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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찮지 않은 세상에 던지는 정직한 직구...'똥파리’를 연상시키는 날 것의 영화 ‘그들이 죽었다’

백재호 감독 “평온한 삶에 던져지는 작은 돌멩이가 되길 희망해”

입력 2015-12-14 2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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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인디스토리)왼쪽부터 배우 겸 감독 백재호, 배우 김태희, 배우 김상석

 

“꿈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 분들에게는 응원이, 꿈을 잠시 잊은 누군가에겐 그 꿈이 다시 떠오르는 자극이 되길 바란다. 나이대는 상관없다. 꿈은 누구나 꾸는 거니까.”-백재호 감독

 

지난 10일 개봉한 영화 <그들이 죽었다>는 되는 것 없고, 하는 것 없는 청춘들이 자신들만의 방식으로 세상에 흔적을 남기기 위해 발버둥치는 모습을 그린 작품. 제19회 부산국제영화제 뉴 커런츠 부문에서 첫선을 보인 후, 제40회 서울독립영화제 경쟁 부문에 연이어 진출하며 개봉 전부터 관객들의 식지 않는 꾸준한 애정으로 화제를 모았다.

 

뿐만 아니라 제10회 런던한국영화제에 <소셜포비아>(홍석재 감독), <거인>(김태용 감독), <거짓말>(김동영 감독) 등의 작품들과 같은 섹션에 나란히 초청되어 국내 독립영화의 흐름을 대표하는 작품으로 소개된 바 있다.

 

동국대학교 광고홍보학과를 졸업한 후, 대형 연예기획사와 극단에 소속되어 배우로 활동했던 백재호 감독. <쌍화점>(2008), <10억>(2009), <두 번의 결혼식과 한 번의 장례식>(2012) 등 다수의 영화를 통해 조, 단역으로 이름을 알리던 그는, 계속해서 누군가가 써주기만을 기다리는 것에 지쳐 영화 공부를 시작했다고. “처음에는 단편영화를 만들어서, 다른 감독들에게 백재호라는 배우가 있다는 걸 알리는 게 목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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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백재호(왼쪽) (사진제공=인디스토리)

 

나아가 영화를 만드는 방법을 알아두면 연기할 때 도움이 될 것 같기도 했다”는 그는 이후 <산타바바라>(2013) 프로듀서, <별일아니다>(2013), <플랑크 상수>(2014)의 제작부 생활을 거치며 영화 현장을 익혀나갔다. 조금씩, 천천히 그러나 진심을 담아 영화를 준비한 그는 24개월 할부로 구입한 카메라로 직접 촬영한 첫 연출작으로 부산국제영화제를 찾았다. 영화 속 캐릭터 재호의 희망이자 감독 백재호의 꿈이 이루어진 셈.

 

백재호는 “카메라 판 돈으로 노트북 사서 편집하고, 노트북 팔아서 믹싱하고, 시계 팔아서 색 보정하고 음악 만들고(웃음). 이렇게 완성된 영화다. ”고 전했다.

 

 이어 “정말 행복해서 여기서 죽었으면 했을 정도였다. 늘 외롭게 찾던 영화제였는데, 작품으로 레드카펫을 밟게 되어서 무척 행복했다. 이 영화가 관객들의 평온한 삶에 던져지는 작은 돌멩이가 되길 희망한다. 어디에 맞을지 또는 피할지, 맞아도 아무런 느낌이 없을지 모르지만 나는 정직하게 직구로 던졌다. 물론 제구도 구속도 별로지만”이라며 개봉에 대한 소감을 밝혔다. 

