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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바100] 불황의 그늘…소비자들 충동구매 줄이고 소액·소량 구매

[금주의 경제학] 얼어붙은 소비심리… '불황형 소비' 늘어

입력 2015-12-23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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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불황에 저가 열풍<YONHAP NO-1776>
최근 경기침체로 인해 값이 저렴한 생필품점, 커피점 등의 인기가 높아지다. (사진=연합)

 

정부의 내수 활성화 정책에도 불구하고 얼어붙은 내수 소비 경기가 좀처럼 풀리지 않고 있다. 소비 성장률도 최근 몇 년간 급속히 둔화되면서 산업전반에 걸쳐 어려움이 계속되고 있다. 특히 소비경기의 바로미터인 유통업계의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소비자들의 지갑이 점점 닫히면서 당장 먹고 입는 데 쓰는 돈을 줄였기 때문이다.

 

이처럼 전반적으로 소비심리가 냉랭해지면서 돈을 쓰더라도 싼 것만 찾는 '불황형 소비 패턴'이 고착화되고 있다. 일각에선 이 같은 소비 확산과 잇따른 가격 파괴 바람이 장기불황 당시 일본의 상황과 유사한 것 아니냐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한 전문가는 "저물가와 불황형 흑자가 동시에 나타나는 현재의 양상은 장기 불황 초입에 들어섰던 1990년대 일본과 흡사하다"며 "저금리, 저성장, 고령화, 1인가구 증가 등 일본의 불황기에 나타난 현상이 한국에서 관찰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 “몇가지만 조금씩 자주 산다”

시장분석기관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올해 3분기 61개 국가 3만명 이상의 온라인패널을 대상으로 소비심리·경제전망·지출의향 등을 조사한 결과, 한국의 소비자 신뢰지수는 49로 전 세계 최하위를 기록했다.

한국인의 소비자신뢰지수는 지난해 4분기에도 48로 매우 낮은 상태를 보이며 59위에 머물렀다. 2분기 연속 59위다. 문제는 현재의 소비심리뿐만 아니라 앞으로도 소비자들이 좀처럼 지갑을 열지 않을 것이란 점이다. 이번 조사에서 한국인의 79%는 “향후 12개월간 개인 재정상태가 나쁘거나 좋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런 가운데 가장 눈에 띄는 소비변화는 소비자들이 쇼핑을 즐기는 시간이 줄었다는 점과 소량구매, 소액구매가 늘어나고 있다는 점이다.

이에 따라 유통업계의 매출도 정체되고 있다. 백화점과 대형마트, 편의점의 매출액 변화를 살펴보면 대형마트의 경우 2012년 2분기 이후 11분기 연속 매출증감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하고 있다. 백화점의 경우도 성장이 정체된 모습이다. 반면, 편의점의 매출은 집계가 시작된 13년 2분기 이후 7~10% 수준의 성장률이 꾸준히 유지되고 있다.

판매점 형태별 결제 건수와 건당 결제액에서도 차별화가 뚜렷하다. 대형마트의 경우 이미 2011년부터 일인당 결제액은 성장이 정체됐고, 백화점의 경우도 2012년 이후 일인당 결제액이 마이너스로 바뀌었다. 반면 편의점의 경우 건당 결제액이 꾸준히 성장하고 있으며, 올해 담배가격이 인상되면서 건당 결제액은 크게 늘었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불황형 소비 패턴이 강해지면서 소량, 소액구매가 주를 이루는 편의점 매출이 꾸준이 증가하고 있다”며 “이같은 흐름이 단시일 내에 꺾이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 “충동구매는 이제 그만”

소량·소액구매의 증가와 더불어 소비패턴의 변화 중 눈에 띄는 것은 바로 계획구매의 증가다. 이는 홈쇼핑과 인터넷쇼핑의 매출액 변화로 확인 가능하다. TV 홈쇼핑의 경우 계획에 없던 물건을 사게 되는 경우가 많으며, 구매의 결정이 충동적으로 일어나는 반면, 인터넷쇼핑의 경우 살 품목을 미리 정해놓고 검색을 한다는 점에서 계획된 쇼핑의 비중이 높다.

그런데 최근 유통업계의 동향은 홈쇼핑의 매출은 뒷걸음질 치는 반면 인터넷 쇼핑의 성장세가 확연하다. 국내 양대 홈쇼핑 업체인 GS홈쇼핑과 CJ오쇼핑의 3분기 TV부문 취급고는 각각 6.2%, 10%씩 감소했다.

이에 반해 온라인 쇼핑은 매출액이 급증하고 있다. 통계청이 발표한 10월 온라인쇼핑동향을 살펴보면 10월 온라인쇼핑 거래액은 4조7690억원으로 지난해 10월에 비해 20.6%나 늘었다. 전체 소매판매액 중 온라인쇼핑 거래액 비중도 점차 늘어나고 있다.

이 같은 수치가 의미하는 것은 소비자들은 물건을 사기에 앞서, 사야 할 상품이나 어떤 특정 상표를 미리 결정하고, 실제로 구입할 때 사전에 결정한 그대로 물건을 구매하고 있다. 충동구매하는 시대는 갔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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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U PB상품 모음컷(사진제공=BGF리테일)

 

◇ “싸거나 더 싸거나”

한 푼이라도 저렴한 상품을 찾는 소비자가 늘면서 ‘가격 파괴’ 현상이 가속화되자 유통업계도 이들은 겨냥한 마케팅에 적극 나서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유통업체가 자체적으로 기획·개발한 PB브랜드의 인기다.

22일 이마트에 따르면 지난 4월 선보인 ‘노브랜드’는 완판 상품이 줄을 잇고 있다. 노브랜드는 포장과 광고에 드는 비용을 최소화하면서 타사 브랜드 대비 최대 67%까지 가격을 낮춘 상품이다. 원통형 감자칩의 경우 출시 43일 만에 첫 수입물량인 25만개를 완판했고 주방세제는 출시 이후 매출 1위를 이어가고 있다.

편의점에서도 도시락·커피·라면 등 PB 히트 상품이 나오고 있다. 실제 CU의 PB제품의 매출은 2013년 7.6%, 지난해 9.1%의 전년 대비 매출 신장률을 보였으며, 올해 1~3분기는 전년 동기간 대비 28.2% 매출이 늘었다.

음료나 베이커리 등 외식업계에도 저가 바람이 나타나고 있다. 대표적인 저가 커피 브랜드 ‘이디야’ ‘빽다방’ 등과 테이크 아웃형 1000~1500원짜리 편의점 커피까지 등장해 인기를 모으고 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경기불황이 길어지면서 값 싸고 질도 보장되는 ‘실속형 가치소비’ 수요가 늘어났다”며 “최근엔 ‘저가’에 포커스를 맞추는 것이 아니라 ‘맛’과 ‘품질’을 추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보라 기자 bora6693@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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