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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호영 칼럼] 집부자 꿈쩍않는 부동산 정책, 애꿎은 무주택 서민만 울린다

입력 2019-06-10 07:00 | 신문게재 2019-06-10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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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호영 부동산센터 대표

필자에게 보릿고개란 직접 경험하지 못한 세대로서 단지 부모님과 교과서에서 배운 용어일 뿐이다. 예전 먹을 것이 부족해 보릿고개라고 해 식량사정이 매우 어려웠던 시절을 일컫지만 요즘은 거의 쓰지 않는다. 인터넷에서 검색해보니 한자로는 맥령(麥嶺)이라도 불리며 농민이 추수 때 걷은 수확물 중 소작료, 빚 또는 이자, 세금 등을 지급하고 난 뒤 나머지 식량으로 초여름 보리수확기까지 버티어야 연명이 가능한 절기를 뜻한다.


“집 걱정 없는 세상을 만드는 LH(한국토지주택공사)”라는 배너광고가 눈에 들어왔다. 어느새 대한민국은 양식 걱정보다 거주 걱정이 우선인 나라가 됐다. 그렇다고 온 국민이 거주 걱정만 할 정도로 주머니 사정이 나아졌다고는 느껴지지 않는다. 보릿고개 춘궁민처럼 연봉에서 월세나 대출이자, 각종 세금과 공과금, 교(양)육비, 보험료 등을 지급하고 남은 잉여로 10년 혹은 20년을 모아도 자력으로 사기 힘든 서울아파트는 현재 맞벌이 신혼부부와 청년층에게는 그야말로 그림의 떡이 아니던가.

보릿고개가 있던 조선·일제시대, 해방이후에도 부유층은 늘 존재해왔다. 이때 부유층은 단연 지주층으로 부동산 부자인 땅부자를 의미한다. 이삭줍기도 아닌 ‘줍줍’ 열기를 불러일으킨 현재 부동산시장의 현금부자와 다를 바 없다.

대한민국 2% 이내 부자라고 모두 주택임대업자나 강남권 다주택자라고 볼 수는 없다. 하지만 강남권 주택가격과 다주택자들을 겨냥했던 정부의 대책들이 효과가 제대로 발휘를 못하고 있다는데 문제가 심각하다. 오히려 이들은 눈 하나 깜짝 안한다. 정부에서 정의한 투기꾼을 단죄하기 위한 단두대에 애꿎은 무주택서민과 사회빈곤층을 올리고 있다는 서글픔이 든다.

공시가격 현실화는 과연 1주택보유자나 전세 등 세입자에게는 전혀 영향이 없을까? 이들도 ‘무주택이거나 다주택자가 아닌 내가 역시 보험료가 오른다?’고 하며 올 하반기 오를 국민연금과 건강보험료를 아직 체감하지도 사태파악도 못하고 있다.

예나 지금이나 부동산 부자들에게도 걱정거리는 늘 존재한다. 천석꾼 천 가지, 만석꾼 만 가지 걱정이라 했다. 가뜩이나 침체된 부동산 시장에 내수경기마저 침체되는 매우 어려운 시기에 직면해있다. 주 수입원인 임대료를 임차인이 체납하고 폐업 등으로 공실률마저 증가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이는 원자재료값 상승과 더불어 세입자인 자영업자 및 중소기업이 월세도 공과금도 못내는 줄 폐업으로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몇 해 전 주택구입에 실패한 A씨를 우연히 만났다. 월세보증금 몇 천만으로 지푸라기 잡는 심정으로 주택을 구하기 위해서 찾아간 은행창구에서는 주택대출은커녕 전세대출조차 힘들다. 결국 A씨는 부동산부자의 세금전가 대상이 돼야하는 악순환이 자꾸 되풀이 되는 것은 왜 일까? 지역과 계층 그리고 금액별 형평성을 갖춘 세밀한 부동산 정책으로 무주택서민이나 사회빈곤층 그리고 1주택 보유자에게 혜택이 큰 부디 ‘집 걱정 없는 세상’을 만들어 주기를 기대해본다.

 

이호영 부동산센터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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