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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바100] 부자 되고 싶은 자, 세계사 속 슈퍼리치 15인을 주목하라

[책갈피] 역사 속 부자를 통해 배운다 ‘부자의 역사’

입력 2021-04-20 18:00 | 신문게재 2021-04-21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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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자의 역사’| 최종훈 지음(사진제공=피톤치드)

누구나 부자가 되고 싶어하는 시대다. 그래서 사람들은 화폐 외에 부동산, 주식, 가상화폐 등 다양한 수단을 동원해 부를 축적하려고 한다. 그렇다면 주식, 가상화폐가 없던 역사 속 부자들은 어떻게 부를 축적했을까. 아니, 과거에도 부자가 존재했을까. 역사 속 부자들의 자산 가치는 어느 정도 수준이었을까. 


돌이켜 보면 역사에 답이 있다. 언어만 살펴봐도 부자는 꾸준히 진화, 발전돼 왔다. 초반에는 백만장자를 뜻하는 영어 ‘밀리어네어’(Millionaire)를 사용했지만 1844년 억만장자를 뜻하는 ‘빌리어네어’(Billionaire)가 사전에 등재됐다. 21세기에는 실리콘밸리의 성공으로 인한 ‘조만장자’를 뜻하는 ‘트릴리어네어’(Trillionaire)가 언론에 오르내리기 시작했다. 

신간 ‘부자의 역사’는 기원 전 시대부터 21세기까지 전 세계를 쥐락펴락한 ‘슈퍼리치’들의 삶을 통해 각 세대별 부자의 삶과 공통된 특징을 분석한다. 저자는 복싱에서 체급 차이를 무시하고 역대 위대한 복서를 꼽는 ‘파운드-포-파운드’(Pound-for-pound) 랭킹처럼 시대와 지역을 불문하는 각 시대별 부자 15인을 뽑았다. 저자는 이를 위해 ‘포춘’ ‘포브스’ ‘블룸버그’ 등 다양한 경제지를 교차 검증하고 인플레이션을 감안한 자산을 맞비교했다. 

욥, 크로이소스. 크라수스(이상 고대), 윌리엄1세, 만사 무사, 코시모 데 메디치(이상 중세), 로스차이드, 록펠러, 카네기, 포드(이상 근대), 빌게이츠, 워렌 버핏, 스티브 잡스, 마크 저커버그, 제프 베조스(이상 현대) 등 총 15인의 부자 리스트는 이렇게 탄생했다. 

저자는 역사 속 부자들에게도 인간적인 결함(하마르티아)이 있지만 특유의 비범함과 평범함으로 인생의 반전(페리페테이아)을 통해 부를 거머쥐었다는 공통점을 발견했다. 대표적인 인물이 구약성서 ‘욥기’의 주인공 욥이다. 성서에 기록된 욥의 재산은 양 7000마리, 낙타 3000마리, 소 1000마리, 암나귀 500마리에 달한다. 고대 아라비아 사막에서 소와 양은 일종의 캐시카우이며 낙타는 이동수단이다. 성서에는 이런 욥을 시기한 사탄이 신과의 거래로 욥을 시험한다고 기록됐다. 

저자는 욥의 일화에서 신화적 에피소드보다 ‘회복 탄력성’에 주목했다. ‘신의 시험’이라는 역경이 흔들었지만 인생의 문제를 그대로 받아들인 회복탄력성이 욥을 고대 최고의 부자로 거듭날 수 있도록 만들어준 비결이라고 주장했다. 

지금 한국사회를 뒤흔든 부동산에 대한 집착은 고대와 중세에도 존재했다. 고대 로마 시대 부동산 거부는 단연 마르쿠스 크라수스다. 그는 현대가 인정한 고대의 부자다. 워싱턴포스트는 2014년 2월 9일 기사에서 크라수스를 로마 최고의 부자로 꼽으며 그의 재산을 2억 세스테르스라고 보도했다. 2억 세스테르스는 로마시민 3200명의 수입과 맞먹는 금액이다. 

금수저 집안에서 태어난 크라수스는 로마의 정치가이자 사업가, 동시에 군인이었다. 그는 집안의 배경과 시대적 상황 그리고 정치가로서 자신의 두뇌를 십분 활용해 부를 차근차근 불려갔다. 특히 부동산에 집착한 그는 당시 화재에 취약한 로마의 건축구조를 활용해 사설 소방대를 조직했다. 화재사고를 당한 건물주의 건물을 싸게 매입한 뒤 사설소방대를 이용해 화재를 진압하는 방식으로 로마 시내 부동산을 취득했다. 

빼어난 지략가이기도 한 그는 이렇게 취득한 부동산 중 일부를 싸게 임대하거나 거액의 마진을 붙여 팔며 부를 불려나갔다. 지금의 부동산 부자와 다를 바 없는 수법이다. 저자는 “크라수스는 생전 로마제국 대부분을 자신의 부동산으로 등기이전했다”고 적었다. 부동산에 대한 집착은 고대부터 이어져 온 셈이다. 

중세시대의 부동산 거부는 윌리엄 1세다. 저자가 파악한 윌리엄 1세의 재산은 현재 가치로 2, 300억 달러에 달한다. 이는 인류 역사가 존재한 이래 7위에 해당하는 재산이다. 노르망디공국의 공작이던 그는 잉글랜드라는 거대한 제국을 정복해 막대한 부를 일궜다. 중세의 정복전쟁은 현대의 주식과 비슷하다. 전쟁의 승자에게 잉글랜드 땅의 배분을 약속하자 곳곳에서 군대와 장비를 지원했다. 승자들은 ‘배당금’처럼 전리품을 챙길 수 있다.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 방식이다. 

투자컨설팅을 진행해온 젊은 CEO인 저자는 부자의 다섯 가지 덕목으로 독창성, 진실성, 성실성, 계획성, 개방성을 꼽으며 통시적 관점에서 부자들의 시대상과 변화를 조망하기 위해 이 책을 썼다고 밝혔다. 격동하는 역사 한가운데 선 부자들의 인생을 통해 세계사의 흐름을 읽는 재미가 쏠쏠하다. 

조은별 기자 mulgae@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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