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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바100] 한점 한점 공들여 찍은 40여년 발자취 ‘한 점 하늘_김환기’…“김환기 연구의 출발점”

[Culture Board] 김환기 회고전 '한 점 하늘'

입력 2023-05-17 18:30 | 신문게재 2023-05-18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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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환기 회고전 ‘한 점 하늘_김환기’ 전경ⓒWhanki Foundation·Whanki Museum(사진=허미선 기자)

 

한국을 대표하는 추상화가, 점묘법, 달항아리, 최고 경매가, 한국적 추상의 선구자, 한국의 피카소…. 우리가 알고 있는 수화(樹話) 김환기는 그의 대표적 기법처럼 40여년 간 끊임없이 공들여 찍은 한점 한점이 모여 이뤄낸 것들이다. 

미술사에서 가장 중요한 작가로 손꼽히는 그가 집념을 가지고 40여년 간 불태운 추상의지와 예술적 지향이 깃든 유화, 드로잉, 신문지 작업, 조각, 스케치북 등 120여점과 김환기가 소장했던 달항아리 및 도자기, 화구, 청년 시절 사진, 작가수첩, 편지, 50년대 스크랩북 등 100여점의 아카이브 자료를 만날 수 있는 ‘한 점 하늘_김환기’展(a dot a sky_kim whanki 5월 18~9월 10일 호암미술관)이 오늘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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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환기 회고전 ‘한 점 하늘_김환기’ 전경ⓒWhanki Foundation·Whanki Museum(사진=허미선 기자)

이 전시를 기획한 삼성문화재단의 최현선 큐레이터는 “김환기라는 이름은 점화, 경매 가격 등으로 알려졌지만 그의 전체적인 예술 세계를 조망하는 전시는 사실상 거의 없다. 그런 자리가 한번은 있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기획한 전시”라고 소개했다.

 

이어 “그의 작품, 자료 등이 꾸준히 발굴되고 있기 때문에 타이틀은 회고전이지만 미래의 김환기 연구를 위한 출발점이 되는 전시”라고 덧붙였다.


1년 6개월여의 리뉴얼을 마친 호암미술관의 재개관 전인 ‘한 점 하늘’은 김환기의 예술이념과 추상형식이 깃든 1930년대 중반부터 1960년대 초까지의 작업을 만날 수 있는 ‘달/항아리’와 뉴욕 이주 후 한국적 추상을 찾아가는 과정을 담은 ‘거대한 작은 점’, 두개 부로 나뉜다. 

 

일본 유학을 마치고 돌아온 1937년부터의 예술세계를 담은 ‘달/항아리’는 최현선 큐레이터의 설명처럼 “기하학적 추상으로 자연을 묘사하면서 활동적 소재와 자연을 묘사했다는 점에서 이 섹션의 대표성을 띤” ‘달과 나무’로 시작한다.

대형작품으로 국립현대미술관 소장작인 ‘여인들과 항아리’를 비롯해 ‘론도’ ‘초가집’ ‘부처’ ‘산월’ ‘여름 달밤’(이상 국립현대미술관 소장), 국립중앙박물관의 ‘돌’ 그리고 리움미술관과 개인소장 작품인 ‘섬이야기’ ‘풍경’ ‘창’ ‘꽃가게’ ‘판자집’ ‘푸른 풍경’ ‘정물’ ‘노란 과일이 있는 정물’(원제 황과), ‘답교’, ‘사방탁자’(원제 백자), ‘달빛교향곡’(원제 호월), ‘항아리와 매화’ ‘항아리와 시’ ‘산’ ‘항아리’ ‘영원의 노래’ ‘정원’ 그리고 일민미술관 소장 작품 ‘학’ 등을 만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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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환기 회고전 ‘한 점 하늘_김환기’ 중 같은 해 전혀 다른 화풍으로 그린 두점의 ‘정물’ⓒWhanki Foundation·Whanki Museum(사진=허미선 기자)

 

이들 중 같은 제목이지만 전혀 다른 화풍의 ‘정물’과 ‘영원의 노래’는 흥미롭다. 전쟁 직후 성북동 집으로 돌아와 도자기에 심취하면서 같은 해에 그렸지만 극명하게 대비되는 두점의 ‘정물’은 전통 소재와 화면의 조형성에 대한 그의 관심이 담겼다. 

