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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바100] 이번엔 국악 버전 가족음악극! ‘마당을 나온 암탉’ 원작자 황선미 작가 "국악 만났을 때 시너지 기대"

[사람人] 여러 장르로 사랑받는 소설 '마당을 나온 암탉', 국악버전 가족음악극으로 재탄생

입력 2016-01-27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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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엔 국악버전이다. 2002년 처음 연극 무대에 올랐고 이후 영화, 뮤지컬, 마임극, 오브제극, 국악극 등으로 꾸준히 만들어졌던 '마당을 나온 암탉'이 전통 국악버전의 가족음악극으로 관객을 만난다.

 

극단민들레 송인현 연출에 의해 다양한 장르의 각기 다른 언어로 메시지를 전달한 '마당을 나온 암탉'의 원안은 2000년 출간한 황선미 작가의 동명소설이다. 일본, 미국, 영국 등에 번역돼 출간됐고 한국작가 작품으로는 최초로 영국 베스트셀러 1위에 오르기도 했다. 

 

"저도 신기해요. 대학시절 연극 '고도를 기다리며'를 보면서 오랫동안 할 때마다 달라질 수 있다는 게 신기했는데…."

 

황선미 작가는 자신의 작품 한편이 다양하게 재해석되는 게 마냥 신기하다고 했다. 더불어 2002년부터 꾸준히 '마당을 나온 암탉'의 멀티 유즈에 고뇌하는 송 대표에게 감사의 뜻을 전하기도 했다.

 

 

◇ 시작과 끝의 만남, 인물의 상징성·이름짓기가 최우선 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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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선미 작가는 잎싹에 대해 “닭대가리라는 선입견이 캐릭터를 성격화하는 데 가장 큰 요소였다”고 설명했다.(사진=양윤모 기자)

“책은 독자를 만나는 시작지점이지만 작가에겐 (집필작업이) 끝나는 지점이에요. 대척점에 있는 시작과 끝이 만나는 데 가장 중요한 과제가 캐릭터의 성격화와 이름짓기예요. 인물들의 상징성을 미리 만들고 사회에서 어떻게 느껴지는지를 고려하죠.”

겨울이면 져서 거름이 돼 봄에 향기로운 꽃을 피워내는 아카시아 잎사귀의 삶이 부러워 스스로 지은 이름 잎싹. 사람들은 우매하거나 모자랄 때 ‘닭대가리’라고 핀잔한다.

 

그토록 독립적이고 정체성이 확고하며 원대한 꿈을 잃지 않는 잎싹이 왜 그런 닭이냐는 질문에 그는 “닭대가리라는 선입견이 캐릭터를 성격화하는 데 가장 큰 요소였다”고 설명했다.

 

이어 “우리 사회는 다른 것에 대해 틀렸거나 우매하다는 편견을 갖고 있다. 잎싹이 자신의 종족이 아닌 청둥오리 알을 품고 있을 때나 마당을 나가자고 했을 때도 그런 취급을 받았다”고 덧붙인다.

“현재는 애완동물이거나 로드킬의 대상, 인왕산에 나타나는 문젯거리지만 개가 사회에서 하던 역할은 집을 지키는 것이었어요. 그래서 개의 이름은 문지기, 몸 반은 안에 반은 밖에 있죠.”

‘마당을 나온 암탉’ 속 개의 이름 문지기는 약지도, 지혜롭지도 못해 강한 자에겐 약하고 약한 자에겐 강한 성격을 내포하고 있다. 그런 개는 사회적 통념상 ‘충직한 동물’로 평가된다. 그야 말로 유쾌한 비틀기다. 떠나야 하는 속성을 가지고 있지만 날개를 다쳐 떠나지 못해 불행한 나그네까지 그들의 이름은 그렇게나 많은 것들을 내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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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대에 영화에서 원작과 달라지는 데 대해 “너무 책에 얽매이면 오히려 구속감이 느껴져요. 장르마다 언어가 다르고 보여줄 수 있는 모양새도, 활용하는 정서도 다를 텐데…"라고 견해를 밝힌다.(사진=양윤모 기자)

 

‘마당을 나온 암탉’이 꾸준히 재해석되고 다양한 장르로 무대에 오를 수 있는 이유는 황선미 작가의 열린 사고 덕분이다. 원작과 지나치게 달라지는 데 대해 그는 “기분 나쁠 일이 아니다”라고 단언한다.

