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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ulture Board] '시간 참 빠르다'지만 그대는 늘 새롭다… 이승철의 30년 음악史

입력 2015-05-28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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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의 시간은 더디지만 중년의 시간은 참 빠르기도 하다. 마음은 여전히 젊다고 우겨보지만 늘어가는 흰머리와 주름살은 어쩔 수 없다. 

 

어디 생체 시계뿐인가. 사회 곳곳에서 모든 것이 빠르게 변한다. 스마트폰 사용도 간신히 익혔건만 세상은 자꾸 새로운 문물을 배우라고 강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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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수 이승철이 26일 정규 12집 ‘시간 참 빠르다’를 발표했다. (사진제공=진앤원뮤직웍스)

 

지난 26일 발표한 가수 이승철의 12집 타이틀곡 ‘시간 참 빠르다’의 가사를 접하면 유난히 변화의 속도가 빠른 가요계를 30년간 묵묵히 지켜온 이승철의 심경을 어렴풋이 느낄 수 있다.

하지만 마냥 흘러가는 시간의 끝자락만 부여잡았다면 한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가요계에서 이승철이 30년이나 군림할 수는 없었을 터. 12집 앨범은 이승철의 말마따나 “굴곡 많았던 30년 세월”동안 낡지 않은 음악을 들려주기 위한 그의 집념과 노력의 결과물이다.

 

이제는 정규 앨범이라는 의미조차 퇴색된 디지털음원시대지만 이승철은 “그래도 이승철이니 앨범을 내야지”라는 주변의 기대어린 시선과 독려에 힘입어 총 8곡이 수록된 정규앨범을 발표했다.


◇매 트랙 변하는 보컬…‘뻔한 이승철’을 탈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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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수 이승철(사진제공=진앤원뮤직웍스)

 

이승철 12집은 그 흔한 후크송도, 요즘 유행이라는 피처링도 없다. 대중이 사랑했던 이승철표 웅장한 발라드와 내지르는 듯한 창법도 자제했다. 

 

음악적 뿌리가 록밴드임을 알리기 위한 리프 (Riff·반복 악절) 중심 편곡은 미니멀사운드로 만들어져 이승철이라는 독보적인 보컬신의 능력을 재확인시켰다. 

 

이승철은 이번 앨범에서 신선한 목소리를 들려주기 위해 가이드(작곡가 의도가 반영된 사전 보컬)를 들은 뒤 녹음하는 오랜 습관 대신 한쪽 귀엔 가이드를, 다른 한 쪽 귀엔 자신의 목소리를 들으며 녹음하는 새로운 방법을 채택했다. 

 

사람은 바뀌지 않더라도 옷을 갈아입기 위해 노력했다는 이승철의 노력에 혀를 내두르게 된다.

신인과 기성작곡가를 가리지 않고 모은 200곡 중 선별한 8곡은 우연치 않게도 신인과 기성작곡가 비율이 5:5로 섞였다. 

 

편견을 버리고 블라인드로 결정한 결과다. 타이틀곡 ‘시간 참 빠르다’는 유명작곡가 신사동 호랭이의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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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수 이승철(사진제공=진앤원뮤직웍스)

 

드라마 ‘프로듀사’ 삽입곡인 ‘달링’은 이승철과 오랜 시간 호흡을 맞춘 전해성씨가 곡을 썼다. 이승철은 “김수현이 ‘달링’을 빨리 불러야 하는데”라고 너스레를 떨기도 했다.

전해성씨가 쓴 또 다른 곡 ‘사랑한다구요’는 어쿠스틱 기타 버전의 달콤함이 인상적이다. 

 

30년 음악 생활을 되짚어보며 미래 30년을 준비하는 각오를 담았다는 ‘시련이 와도’는 CCM느낌의 사운드와 보컬의 절박함이 느껴진다. 신인작곡가 김유신씨와 함께 작업한 ‘마더’는 지난해 어머니를 여읜 아픔을 가사에 녹여냈다.

‘비 오는 거리에서’의 피아노 소리를 위해 아예 스타인웨인 매장에서 본 1억 2000만원짜리 1877년산 피아노를 구입하는 통 큰 결단을 내리기도 했다. 

 

이처럼 한곡 한곡 사연이 남다르다. 이뿐인가. 좋은 소리를 위해 토니 마세라티, 스티브 핫지, 댄 페리 등 음반엔지니어계의 어벤져스들을 한자리에 모으기도 했다. 이승철은 서울 삼성동 작업실에서 해외에 있는 이들과 화상으로 동시녹음과 믹싱을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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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수 이승철(사진제공=진앤원뮤직웍스)

 

이승철은 이번 정규앨범이 마지막이 될지도 모른다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 

“나도 종신이처럼 월간 000이나 봄여름가을겨울마다 발표하는 시즌곡을 내고 싶은 마음이 왜 안 들었겠어요? 정성을 들이는 것에 비해 앨범 수록곡들이 제대로 주목받지 못하는 게 현실이잖아요.” 

 

그래서일까. 이승철은 앨범 프롤로그에 이렇게 적었다. “문득 마지막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에…마지막일지도 모르기 때문에…최선을 다했다. 이제…음악을 가슴으로 듣는 마지막 세대를 위해, 이 앨범을 바친다.”

조은별 기자 mulgae@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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