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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액티브 시니어] 공수래공수거 인생

<시니어 칼럼>

입력 2023-12-28 13:08 | 신문게재 2023-12-29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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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현석 명예기자
손현석 명예기자

‘공수래공수거(空手來空手去)’라는 말이 있다. 이 말은 “빈손으로 왔다가 빈손으로 돌아간다”는 뜻으로 “재물에 큰 욕심을 부릴 필요가 없다”는 뜻이다.


그런데 이 말을 달리 해석한 사람이 있다. 얼마 전 100세의 나이로 별세한 이종환 삼영화학그룹 명예회장이다.

그는 자기 자서전인 ‘정도(正道)’에서 ‘공수래공수거’란 뜻에 대해 “빈손으로 왔다가 빈손으로 돌아가는 것이 아니라 빈손으로 왔다가 빈손을 채운 다음 돌아갈 때는 다시 빈손으로 간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이종환 명예회장은 사업가로 크게 성공했다. 그러나 그는 대한민국이 일류 국가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1등 인재를 육성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2002년에 관정 이종환교육재단을 세워 자기가 번 돈을 전부 장학금으로 기부한다.

그가 인재 양성을 위해 평생 장학재단에 기부한 돈이 총 1조 7000억 원에 이른다고 하니, 그는 자신이 말한 공수래공수거의 참 의미를 실천한 사람이라고 할 수 있다.

이종환 명예회장 말고도 공수래공수거의 참 의미를 실천한 사람이 또 있다. 그는 한 시대를 풍미한 영화배우 신영균 씨다. 그는 영화배우로서도 명성을 떨쳤지만, 사업가로도 크게 성공한 인물이다.

그는 자기가 번 돈을 주변의 어려운 사람들을 위해 수십억 원씩 기부했으며, 자기 모교인 서울대와 명예박사 학위를 준 서강대에도 수십억 원을 기부했다고 한다.

그뿐만 아니라 2010년에는 500억 원대에 달하는 명보극장과 사재 100억 원을 털어 제주도에 영화박물관을 지어 기증했으며, 얼마 전에는 정부가 초대 대통령인 이승만 대통령 기념관을 짓겠다고 밝히자 고덕동 한강 변에 있는 자기 땅 1만 3200㎡(4000평)을 선뜻 내놓겠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독실한 기독교인인 그는 “내가 이 세상을 떠나는 날에는 성경책 한 권만 있으면 족하다”면서 “내가 번 돈을 다시 돌려주는 기쁨이 매우 크므로 죽는 날까지 기부하는 것을 멈추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사람은 누구나 평생 일하면서 돈을 번다. 사람이 돈을 버는 이유는 사는 동안 쓸 곳이 많기 때문이다. 하지만 사람이 세상에서 사는 동안 엄청나게 많은 돈이 필요한 것은 아니다.

아무리 큰 집을 사서 살아도 내가 잠잘 수 있는 곳은 방 한 칸뿐이고, 아무리 좋은 차를 여러 대 사서 진열해 놓고 있어도 내가 탈 수 있는 차는 한 대뿐이다. 값비싼 명품 옷과 가방을 많이 가지고 있어도 외출할 때는 한 개씩밖에 필요하지 않다.

이러한 이치를 아는 사람은 헛된 일에 돈을 낭비하지 않는다. 그리고 자기가 열심히 번 돈을 자기처럼 돈을 많이 벌지 못하는 어려운 사람들을 돕는 데 사용한다. 이런 삶이 바로 공수래공수거의 삶을 실천하는 것이다.

인생이 가장 추악해지는 것은 돈은 많지만, 그 돈을 가치 있게 쓰지 못하고 허랑방탕하게 낭비하며 살다가 죽을 때 아까워서 억울해하며 죽는 것이다. 만일 이런 사람들이 이종환 명예회장이 말한 ‘공수래공수거’의 참 의미를 알았더라면 이처럼 억울하고, 불쌍한 인생은 되지 않았을 것이다.

 

손현석 명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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