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회 한국증권분석사회 이사가 지난 18일 국민연금공단 교육 플랫폼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인천 효성중학교에서 강연하고 있다. (사진제공=김종회 이사) |
인터뷰를 시작하기 직전, 녹음을 자청한 김종회 한국증권분석사회 이사(60)가 당당한 표정으로 말했다.
가천대학교에서 경제·경영 분야를 강의하다가 오는 2학기부터 겸임교수가 된 그는 캠퍼스 밖에서도 강연하러 전국을 누비고 있다. 강의 내용은 주로 장기투자로 △100세 시대의 노후준비·자산관리 △청소년·자녀들의 노후준비와 경제·금융교육 △유대인의 경제교육과 한국의 경제교육 모델 제시하기 △자본시장을 통한 자산운용전략으로 행복한 부자 되기 등의 세부 주제 중 하나를 청중 앞에 선보인다.
김 이사는 “매일 신문을 스크랩하는 등 끝없이 콘텐츠를 업그레이드해서 강연하려고 하다 보니, 청중들 반응은 뜨거운 편이고 한번도 악평을 들은 적이 없다”고 자신했다.
김종회 한국증권분석사회 이사. (사진제공=김종회 이사) |
신용보증기금, 외국계 은행, 증권사, 자산운용사 등을 거친 김 이사는 자신이 경험하고 공부해서 나름대로 쌓은 노하우를 남들과 공유하는 것을 즐긴다.
“유료든 무료든 크게 상관 안 합니다. 기업 같이 돈 있는 곳이 절 부르면 당연히 강연료를 받겠지만, 사정이 여의치 않은 조직이라면 재능기부도 합니다”라고 말한 그는 “서울이면 완전히 공짜도 되겠지만 그래도 지방이면 너무 멀어서 교통비 정도는 있어야 겠죠”라며 멋적게 웃었다.
김 이사가 장기투자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는 극적이었다.
증권사에서 고속 승진을 하고, 국제영업본부장을 하면서 40억원 적자를 130억원 흑자로 만드는 등 거침없던 그의 인생은 IMF로 인해 벼랑 끝으로 몰렸다.
증권사가 아예 없어져버리는 바람에 주식·선물을 다루는 프리랜서로 전직했다. 1998년 코스피는 300포인트 아래로 내려갔고, 그는 투자에 실패해 아파트 한 채를 날리고 빚더미를 떠안았다.
김 이사는 “자살하면 나오는 사망보험까지 들었어요. 그냥 죽으면 돈이 얼마 안 나올 테니 차라리 죽어야겠다는 생각까지 했습니다”라고 말했다. 투자 상품을 바꿔 간신히 기사회생한 그는 인생을 ‘롱런’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로 인해 장수 상품, 장기 투자에 관심을 가졌다.
김종회 한국증권분석사회 이사가 지난 5월 11일 홍익대학교 가톨릭청년회관에서 국민연금공단이 주최한 두근두근 세대공감 콘서트에서 ‘세대가 공감하는 경제이야기’라는 주제로 강연하고 있다. (사진제공=김종회 이사) |
그의 지론은 ‘어려서부터 노후 준비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부모가 자녀에게 은행을 통해 용돈을 주고, 자녀는 체크카드를 만들어 자신이 용돈을 얼마 썼는지 알 수 있도록 한다.
용돈을 아끼면, 아낀 만큼 용돈을 더 줘서 일종의 ‘매칭펀드’ 개념을 심어준다. 아낀 용돈으로는 10개 정도의 기업에 ‘주식 저축’을 하게 한다.
김 이사는 “주식 투자가 아니라 주식 저축”이라고 강조했다. 단타로 수익을 내는 게 아니라, 해당 기업이 수십년이나 100년이라는 오랜 세월 동안 성장할지 면밀히 따져서 그 주식에 돈을 들이는 개념이라는 설명이다.
그는 “주식 저축은 자녀 인생에 두 가지 면에서 좋습니다. 오랜 안목을 가지고 주식 저축을 하려면 기업·산업과 국제 동향을 다 알아야 하기 때문에 저절로 공부가 되며, 주주가 되면 간접적으로 창업과 경영을 경험하는 셈이기 때문에 나중에 취직할 때 도움됩니다”라고 힘주어 말했다.
평생 현직, 평생 공부를 모토로 하는 김 이사는 앞으로 살 40년 동안 자신도 롱런하고 사회의 롱런에도 기여하는 일을 구상 중이다.
그는 장수 상품에 처음으로 관심가졌을 때부터 ‘Wellness’라는 사업 아이템에 사로잡혔다. Wellness는 ‘종합 건강관리’로 미국에서는 자동차보다 더 큰 산업이라고 한다.
2006년에 이미 관련 펀드 상품을 만들어 수익률 9%를 거둔 바 있지만, 단기적인 상품에 치중하는 자산운용업계와 투자업계의 풍토 때문에 1년 만에 접어야 했다.
그는 “앞으로 종합 건강관리 펀드를 다시 만들어서 한국 사회의 노후 대비에 도움을 주는 게 제 비전입니다”라고 말했다.
신태현 기자 newtie@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