피카소가 활동하던 프랑스 파리에서 그린 1957년 작품이 두점의 ‘영원의 노래’ 역시 대비된다. 한점이 수직과 수평이 교차하는 비대칭 격자 속 십장생과 도자기, 매화, 달 등이 가지런히 배치돼 있는가 하면 다른 한점은 같은 소재들이 부유하는 듯한 구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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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환기 회고전 ‘한 점 하늘_김환기’ 중 1957년 파리에서 그린 같은 제목이지만 전혀 다른 ‘영원의 노래’ 두점ⓒWhanki Foundation·Whanki Museum(사진=허미선 기자)

1층에서 만날 수 있는 2부 ‘거대한 작은 점’에서는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 16-IV-70 #166’와 ‘남동풍 24-VIII-65’ ‘북서풍 30-VIII-65’ ‘05-IV-71 #200’ ‘3-VII-71 #208’ ‘23 XII-71 #218’ ‘03-II-72 #220’ ‘산울림 19-II-73’ ‘하늘과 땅 24-Ⅸ-73 #320’ ‘22-X-73 #325’ ‘6-III-74 #328’ ‘19-Ⅲ-74 #329’ ‘17-VI-74 #337’ 등 대표 점화 그리고 신문지에 채색한 여러 점의 작품들과 종이 조형작들을 만날 수 있다. 

이번 전시에서 눈여겨 볼 작품은 1948년 신사실파 창립 전 출품된 추상의 원리에 충실한 ‘꽃가게’, 도쿄와 서울에서 열린 자유미술가협회전을 통해 기하추상에 심화했던 그가 완전 추상에 가장 가까이 다가간 ‘창’ 그리고 1971년 점화 ‘3-VII-71 #208’, 병세 악화로 죽음을 직감하면서 달라진 작품세계를 만날 수 있는 그의 마지막에서 두 번째 작품 ‘17-VI-74 #337’ 등 최초 전시작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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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환기 회고전 ‘한 점 하늘_김환기’ 중 예술적 지향을 바꾼 계기가 된 ‘새벽별’(오른쪽)과 그 후의 작품들ⓒWhanki Foundation·Whanki Museum(사진=허미선 기자)

 

더불어 이번 전시의 특징은 작품마다 작가의 일기, 김중업에게 보낸 편지글 등이 함께 전시된다는 것이다. 작업 당시의 날씨와 소회 등을 꼼꼼하게 적은 글들은 그의 화업을 이해하는 데 적지 않은 힘을 발휘한다.

 

뉴욕에서 새로운 것을 시도하기 위해 나이프로 작업한, 결국 “나는 붓이 편한 동양화가”라는 정체성을 공고히 한 뉴욕시기의 첫 번째 작품 ‘야상곡’, 한국적 추상을 꿈꾸며 발표했지만 “동양에서 온 작가라고 해서 동양성을 기대했지만 미국현대추상주의 경향만 보이더라”는 혹평으로 그의 예술지향을 바꾼 계기가 된 ‘새벽별’, 선율을 타는 듯한 ‘23-XII-71 #218’ 그리고 죽음을 앞두고 그 규모도 작아지고 어두워졌지만 “모든 것을 초월하는 사유의 예술세계”를 담은 말기작들은 눈여겨볼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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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환기 회고전 ‘한 점 하늘_김환기’ 중 그의 마지막에서 두 번째 작품 ‘17-VI-74 #337’ⓒWhanki Foundation·Whanki Museum(사진=허미선 기자)

특히 무채색의 수평적이고 고요한 말기작들은 언뜻 민들레 홀씨처럼 보이기도 하는 요소들이 포함돼 자연으로 돌아가고자 하는 작가의 의지가 고스란히 느껴지기도 한다. 김성원 부원장의 전언에 따르면 “리노베이션 후 첫 전시인 ‘한 점 하늘_김환기’를 시작으로 호암미술관은 서울의 리움미술관과 통합운영할 계획이다.”


글·사진=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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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환기 회고전 ‘한 점 하늘_김환기’ 중 신문지 그림ⓒWhanki Foundation·Whanki Museum(사진=허미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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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환기 회고전 ‘한 점 하늘_김환기’ 중 처음 공개되는 '꽃가게'(오른족)와 전경ⓒWhanki Foundation·Whanki Museum(사진=허미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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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환기 회고전 ‘한 점 하늘_김환기’ 전경ⓒWhanki Foundation·Whanki Museum(사진=허미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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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환기 회고전 ‘한 점 하늘_김환기’ 중 그가 소장했던 달항아리ⓒWhanki Foundation·Whanki Museum(사진=허미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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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환기 회고전 ‘한 점 하늘_김환기’ 전경ⓒWhanki Foundation·Whanki Museum(사진=허미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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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환기 회고전 ‘한 점 하늘_김환기’ 중 선율을 타는 듯한 ‘23-XII-71 #218’ⓒWhanki Foundation·Whanki Museum(사진=허미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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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환기 회고전 ‘한 점 하늘_김환기’ 전경ⓒWhanki Foundation·Whanki Museum(사진=허미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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