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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액티브 시니어] 언제나 내편

<시니어 칼럼>

입력 2024-03-14 13:05 | 신문게재 2024-03-15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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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병량 명예기자
임병량 명예기자

아내는 칠 남매 중 넷째, 난 오 남매 중 넷째다. 우리는 협력만 해도 기본점수를 얻는 서열이다. 그런데도 아내는 나와 다르다. 어려운 소식을 들으면 그냥 지나치는 법이 없다. 둘째 오빠가 힘들어할 때 말동무가 되어주고 조카의 학자금도 남몰래 보태준 온정의 유전자가 있다. 형제들은 아내의 따뜻한 손길을 알게 모르게 거쳐 갔다. 확실히 도움주기를 위해 태어난 사람이다. 며칠 전 큰형님 내외분의 다툼 소식을 듣고 설악산 펜션에 모시고 마음을 달래주는 치유사가 되었다. 그런 아내를 보면 흐뭇하고 자랑스럽다.


“당신은 항상 가르치려고 한다”는 아내의 잔소리로 티격태격했던 일이 많았다. 다툼의 원인은 모두 나에게 있다. 이것만 해결해도 모범 노년이라고 부를 텐데, 자숙하지만 일정 시간이 지나면 자동으로 원상복구다. 가장 많이 발생한 분쟁은 “제발 방 좀 정리하고 삽시다”에서 출발한다. 생각은 하는데 그게 잘 안된다. 그대로 방치하면 결국 아내 몫이다.

아내는 지난해 1월, 영주 부석사 가파른 계단 길을 걷다가 다리를 다쳤다. 일 년 반이 지난 지금도 정상이 아니다. 계단 길은 아직도 기피 대상이다. 내가 근육파열로 다리 불편을 겪고 나서야 동병상련(同病相憐) 연민을 느낀다. 본인의 아픔을 뒤로하고 정성껏 나를 간호해 준 아내의 손길이 따뜻하다. 감정의 호르몬이 온몸을 휘감는다. 아내의 마음을 깊게 들여다볼수록 가슴이 시리고, 부끄럽다. 개성이 강한 남편을 만나 아내는 항상 져주고 물러섰다. 잘못과 실수가 빈번해도 어머니 같은 마음으로 품어줬다. 얄팍한 자존심과 권위만 앞세우는 남편을 세워줬다. 인격과 행동이 부실해도 언제나 감싸주고 내 편이 되어준 소중한 사람이다.

“당신이 옳은 것이 중요한 게 아니라 함께 행복해지자”라는 마음의 소리를 늦게야 알았다. 아내는 따뜻한 사랑의 눈으로 바라보는 무언의 협상 기술이 있다. 자신의 아픔을 뒤로 하고 보살펴준 손길에 울컥했다. 칠순이 넘어서야 철이 든 모양이다. 그래서 인생은 칠십부터라고 했을까? 아무리 장수 시대라지만, 아내와 함께할 삶은 살아온 시간보다 짧다. 지금까지 빚진 삶을 갚는 길은 하루하루를 걸작품으로 살아가는 일이다. 빚을 갚은 심정으로 받들며 살아가야겠다. 모두가 반대해도 아내가 원한다면 그 또한 함께하리라.

인생 열차는 팔십 고개를 향해 달리고 있다. 아내의 일상은 남편과 자녀가 먼저다. 바른 가정을 세우고 가족의 건강과 안녕을 지켜달라고 기도한 정성과 노력의 열매로 살아가고 있다. 나의 삶은 대부분 아내의 노력이요 보살핌 덕이다. 남은 시간과 공간에서 그동안 하지 못했던 사랑을 만들며 멋진 노후 설계도를 같이 만들고 싶다. 내가 소풍 가는 그날이 오면 “덕분에 잘 살고 떠난다”고 아내의 등을 두드려 주며 떠났으면 좋겠다.

 

임병량 명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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