 

백재호 감독은 그는 동료이자 친구들과 함께 ‘기다리다 지쳐’ 만든 <그들이 죽었다>를 통해 오늘날을 살아가는 우리 모두의 이야기를 사실적으로 그려냈다. 기획, 각본, 연출, 촬영, 편집, 출연까지, 1인 6역을 소화해 낸 백재호 감독은 “우리 이야기를 쓰고, 우리가 직접 출연해야만 진심을 잘 전달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며, “꿈을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에게는 응원을, 꿈을 잠시 잊은 누군가에게는 그 꿈이 다시 떠오르는 자극이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평단에서 극찬을 한 몸에 받은 백재호 감독은 일찌감치 국내 독립영화계를 이끌 차세대 배우 출신 감독으로 주목 받았다.

 

지구 종말을 철썩 같이 믿는, 되는 일 없고 하는 일 없는 보통의 청춘들이 자신만의 방식으로 흔적을 남기기 위해 발버둥치는 모습을 담은 영화 <그들이 죽었다>는 윤성호 감독의 <은하해방전선>(2007), 이병헌 감독의 <힘내세요, 병헌씨>(2013) 등을 잇는 ‘영화 만들기에 관한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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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김상석, 이화 (사진제공=인디스토리)

 

극중 ‘상석’으로 출연한 배우 김상석, 극중 ‘태희’로 출연한 배우 김태희, 극중 ‘재호’로 출연한 배우 백재호는 모두 동명의 캐릭터로 등장한다. 그들은 극중 캐릭터와 실제 본인들이 처한 상황을 오고 가며, 영화 속 설정의 경계를 허물며 극의 긴장을 불어넣는다.

 

그러나 영화는 이 지점에서 그치지 않고, 영화 속 영화를 등장시킨다. 또한, 지구 종말이라는 흡사 공상과학 영화에서나 볼법한 장르적 설정을 차용함으로써 보통의 ‘영화 만들기에 관한 영화’이기를 거부한다. 극중 상석이 써 내려가는 시나리오 속 인물들을 실제 캐릭터로 등장시킴으로써 팽팽한 극적 긴장감을 형성함과 동시에, 지구 종말이라는, 다소 판타지적인 소재를 십분 활용해 극중 인물들에게 새로운 활기를 불어넣는다.

 

<그들이 죽었다>라는 제목에는 “이전까지의 우리와 당신들이 모두 죽고 다시 새롭게 시작했으면 하는 바람”이 담겨있다. 또한 백 감독은 “꿈을 꾸던 어릴 때의 그들이 죽고, 껍데기만 남은 우리만 살아있다는 걸로 해석해도 좋겠다. 본래는 금주악단의 노래 제목이다.”고 전했다.

 

영화 <그들이 죽었다>가 개봉 첫 주간, 독립영화 대표 감독들과 함께한 릴레이 GV현장을 공개하기도 했다. <그들이 죽었다> 응원을 위해 한달음에 달려온 이송희일 감독, 페이스북 100명 초대 이벤트를 통한 화끈한 지원사격을 한 김조광수 감독, 공감 100%의 입담으로 관객을 사로잡은 구교환 감독 겸 배우까지 훈훈한 GV 현장이 화제가 됐다.

 

백재호 감독은 “영화가 그래도 조금은 세상에 영향을 미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다”며 “괜찮지 않은 세상이 작게나마 변화되길 희망한다”며 진심 어린 바람을 내비쳤다.

 

배우 이화는 극중 가명을 사용하는 ‘이화’와의 싱크로율에 대해 “’사람들은 모두 각기 다른 가면을 쓴다’는 이화의 대사에 크게 공감했다.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모르고 방황하고 있는 모습이 싱크로율 90%에 가까웠다”고 전했다.

 

한편, 뮤지컬 ‘레베카’, ‘바람직한 청소년’ 등에 출연한 배우 강민욱의 옥탑방에서 촬영된 이번 영화 속에서는 강민욱이 출연한 뮤지컬의 흔적을 곳곳에서 발견 할 수 있다. 영화 <그들이 죽었다>에는 배우 김상석  이화  백재호  노유주  강민욱  길하라  이윤희  반소영  한상훈 그리고 금주악단이 출연한다.

 

정다훈 객원기자 otrcoolpen@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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