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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바100] "출산율 높이려면 육아맘에 아파트 차 정도 줄 생각해야"

[맘 with 베이비] 이금재 맘스커리어 대표

입력 2021-10-12 07:00 | 신문게재 2021-10-12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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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금재 대표는 아이 낳는 부부에게 보다 파격적인 혜택을 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사진=이철준 기자 bestnews2018@viva100.com

 

지난 10월 10일은 ‘임산부의 날’이었다. 풍요와 수확의 10월, 임신기간 10개월의 의미를 담은 뜻 깊은 날이다. 하지만 우리는 지금 1년에 아이가 30만 명도 태어나지 않는 ‘초저출산 국가’다. 정부나 지자체가 애를 쓰고 있지만 결혼·출산에 드는 막대한 비용과 경력단절 우려 에 막혀 효과는 거의 보지 못하고 있다. 이금재 맘스커리어 대표는 저출산 문제 해결과 행복한 가족문화 확산에 힘써온 사람이다. 경력단절 여성을 위한 일자리 사업도 진행 중이다. (사)대한분만협회와 (사)함께하는아버지들 이사도 맡고 있다. 매달 ‘K클래스’라는 이벤트를 열어 육아맘들을 위한 다양하고 실질적인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이 대표는 “지금은 저출산 정책실패를 꼬집기 보다, 국가비상상황임을 인지하고 모두가 힘을 합쳐야 할 때”라고 말한다. 저출산 해결에 있어 대통령 직속으로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를 두는 등의 ‘형식’에 얽매이지 말고 사명감을 가진 사람이 목숨 걸고 할 수 있게 맡겨야 한다고 강조한다.

 

 

- 맘스커리어는 ‘사회적 기업’을 추구하는 것으로 압니다. 사업 취지와 방향에 관해 말씀해 주십시오.

 

“여성이 출산을 하면 짧게는 2년, 길게는 5년 이상 육아에 투자한 뒤 이전 만큼의 소득을 회복하지 못하는 경우가 대다수입니다. 자신감 하락과 우울감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사회복귀와 경제활동 재진입에 어려움을 겪지요. 경력 단절 엄마들의 경제적 능력 회복을 돕기 위한 매체를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사회적기업가육성사업 예비창업팀으로 인정받아 올해 미션을 잘 수행하고 내년에 정식 예비사회적기업 및 사회적기업 인증을 받는 게 목표입니다. 경력단절여성들을 전문 엄마기자단으로 지원 육성하고 우수한 분들은 정식 기자로 채용할 계획입니다. 저출산과 결혼, 임신, 출신, 육아 등 그들이 전하는 생생한 진짜 현실을 전달함으로써 궁극적으로 ‘아이 낳고 기르기 정말 좋은 세상’, ‘엄마가 된 것을 자랑스럽게 여기는 사회’를 만들기 위한 다양한 현실적 대안들을 제시하려 합니다.”

 

 

- 경력단절 여성들을 다시 경제활동에 참여시키려면 어떤 조치들이 필요할까요.

 

“엄마들의 자신감부터 회복시켜 줘야 합니다. 아이 낳은 일이 삶에 짐이 되고 자아실현에 방해 된다고 여기는 사회 분위기를 반전시켜야 해요. 사회에 재진입하고 일할 수 있는 좋은 환경을 만들어 줘야 할 의무가 우리 사회에 있습니다. 저출산은 국가 구성요소인 국민이 사라지는 ‘실존’의 문제입니다. 지난 10여 년간 국가 예산 250조원이 투입됐고 올해도 43조원 가량이 책정돼 있습니다. 하지만 제대로 된 정책수립과 지원 방식, 이를 뒷받침할 사회 인식 변화가 부족해 성과를 보지 못하고 있습니다. 의료발달과 기대수명 연장에도 빠르게 인구가 감소하고 있습니다. 기후 변화처럼 ‘골든 타임’이 임박했습니다. 최선의 저출산 해결책은 경제력 향상입니다. 임신·육아가 예전의 군 가산점처럼 사회에서 우대받는 분위기로 만들어야 합니다.”

 

 

이금재 맘스커리어 대표는 브릿지경제와 인터뷰에서 저출산 해법은 ‘형식’ 보다 ‘실질’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사진=이철준 기자 bestnews2018@viva100.com

 

- ‘2020 한국의 사회지표’를 보면 20대 52%, 30대 41%가 결혼 후 자녀가 필요 없다는 입장입니다. 원인을 무엇이라 보십니까.

 

“우리는 세계에서 가장 출산율이 낮은 나라 중 하나입니다. 경제적 이유가 가장 큽니다. 많은 여성들이 결혼과 출산·육아에 경력이 끊기고 있어요. 요즘 엄마 세대들은 부모 세대처럼 자기 소비 수준을 낮추면서까지 육아와 교육에 자신을 결코 희생하지 않으려 합니다. 고소득 여성들의 출산이 어려운 이유지요. 우리는 맞벌이 비중이 43%대로 매우 높습니다. 물가와 사교육비 등 기대 소비 수준은 높아졌지만 이를 충족시킬 만큼 노동력의 가치는 따라오지 못하고 있습니다. 소중한 생명의 가치를 경시하는 것도 한 원인입니다. 자기 생명을 소중하게 생각하지 않고, 자신이 낳은 자식들도 학대하는 등 생명경시 분위기가 만연해 있습니다. 우리의 미래인 아이들에게 올바른 가치관을 형성시키고 잘 키울 수 있도록 부모들, 특히 엄마들의 생각을 바꿔줘야 한다고 봅니다.”

 

 

 

 

- 우리나라는 합계출산율 0.8 안팎의 초저출산국입니다. 정부와 지자체의 많은 대책이 큰 성과를 보지 못하고 있습니다.

