사실에 주목했다. 이 박사는 "그동안 우리 사회는 돈을 어떻게 벌 것이냐에만 주목했지 어떻게 쓸 것인지에 대해선 관심 갖지 않았다"며 "기업 CEO들이 깨끗한 기업문화를 이루고 올바른 가치관으로 이 사회에 공헌한다는 사명감을 앞장서서 보여야 한다"고 말했다.

◇ 길어진 인생만큼 긴 호흡 필요 

이 박사는 몸이 힘들었던 과거 젊은 세대에 비해 마음이 더 힘든 현재 젊은 세대들을 우려했다. 하나의 상황을 두고 너무 뜨겁고 빠르게 반응하는 그들에게 '긴 호흡'을 주문했다. 그는 "'인생은 짧고 예술은 길다'는 말이 있지만 이제 인생은 길다. 우리 어릴 때 비하면 30여년은 늘어난 만큼 차분하게 자신과 주변을 살펴봐야 한다"며 "성장을 위한 지나친 경쟁으로 우리 사회에 상대적 박탈감이 확산됐지만 중도에 실패했다고 너무 낙담할 필요는 없다. 언제든 일어설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른바 '쿨병'을 앓고 있는 사람들에 대한 일침도 가했다. 쿨병이란 식견은 얕으면서 양비론적인 태도를 보이거나 어려운 일이 닥치면 회피하려는 성향을 말한다. 이 박사는 "디지털시대가 익숙한 젊은 사람들은 상대방이나 찬반이 갈리는 사안에 대해 가볍게 말하는 경향이 있다"며 "이만큼 살아보니 세상은 참 좁다. 언제 어디서 어떻게 만날지 모르니 온라인상이든, 오프라인상에서든 상대방에 대한 예의를 갖출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끝으로 그는 '잘 먹고 잘 사는 것'의 의미를 짚었다. 이 박사는 "과거 '잘 먹고 잘 산다'는 것은 물질적인 풍요를 뜻했지만 이젠 정신적인 여유와 만족을 뜻한다"라며 "생활습관병의 근본 원인인 과욕을 버리고 즐겁게 음식을 먹고 푹 자는 것만으로도 병을 예방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정윤경 기자 v_v@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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