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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상온 초전도체 ‘초광풍’, 검증 거칠 때까진 신중해야

입력 2023-08-03 13:58 | 신문게재 2023-08-04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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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연구 기업 퀀텀에너지연구소가 상온에서의 초전도체를 개발했다고 발표해 과학계와 테마주들이 들썩인다. 납과 인회석 결정 구조인 LK-99 물질을 이용해 상온·상압 초전도 현상을 구현한다면 바로 꿈의 신물질이 될 것이다. 가능성은 있다고 보지만 신중할 부분이 있다. 냉철히 평한다면 검증 과정 없이 실린 수십 쪽짜리 논문으로 세상에 나왔을 뿐이다. 논문 사전 출판 사이트 ‘아카이브(arXiv)’ 게재 내용에 대해서는 뛰는 가슴을 진정하고 국내외의 이론적 검증과 재현을 지켜볼 단계다.

이것은 경제에 앞서 과학이다. 미지의 신세계를 열려면 검증은 되는지, 재현 가능한지 실험·이론적 검토를 거치는 게 당연하다. 절대온도가 아닌 곳에서 전기저항이 0인 완전 도체가 나타난다면 응용 분야를 논하기 전에 정말 꿈같은 일이다. 초저온과 초고압 조건에서만 초전도 현상 구현이 되는 것이 현재까지의 과학적 사실이다. 연구가 사실이면 과학 교과서를 다시 써야 할 사건이며 인류 문명이 퀀텀 점프를 맞게 할 인류사적 발명이 될 것이다. 투자자들이 수혜주 찾기에 분주한 것이 이해는 간다. 그러나 근거가 완비되지 않았다. 사실 확인이 되고 재현되어도 투자 광풍은 경계하며 신중해야 한다.

물론 국산 상온 초전도체 개발 소식에 제2의 이차전지 기대감이 없다면 도리어 이상할 것이다. 납·구리가 이용된다는 소식에 동합금 계열의 주가까지 영향을 받는다. 초전도체 관련 종목들이 상승세에 진입한 패턴도 이차전지 때를 연상시킨다. 다만 ‘레시피’가 공개된 정도다.

주도주 계보를 잇는다고 장담하기엔 여러 면에서 모자라다는 뜻이다. 1911년 처음 발견된 초전도체 개발 역사는 112년이 지났다. 적어도 시편(물질 샘플) 분석을 거쳐 최종 성공 여부가 나올 때까지는 이차전지의 대항마가 될지에 대한 판단은 섣부르다. 과학자들의 검증을 지켜보기 전에는 주식 투자에 위험 요소도 있다.

논문물질이 상온 초전도체라면, 즉 전기 저항이 0인 물질이 실현된다면 그 영역은 무궁무진하다. 영화 ‘아바타’에서 바위산이 떠다니는 ‘언옵테늄’ 상황도 이론상 구현할 수 있다. 그럼에도 초전도체 분야가 이차전지 이후의 미래 먹거리 산업이 될 조건은 덜 갖춰졌다. 이런 상황에서 초전도 개발업체 등의 주가가 폭등해 투자경고 종목으로 지정되기도 했다.

기존 초전도체 기술이 시장 판도를 바꿀 만한 우위를 선점할지를 더 지켜보는 것이 타당하다. 그리고 현명한 자세다. 상온 초전도체 기술이 한국초전도저온학회 등의 검증 관문을 넘기를 고대하며 그때까지 의심의 눈초리는 거두고 조용히 성원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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