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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의칼럼] 병적 비만, 적극적인 치료가 필요한 ‘질병’이다

입력 2018-02-27 07:00 | 신문게재 2018-02-27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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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분당서울대병원 외과 박영석 교수
박영석 분당서울대병원 외과 교수

비만 중에서도 심한 비만, 전문적인 용어로는 ‘병적 비만’ 또는 ‘고도 비만’이라고 불리는 상태는 치료가 필요한 ‘질병’이다. 혈압이 높은 사람을 ‘고혈압 환자’라고 할 때, 이에 대해 거부감을 갖는 사람은 거의 없다. 이는 고혈압을 하나의 질병으로 인식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고도 비만을 질병으로 생각하는 사람은 많지 않고, 치료가 필요한 상태라고 인지하는 사람 또한 많지 않다. 병적으로 비만한 상태임에도 단지 ‘자기 관리에 소홀해 살이 찐 상태’ 정도로 생각하는 경향이 많다. 심지어는 병적 비만 환자들이 치료를 위해 병원을 방문해도 국민건강보험에서는 진료비를 전혀 지원하지 않았다. 다행히 2018년부터는 병적 비만 환자들의 수술적 치료에 대해서는 건강보험에서 지원한다고 하니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병적 비만 환자의 수술적 치료는 가장 효과적이고 지속성 있는 치료 방법이다. 음식이 위에 들어가면 잘 늘어나는 위의 일부를 절제하는 ‘위소매절제술’과 위를 작게 자른 후 소장을 연결하는 ‘위우회술’이 대표적인 수술 방법이다. 예전에 많이 시행됐던 위의 입구를 밴드로 조여 주는 ‘위밴드술’은 장기 합병증 발생률이 높아 현재는 잘 시행되고 있지 않다.

위소매절제술이나 위우회술 후에는 적게 먹어도 포만감을 느껴 소식하는 건강한 식습관을 쉽게 들일 수 있다. 때문에 자연스럽게 체중이 줄고 고혈압, 당뇨병 등 비만과 관련된 대사 질환도 함께 호전된다. 즉, 병적 비만 수술의 일차 목표는 자연스러운 체중 감량을 통한 건강의 회복인 것이다. 최근 비만 수술과 관련된 또 하나의 이슈는 제2형 당뇨병의 호전이다. 비만 수술 후 살이 빠지면 혈당 조절에 도움을 주는 것이 당연하나, 수술 후 살이 빠지기도 전에 혈당부터 좋아지는 현상이 발견된 것이다. 이는 수술 후 호르몬 변화, 담즙산의 변화, 장내 세균총의 변화 등이 함께 어우러져 나타나는 효과로 보인다.

이때문에 당뇨병 환자라면 수술을 시행해 볼 만하며, 이를 통해 당뇨병의 호전을 이끌어 낼 수 있다. 이 경우 시행되는 비만 수술을 대사 수술이라고 부른다. 대사 수술의 종류는 비만 수술과 다르지 않으며, 위소매절제술과 위우회술 모두 비슷한 정도의 당뇨병 개선 효과를 나타낸다고 알려져 있다.

‘살을 빼기 위해 수술까지 해야 하나’ 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병적 비만 환자의 수술은 미용 수술이 아니다. 병적 비만을 질병으로 인지하고 적극적인 치료로 이를 극복하려는 사고의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다.

 

박영석 분당서울대병원 외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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