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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리나요…情 담뿍 든 술 익는 소리

[술 담그는 사람들]집 술 '가양주' 만드는 효자동 전통주연구소

입력 2014-10-28 1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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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환경 쌀 영농법인에 재직 중인 한상철(55)씨는 전통주 창업을 계획 중이다. 그는 매주 화요일 아침 10시부터 5시까지 서울 종로구 효자동에 위치한 ‘전통주연구소’에서 전통주마스터 가양주반 강의를 듣는다.

한 씨가 전통주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식초교육을 받으면서부터다.

한 씨는 “발효 음식에 관심을 갖다 보니 발효의 시초가 술이라는 것을 알게 됐고 막걸리로 만든 식초의 맛이 으뜸이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라며 “전통주를 본격적으로 배워 집에서도 만들어 먹고 창업도 고려 중이다”라고 말했다.

한 씨가 수업을 듣는 전통주연구소는 매주 화요일과 목요일, 전통주마스터 가양주반 수업을 진행 중이다. 한 클래스에 약 20~30명의 학생이 수업을 듣는다. 20대부터 50대까지 다양한 연령층의 학생들이 섞여있다.

 

한국전통주연구소 소장 박록담3
한국전통주연구소에서 직접 빚은 다양한 가양주.(사진=윤여홍 기자)

전통주연구소의 박록담 소장은 “2008년에는 수강생의 평균 연령이 56세였는데 2014년에는 42세까지 평균연령이 내려갔다”라고 귀띔했다. 


‘홈브루잉’을 비롯, 나만의 술 만들기 열풍이 거세다. 우리 민족은 과거에도 집에서 김치를 담그듯 집에서 직접 술을 빚었다. 가양주(家釀酒). 집에서 술을 양조했다는 한자 뜻 풀이 그대로 우리나라의 전통적인 ‘홈브루잉’인 셈이다.

술을 빚을 때 거르는 방법과 증류방법에 따라 청주, 탁주, 소주로 나뉜다.

일반적으로 가양주를 만들 때 고두밥(아주 되게 지어 고들고들하게 지은 밥)에 물과 누룩을 넣고 버무려 발효 및 숙성과정을 거친다. 그 뒤 용수(싸리나 대오리로 만든 둥글고 긴 통)를 박아 빈 공간으로 스며든 것을 받은 술이 청주다. 탁주는 청주를 떠내고 남은 술지게미를 자루나 체에 뭉개 큰 술지게미를 걸러내고 받은 술을 의미한다.

요즘 유행하는 막걸리는 탁주에 물을 섞어 다시 한 번 거른 술이다. 쌀이 부족했던 일제시대, 서민들이 목을 축이기 위해 탁주에 물을 타서 마셨는데 막 거른 술이라 막걸리라는 이름이 붙여졌다고 한다.

박소장은 “흔히 청주를 처녀, 탁주를 아줌마, 막걸리를 할머니에 비유한다”라며 요즘 유행하는 막걸리는 일본의 사케와 흡사해 달기만 한데 전통방식으로 청주를 빚은 뒤 막걸리를 만들면 막걸리의 참맛을 알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기자 출신인 박소장이 전통주 연구에 빠지게 된 사연도 남다르다. 주당인 아버지의 술심부름을 도맡아하다 술 사느라 오가는 시간과 노력을 줄이기 위해 직접 술을 담그게 됐다고.

“원래 집안이 술을 좋아하는 집안이었죠. 특히 제 아버지가 유난히 술을 좋아하셨는데 아버지 드릴 술을 사러 왔다 갔다 하며 시간과 돈을 들이느니 제가 직접 담그는 게 낫다고 생각했어요. 처음 제가 빚은 술을 맛 본 아버지께서 ‘네 할머니가 빚은 술과 맛이 비슷하구나’ 라고 칭찬해주셨죠.”

이날 전통주연구소의 학생들이 만든 술은 송화주다. 가양주 일종인 송화주는 솔잎과 국화를 부재료로 빚는 안동 지방의 토속주. 이날은 미리 만들어놓은 밑술을 이용해 덧술을 빚을 차례다. 우선 준비한 찹쌀(1말, 8Kg)을 10시간 정도 불린 뒤 무른 고두밥을 짓는다.

강의를 듣던 학생들이 강사의 시간체크 지시에 따라 자신의 고두밥이 잘 지어졌는지 확인한다. 이후 양푼에 고두밥, 송순을 담고 밑술을 부어 밥이 삭도록 버무린다. 위생이 중요하지만 손을 씻을 때 비누를 사용해선 안된다.  


 

한국전통주연구소 소장 박록담25
수강생들이 즐거운 표정으로 밑술과 술밥을 섞고 있는 모습.(사진=윤여홍 기자)

 

조를 나눠 어깨를 치대며 반죽을 버무리는 학생들의 표정이 마냥 즐겁기만 하다. 행여 밥알이 너무 찌그러지지 않도록 손의 강약을 조절한다. 반죽사이 공기방울이 터질 정도로 술을 빚으면 술독에 담는다. 이때 남은 누룩을 술독 가장자리에 바르면 미생물들의 활동을 돕고 혹시 모를 유해균의 침입을 막는다.

학생들은 직접 술을 빚어 마실 때 조선시대 선비 못지 않은 풍류를 느낄 수 있다고 입을 모았다.  

 

 

한국전통주연구소 소장 박록담29
밑술과 술밥을 잘 섞어서 항아리에 담고, 가장자리에 누룩가루를 얹고 있다.(사진=윤여홍 기자)

 

 

수강생 장길준(54)씨는 “가양주를 빚는 과정은 정갈하고 정성이 들어가야 한다. 균이 들어가지 않게 철저한 소독과정을 거친다”라며 “이런 우리 문화를 젊은 사람들이 보다 많이 배웠으면 하는 바람이다”라고 말했다. 


#가양주-백김치 찰떡궁합… 단백함이 술맛 돋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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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록담 한국전통주연구소 소장(사진=윤여홍 기자) 

 가양주는 어떤 안주와 어울릴까. 박록담 소장은 백김치, 생선회, 물만두를 추천했는데 이중 백김치를 으뜸으로 꼽았다. 


“본시 안주는 술보다 향이 강하거나 자극적이어선 안되고 기름져서도 안됩니다. 백김치는 단순하고 담백한 맛이라 술의 맛을 돋구어주죠. 게다가 수분이 많아 위를 보호해줍니다. 일반적으로 동동주에 파전이 어울린다고들 하는데 배고픈 시절, 너나없이 먹다보니 그런 것이지, 술맛을 위한 안주는 아니죠.”

 

조은별 기자 mulgae@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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