 

“초저출산은 이제 현실입니다. 정책들도 한 부서만의 문제가 아닌, 정말 국가적인 헤드 타워를 만들어 저출산 문제 만큼은 하나의 원스톱 시스템으로 만들어 나가야 합니다. 국민 모두가 경각심을 갖고 정부와 기업, 언론, 인터넷 커뮤니티까지 똘똘 뭉쳐도 해결이 어려운 부분입니다. 코로나19 확진자 현황 발표처럼 매일 저출산관련 정보가 지속적으로 나와야 한다고 봅니다. 가장 빠른 방법은 경제적 안정이 우선이지만, 노동력에 대한 정당한 가치를 기업과 국가가 나서서 인정해 줘야 합니다. 특히 출산한 여성들은 아이가 ‘굴레’가 아닌 ‘삶의 선물’이 된다고 생각할 만큼 ‘경단녀’가 아닌 ‘엄마’라는 경력이 최고의 스펙이 돼야 합니다.”

 

 

- 현장에서 볼 때 출산·육아에 있어 여성들은 무엇을 가장 힘들어 하든가요. 나라에서 해 줬으면 하는 것이 있습니까?

 

“많은 것을 바라지 않습니다. 정말 꼭 필요할 때 정부와 기관 기업들이 조금만 지원해 주면 좋겠다는 생각들을 합니다. 정책적인 면에서 출산 전후와 영유아기만이라도 아이를 안심하고 키울 수 있도록 제대로 된 시스템을 만들어달라고 합니다. 인구가 소멸될지 모르는 상황입니다. 어린이집의 전면 국공립전환 같은 조치도 더 이상 파격적 대책이 아닌 상황입니다. 국가가 나서서 교사나 돌보미 채용과 육성을 책임지고 공무원 수준의 대우를 해 주는 게 필요합니다. 일부 어린이 학대 뉴스가 나올 때마다 엄마들은 불안합니다. 모든 걸 포기하더라도 육아에만 매달릴 수밖에 없고, 그렇게 경력이 단절되는 악순환이 반복되는 것입니다.”

 

 

- 지자체마다 출산 장려책을 시행 중입니다. 하지만 지역마다 출산 대책이 다르고 지원 규모도 제각각 아닌가요? 

 

“어느 시장님이 ‘대한민국 어디서 태어나도 결국 그 아이는 대한민국 국민’이라고 한 말이 마음에 와 닿았습니다. 저출산 문제는 중앙과  지방정부 어디의 문제가 아니라는 뜻이겠죠. 중앙부처가 하나의 지휘체계에서 하나의 시스템으로 통일하고, 각 지자체 특성에 맞는 변주가 필요하다고 봅니다. 지자체는 아이 몇 명 낳으면 출산장려금 더 주겠다 식의 단순함에서 벗어나, 그 지역에서 아이 낳고 키우면 무엇이 도움 되는지, 얼마나 일자리가 있고, 어린이집 확충 계획이나 산모전용 구급차 등 어떤 혜택을 받을 수 있는지 같은 보다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방안을 제시해야 한다고 봅니다. 마음 같아선 아이 낳은 부부에게 아파트 한 채나 차 한 대 씩 줬으면 합니다. 당장은 비용 부담이 크겠지만 그로 인해 출산율도 높이고 가족 소비도 이끌어내는 효과가 있지 않을까요?”

 

 

- 우리는 아직 비혼 출산에 호의적이지 않고 지원에도 차별이 있는 것으로 압니다. 어떤 대책이 필요한가요.

 

“최근 방송인 사유리씨가 공개 비혼모가 돼 화제가 됐지요. 한국에서는 불법이라 일본에서 인공수정을 통해 출산 했습니다. 미혼모가 차별당하는 우리 사회에 분명한 변화의 메시지를 줬다고 봅니다. 한 때 우리보다 출산율이 낮았던 프랑스는 지금은 ‘미혼모의 천국’이라 불리며 출산율도 정상 회복했습니다. 오랜 시행착오를 거쳐 실행한 정책들이 긍정적인 효과로 돌아오고 있어요. 하지만 아직 한국은 유교적 사상이 남아 미혼모나 비혼모, 나아가 이혼 여성에 곱지 않은 시선을 보냅니다. 결국 입양이나 영유아 유기·학대로까지 확산되지요. 아이를 혼자 낳아 기른다는 게 아직은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세계에 유례 없는 ‘베이비박스’가 존재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원론적이지만 새로운 가족형태에 대한 거부감, 남들과 다르게 살아간다고 해 배척당하는 문화를 개선하는 것만이 최선이라고 생각합니다.”

 

 

- 적극적으로 이민을 받아들이고 다문화 가족에 대한 처우개선도 서둘러야 한다는 지적이 많습니다. 

 

“저는 아직은 적극적인 이민 허용이 최선책이라고 보지는 않습니다. 이민 문제는 남북이 통일된 이후에 고민하는 것이 순서이고 현재는 대한민국의 행복지수를 높여 이민을 떠나지 않게 하는 게 더 먼저일 겁니다. 다문화 가정 문제는 편견을 뒤엎는 인식의 변화가 필요합니다. 당연히 지원을 늘려야 지요. 아이들이 대한민국 국민으로 차별받지 않고 자부심을 느끼며 당당히 사회구성원으로 자라도록 더 큰 투자가 이뤄져야 합니다. 같은 맥락에서 북한 새터민들에 대한 편견도 없애고 지원을 병행해야 합니다. 편향되게 바라보지 않는 시선이 우선입니다. 이들 모두 우리 이웃이고 같은 국민입니다. 누구도 차별받지 않는 환경이 빨리 조성되길 바랍니다.” 

 

이지은 기자  jelee0429@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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