“너무 책에 얽매이면 오히려 구속감이 느껴져요. 장르마다 언어가 다르고 보여줄 수 있는 모양새도, 활용하는 정서도 다를 텐데…. 연극이든 뮤지컬이든 영화든 만들려는 사람들은 그 분야의 전문가잖아요. 작품을 훼손하려는 게 아니라 그들의 언어로 다양한 이야기와 입장을 전달하려고 최선을 다하는 건데 화낼 일이 아니죠. 정말 자유롭게 해석하면 좋겠어요.”

그래서 황 작가는 이번 국악버전의 가족음악극에 남다른 기대를 가지고 있다.

“전주에서 했던 국악이 정말 좋았어요. 한국 전통악기 소리와 전통의상이 한데 어우러진 완벽한 무대였죠. 그래서 이번 무대가 정말 기대돼요. 국악과 만났을 때 어떤 시너지와 새로움을 만들어낼까 기대하고 있죠.”

황 작가는 ‘마당을 나온 암탉’이 원소스 멀티유즈되는 핵심요소를 ‘공감’이라고 꼽았다. 그는 “무엇이든 사람을 움직이는 건 공감이다. 하지만 공감은 낯설어야 한다. 사람들은 뻔한 데 공감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토로했다.

공감과 휴머니즘을 추구하는 황 작가는 “매일 헌팅 중이라고 얘기할 정도로 많이 찾아다니고 눈여겨 본다”고 털어놓는다. “내 전체”라고 표현하는 잎싹과 등장인물들, 에피소드들은 대부분 주변에서 차용했다.

“주변에 분명 살아 있는 것들이 있어요. 그런 것들이 눈에 띄어 캐릭터가 되고 에피소드가 되죠. 직접적이진 않지만 참 많은 걸 활용해요. ‘마당을 나온 암탉’을 쓸 때 영화 ‘흐르는 강물처럼’과 ‘작은 아씨들’을 참고했어요. 겉으로 드러나지 않지만 그 분위기와 정서를 녹여내고 싶었죠.”

 


◇ ‘원소스 멀티유즈’의 핵심은 제대로 된 원소스 발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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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선미 작가는 "젊은 예술인들이 더 잘할 수 있게 동력이 되는 정책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바람을 전했다.(사진=양윤모 기자)

 

황 작가는 원소스 멀티유즈의 핵심이 새로운 고품질의 콘텐츠라고 전한다. 출판시장은 갈수록 기근에 시달리고 있고 독자들은 책에서 멀어지고 있다. 작가들이 생계를 위해 마트의 캐셔로 나서고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하기도 하는 시장에서 제대로 된 원소스가 발굴될 리 만무다.

“작가는 글쓰기밖에 할 줄 아는 게 없어요. 그런 그들에게 작가는 원래 가난하다고 하는 건 너무 잔인한 말이죠. 많은 아이디어들이 나오고 ‘마당을 나온 암탉’ ‘하나’로 다양한 문화와 부가가치가 창출되고 있잖아요. 그 ‘하나’를 더 잘할 수 있게 하는 게 기본을 탄탄하게 한다고 믿어요. 젊은 예술인들이 더 잘할 수 있게 동력이 되는 정책이 있었으면 좋겠어요.”

황 작가는 지난해 말 초청받아 강연했던 스웨덴 스톡홀롬 도서관에서 경험한 부러운 풍경을 전했다.

“도서관에서 책을 읽으면 작가 앞으로 1.5크로나(약 210원)씩 적립했다 1년에 한번 국가에서 일괄지급한대요. 최대 1만 크로나 한정으로 큰 돈은 아니지만 힘들게 글 쓰는 사람에겐 굉장한 활력이 되죠. 그러다 보면 좋은 작품들이 더 많이 나오지 않을까요?”

근래 유럽민담을 재해석한 ‘인어의 노래’와 ‘빈 집에 온 손님’을 출간한 그는 요즘 아버지와의 마지막 순간에 대한 원고지 200매 분량의 이야기를 집필 중이다.

“아버지가 돌아가시는 날은 정말 이상했어요. 잊혀지지가 않아서 꼭 한번 그 하루의 이야기를 써보고 싶었죠. 한 사람의 기억은 그 사람의 역사예요. 그 기억이 어떻게 남겨지느냐에 대해 감정 낭비하지 않고 담백하게 쓰고 싶어요.”

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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