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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환율 ‘구두 개입’, 신중하게 대처하면 된다

입력 2024-04-18 14:02 | 신문게재 2024-04-19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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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적·비경제적 요인이 교차하면서 통화 가치의 변동성이 커지고 있다. 외환시장에서 미국 달러 대비 원화값이 17개월 만에 장중 1400원대를 기록하자 당국이 구두 개입에 나서기도 했다. “시장 기초에 의해 용인될 수 있는 수준”(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보다 약간 떨어졌다는 견해에는 동의한다. 물론 외환 변동성 완화를 팔짱 끼며 기다릴 수는 없다.

외부 요인이든 아니든 환율 변동성이 투자자, 수출입 기업, 일반 소비자 등 경제 전반에 미치는 영향은 막강하다. 일부 식품기업은 사업계획 조정을 검토 중이다. 수입 원자재 가격과 식품물가가 더 오를 것이 걱정된다. 이보다 과도하다 싶을 때는 시장 안정화 조치에 나서는 것이 맞다. 중동 정세와 미국 금리 인하 금리 전망 등이 겹친 달러화 강세에 대적하기는 만만치 않다. 게다가 묻지 마 매수 심리, 안전자산 선호 심리가 작동한 결과이기도 하다. 그런 만큼 환율의 급변동성이 절대 없다고 단정하거나 섣불리 경계심을 푸는 건 좋지 않다.

기본적으로 글로벌 ‘킹달러’(강달러) 때문이고, 특히 2000년대 들어 환율의 변동성과 수준이 증가한 측면도 있다. 지금은 원화 환율이 숨 고르기를 하고 있다고 보면 된다. 최상목 경제부총리가 스즈키 슌이치 일본 재무장관과 만나 이례적으로 공동 구두 개입성 발언을 한 것은 적절했다. 직설적 발언이 단기 혼란을 부추긴다는 분위기에 유의한다면 최소한 미세 조정 중간목표 달성에는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다. 기업 입장에선 결제시기의 조정, 거래상호 조정 등도 곁들일 수 있는 방법이겠다. 환율 움직임, 외환 수급 등에 대해 꼭 필요하다면 신중함을 전제로 직접 개입도 불사해야 한다. 성장과 물가를 모두 고려한 환율 안정화가 환율 정책의 기본 목표이기 때문이다.

장점이 있다고 그것만 오롯이 취할 수는 없다. 높은 순대외금융자산, 낮은 단기외채비중 등은 우리가 믿는 구석이다. 원·달러 환율을 안정시킬 재원과 수단을 우리가 보유하고 있긴 하다. 강조하지만 대외의존도가 높은 경제에서 환율 변화는 성장과 소비, 투자, 수출에 파급력이 적지 않다. 제품 원가 압박에 따른 물가, 기업 경쟁력, 고용에까지 영향력을 미친다. 원화 약세가 아시아 다른 통화에 비해 두드러진 점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대외 건전성이 양호하니 괜찮다는 확신보다 신중한 접근 자세가 요구된다. 과도한 불안심리는 잠재워야 한다. 외환 유동성 위기를 피하고 고환율 상황을 안정시키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구두 개입이나 직접 개입 등 환율 개입의 바탕은 정책당국의 신뢰라는 점도 잊지 않아야 할 사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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